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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머리가 띵! 노무현 후보의 여론조사 수용으로 급물살 탔지만 “둘만의 TV토론 성사될지” 등 지뢰 수두룩
돌파구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
오는 12월19일 대선 때 던지는 한표는 3500만표 가운데 하나지만, 1천명 정도가 대상인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 한마디가 몇만표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노무현 후보가 11월10일 “전국 8개 권역에서 TV토론을 거친 뒤 25일까지 권위 있는 4~5개 여론조사기관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히면서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민경선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진 두당 사이 온갖 논란의 매듭이 ‘여론조사’라는 한마디로 다 풀려버렸다. 정치적 명분 싸움으로 비친 후보단일화 논의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관측이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정몽준 후보도 다음날인 11일 기자들과 만나 “노 후보의 새로운 제안을 주목하고 있다.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만큼 당내 대책기구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이 어느 때보다 거센 비난전을 펼친 것도 그만큼 단일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11일 오전 후보단일화 관련 논평만 6건을 내는 등 단일화 논의에 맹공을 퍼부었다. 노 후보의 결정은 전격적이었다. 노 후보 스스로 “정치적 결단”이라고 표현했다. 가지각색의 후보단일화론을 사전 검토해온 정두환 기획협력실장은 노 후보의 결정을 듣고 당황했다. 그는 “노 후보의 말을 기자들에게 전한 김경재 홍보본부장이 뭔가 잘못 전달한 게 아닐까요. 그동안 경선만 검토했지, 여론조사는…”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국민경선을 양보할 수 없는 원칙으로 여긴 노 후보의 갑작스러운 방향선회는 꽉 막혀버린 정치현실에서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11월10일 저녁, 전남 순천의 한 호텔에서 TV여론조사를 지켜본 뒤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은 역사적 임무기 때문에 정책과 후보가 다르더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결심을 굳혔다고 김경재 본부장이 전했다. 이회창 후보 35.5%, 정몽준 후보 22.7%, 노무현 후보 19.5%가 나온 문화방송 여론조사였다. 지금쯤이면 정 후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차범위 안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 후보에게 뒤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무엇보다 이회창 후보가 저만큼 멀리 달아나는 형세다.
난색 표하는 여론조사 기관들
하지만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여정에는 곳곳에 지뢰가 숨어 있다. 먼저 여론조사의 전제조건이 되는 TV토론이 성사될지 아직은 의문이다. 두당은 11월9일 TV토론을 통한 검증원칙에 합의했고, 이에 앞서 방송사에 비공식적으로 의사타진을 해본 결과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방송사들이 흥행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정 두 후보만의 TV토론회를 진행할 경우 한나라당 등이 ‘몸값 올리기’라며 불공정성을 제기하고 나설 수 있다. 또 여론조사만 할지, 여론조사와 함께 두당의 대의원들로 미니경선을 치러 두 결과를 합산할지, 합산한다면 반영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등도 논란거리다. 민주당은 현재 TV토론 원칙만 철저하게 지키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태도인 데 반해, 국민통합21쪽은 여론조사 100% 반영보다는 여론조사와 두당의 선거인단 투표결과를 절반씩 반영하는 혼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선거인단 가운데 노 후보보다 정 후보를 단일화 후보로 선호하는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을 단일화 협상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도 절충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상되는 큰 어려움은 여론조사 그 자체다. 노 후보가 여론조사 단일화를 밝힌 다음날 갤럽, TNS미디어코리아, 미디어리서치, 코리아리서치센터 등 우리나라 유수의 여론조사기관 담당자들은 즉시 전화접촉을 통해 “두당이 요구하는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그러잖아도 여론조사가 나올 때마다 불리하게 느끼는 후보 진영의 불평으로 인해 시달리는데, 정치권 생사가 걸린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오차범위 안에서 결정돼도 승복
이에 대해 김헌태 TNS미디어코리아 이사는 “최근 두 후보의 지지도 추이를 보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가 표본오차 범위 내 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그마저 회사마다 조사결과가 엇갈리면 우리나라 정치가 코미디가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여론조사 참여자 가운데 이회창 후보 지지층을 배제할지 여부와 그 방안도 숙제다. 통합21의 신낙균 후보단일화대책위원장은 “노 후보를 단일화 후보로 선호하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이 전략적으로 응답하면 여론이 호도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소장은 “설문 문항을 설계할 때 투표를 할지 여부, 지지정당, 후보단일화를 아는지 여부 등을 순서대로 먼저 물은 뒤, 이회창 후보 지지자를 걸러내고 나머지 사람들만을 상대로 지지후보를 물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여론조사 방법에 대해서도 “1~2개 기관이 여러 차례 조사하는 것보다는 5개 정도의 기관이 같은 설문문항을 사용해 물어본 뒤, 체조경기 채점방식처럼 극단적인 두 기관 수치를 제외하고 나머지 3곳의 조사결과를 평균 내는 방식이 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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