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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2.12.20(금) 제43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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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언론인의 정치적 자유 한계는? 정당가입 허용 여부 등 논쟁 확산… 파급 영향력 많아 학계서도 의견 분분
대통령 선거국면을 맞아 언론의 특정 후보 지지, 언론인의 정당가입 허용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12월 5일 <문화방송 100분토론>에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자로 출연했다가 직무정지를 당한 일은 구체적인 토론을 촉발했다. <한겨레> 안팎에서 활발한 찬반양론이 유발됐던 이 사안은 12월13일 홍 위원의 직무정지가 해제되면서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논란은 동력을 얻어 계속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사는 기자들의 정당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윤리강령(사규) 개정 여부를 사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하고, 사내 토론과 공청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경우
홍 위원은 “한겨레 사규의 정당활동 금지조항은 본디 권언유착과 언론을 권력지향의 발판으로 이용하는 사이비 언론인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14년 전 한겨레 창간 당시와 달리 노동자·농민 등 기층 민중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이 합법화된 오늘, 문제 조항은 다만 견제권력의 응집을 가로막는 데만 작용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정당정치 현실에 견줘볼 때 정당활동 금지조항은 실제에서 기자직을 권력지향의 발판으로 이용하려는 기자에겐 어떤 구속력이나 규정력을 갖지 못하는 반면 진보정당 활동은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자는 정당가입의 투명성에 의해 자신이 작성하는 기사에 대한 자기검증을 더 철저하게 하고 일상화하게 된다. 비밀당원보다 공개당원이 자신의 당파성에 합리적 논거와 균형감각을 더 요구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 창간멤버를 중심으로 정당활동을 반대하는 이들은 “예를 들면 어떤 논설위원이 < MBC 100분토론 >에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지지자로 출연했을 경우에도 이를 허용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언론이나 독자로부터 특정 정당의 기관지라고 공격받을 수 있으며, 기사나 편집방향의 공정성에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특정 정당의 당원이 많아질수록 신문 편집이 특정 정당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신문사가 정당 간 정치싸움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겨레신문사의 한 간부는 “일상적 보도활동에 끼칠 영향에 대해 기자 개인이 양심에 따라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다면 윤리강령은 무슨 필요가 있느냐. 외부활동이나 촌지수수 금지 등 윤리강령이 규정하고 있는 모든 일을 개인의 양심에 맡기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본적 권리 vs 편파성 야기
이에 대한 언론학자들의 견해는 크게 엇갈린다. 유일상 교수(건국대·신문방송학)는 “언론인의 정당가입은 해당 언론인이 알아서 할 자유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기자들의 정당가입을 금지한 것은 박정희 정권 시절 야당에 가입하는 기자가 생길 경우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성공회대·신문방송학)는 언론인도 기본권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정당가입이나 정치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워낙 편파·왜곡 보도를 일삼는 신문이 많아 굉장히 위험한 게 사실이다. 또 일반 국민이 이념적인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본 경험이 없고, 정치나 정당을 혐오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강해 언론인의 정당활동에 대한 눈길이 곱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 해결책으로 언론인의 정당가입은 허용하되 조직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일정한 제약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정당에 가입한 기자는 정치부에 배속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제한을 할 수 있으며, 대선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발생하고 있는 기간에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신문사 안에서 정치적 발언에 해당하지 않는 부서가 어디 있겠느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편집부에서 제목을 다는 일에는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여론매체부·사회부·경제부 등에서도 정치적 사안에 대한 보도를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혁남 교수(전북대·신문방송학)는 우리나라 언론의 최고 화두는 공정보도라며 언론인의 정당가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기자가 정당에 가입할 경우 보도에서의 편파성을 어떻게 막겠느냐. 언론인이 특정후보의 당선이나 낙선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 선거법과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주동황 교수(광운대·신문방송학)도 “현직 언론인이 기업체나 정부기관의 위원회에 참여하면 기업체나 정부의 이해관계가 참여 언론인을 통해 지면에 반영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당가입도 이해상충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언론인의 정당가입은 주식보유나 기업체 운영 등과 함께 대표적인 윤리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정당에 가입해서 자신의 신념을 밝히는 건 불법이 아니겠지만 그것이 지면에 노골적으로 드러났을 때는 문제다. 이는 신문이 정당과 관계를 맺는 것이고, 그런 기자가 많아지면 특정 정당의 기관지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문사가 스스로 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문화 성숙의 계기
겉으로 보면 이 논쟁은 법이 허용한 언론인의 정당가입을 언론사가 사규로 제한하는 것이 옳은 행위인가를 둘러싼 것이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한국의 정치·언론 현실에서 언론의 정치적 중립과 언론인 개인의 정치적 자유가 양립할 수 있는지, 또는 언론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모토가 합당한 것인지 등에 대한 폭넓은 논쟁거리를 담고 있다. 이런 논란이 벌어진 배경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객관성의 신화’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언론실태를 잘 모르는 일반인의 경우 ‘언론은 객관적이어야 하고, 실제로 객관적’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선 기간에 각 신문의 보도태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 대부분의 신문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편향된 보도를 한다. 유일상 교수는 “우리 언론들이 흔히 내세우는 ‘불편부당’이라는 것은 일본의 후쿠자와 유우기치가 미국 신문을 본뜬 상업신문을 만들면서 쓰기 시작한 말인데, 이는 당시(20세기 초)까지 보편적이던 정치신문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한 말로서 (존재하지 않는) 사실상 하나의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언론의 객관성이 강조되는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언론인의 정당가입과 정치활동을 금지하지만, 신문마다 이념적 성향이 뚜렷하고 정치색이 짙은 유럽의 언론사들은 특별한 제한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도 언론사의 특정 후보나 정당 지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자유롭게 실시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논쟁이 본격화했다는 것은 우리 정치·언론 문화가 한 단계 성숙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합리적 토론을 거쳐 한 단계 더 논의가 진전되고 해결방안을 찾는 계기로 삼을 만 하다고 언론계에서는 지적한다.
이재성 기자 firi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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