[ 이슈추적 ] 2003년01월15일 제443호 

내리막길 걷는 ‘은행가 대부’

조흥은행 위성복 회장 금융사고 관련 치명상… ‘보복 징계설’에도 내리막길 피할 수 없어


사진/ 조흥은행 역사의 산 증인으로 꼽히는 위성복 상임회장. 그는 조흥은행(오른쪽) 매각과 문책경고로 급격한 추락에 직면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조흥은행 위성복 이사회 상임회장이 치명상을 입었다. 김대중 정부 들어 ‘은행가의 대부’ 소리를 듣던 그도 부산지점에서 벌어진 거액 금융사고의 파도를 끝내 넘지 못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1월10일 쌍용 부산지점 무역금융 사기 사건과 관련해 조흥은행 전·현직 행장 등 7개 은행 임직원 45명에 대해 대대적인 징계를 내렸다. 위 회장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무거운 ‘문책경고’라는 징계를 받았다.

문책경고는 은행 임원에게는 매우 큰 타격이 된다. 이 징계를 받으면 앞으로 3년 동안은 은행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징계의 효력은 다음에 새로 임원으로 선임될 때만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의 이사회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금융계는 위 회장이 이번 징계로 금융인으로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고 평가한다.

은행 매각 방침에 이은 예고된 겹불행

위 회장에 대한 금감위의 강도 높은 징계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금융사고가 워낙 큰 것이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쌍용 부산지점은 조흥 등 7개 은행에서 수출입 관련 서류를 위·변조해 1137억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14년에 걸쳐 부당하게 제공받았다. 그 중 조흥은행 부산지점의 사고금액이 67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조흥은행이 쌍용의 주채권은행이었기 때문이다. 사고가 진행되던 무렵 위 회장은 조흥은행장이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위 회장에 대한 이번 징계 과정에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위 회장에 대한 제재는 애초 지난 12월27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올린 징계안에 대해 일부 금감위원들이 “조흥은행에 대해 기관제재를 내릴 경우 자동적으로 은행장 등 대표에 대해서도 제재가 가해지는 ‘간주조항’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해 결정이 보류됐다. 기관과 개인을 함께 묶어 문책하는 ‘간주규정’에 문제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번에야 일부 금감위원들이 제동을 건 것은 일부 국회의원들의 압력성 전화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위 회장의 ‘파워’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조흥은행 관계자는 “징계 내용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며 뒷말이 나오는 것을 경계했다. 이번 징계를 놓고 일부에서 조흥은행쪽이 합병이나 매각에 반대해온 것에 대한 ‘보복’성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만 보면 조흥은행과 위 회장은 “밉던 김에 잘 걸린” 셈이 된 것도 사실이다. 금감위와 금감원 고위 간부들은 그동안 조흥은행과 위 회장에 대한 불만을 자주 털어놓곤 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순혈주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그 핵심이었다. 조흥은행쪽이 다른 은행과의 합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독자행보를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막후 영향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조흥은행의 대주주인 정부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위 회장을 은행장에서 물러나게 한 것도 조흥은행 ‘순혈주의’의 중심에 위 회장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위 행장은 연임 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쳤고, 행장추천위원회도 위 행장의 세 번째 연임쪽으로 판단이 기울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단호한 자세로 위 행장은 결국 이사회 회장으로 물러났다. 대신 홍석주 당시 상무를 후임 행장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위 회장은 행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후에서 조흥은행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1939년생으로 올해 64살이 되는 위 회장은 광주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뒤 줄곧 조흥은행에서 일해온 조흥은행 역사의 산 증인이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처음 은행장으로 임명됐다가 3개월 만에 물러났지만, 이후 다시 두 차례나 은행장을 역임했다. 그는 은행장 재임시절 쌍용그룹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등 외줄타기를 벌이며 조흥은행의 독자생존을 성공시켜 조흥은행 직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조흥은행은 매각 직전에 놓여 있고, 자신도 중징계를 받는 등 위 회장의 40년 금융인생도 내리막길이 가팔라지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