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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이슈추적 등록 2002.10.10(목) 제429호

[이슈추적] 노동자의 꿈이 갈라지나

노동연대의 노무현 지지선언 일파만파… 진보세력 지평 확대 주장에 ‘짝사랑’ 비난도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이 만든 ‘개혁과 통합을 위한 노동연대’(이하 노동연대)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노동당을 탈당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영대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호선 전 공공연맹 위원장, 박태주 전 전문기술노련 위원장, 심일선 전 민주금융연맹위원장, 장운 전 대학노련 위원장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공동대표로서 ‘커밍아웃’한 상태다. 노동연대쪽은 현직 민주노총 간부를 포함해 40여명 정도가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후보의 노동특보인 박태주 공동대표는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회당의 집권은 각각 자유당(영국), 녹색당(독일)과 선거연합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물적 토대가 취약한 한국 노동운동도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무현 후보와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의 집단 행동

민주노총은 이들의 집단 행동에 대해 ‘소주잔 속의 태풍’도 안 된다며 의미를 깎아내리고 있다. 노동연대 주요 멤버들이 대부분 전직 간부들인데다 이미 노동운동을 떠난 사람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노당의 산파로서 조직적으로 민노당을 지지해온 민주노총으로선 곤혼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한 이른바 ‘비판적 지지론’이 또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권용목 당시 사무총장이 200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으로 전향한 기억을 새삼 곱씹고 있다. 당시 권 총장의 이탈은 창당 뒤 첫 총선을 치르려던 민노당의 충천한 사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었다.

그런 탓인지 민주노총 공공연맹이 발표한 비난 성명은 날카롭게 날이 서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일부 노동운동 지도층 인사의 개인적 흑심에 의한 정치진출을 신물나게 보아왔다. 그렇게도 보수 야당의 틈에 끼어 죽기 전에 개인적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면 당당히 당신들의 길을 가라! 누가 말리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당신들을 기억하리라.”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노항래 공공연맹 사무국장이 연맹의 성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그는 “정치적 견해를 달리한다고 연맹의 조합원을 향해서 민주노총을 떠나라고 하나? 노동조합은 정당이 아니다. 노동조합의 기본은 민주성과 자주성에 있다”라며 연맹 지도부를 공격했다. 현직 간부가 중앙의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자 찬반양론이 더욱 격해졌다. 노 국장은 이 글로 인한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근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개인적 흑심 표출 vs 민주노총의 오버

현재 민노당 당원은 약 2만여명. 민주노총 조합원 60만명의 2%도 안 되는 수준이다. 민주노총 중앙의 민노당 지지방침이 조합원들의 실제 투표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민노당 지지 방침은 여전히 확고하다. 특히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이 제3정당으로 발돋움한 것을 계기로, 오는 2004년 총선 원내 첫 진출과 함께, 10년 안에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등 한껏 고무돼 있다. “민주노총 내에서 이른바 비판적 지지론은 이미 정리가 된 상태다. DJ 정권을 겪으면서 보수정치세력에 대해 너무 큰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노동자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데 폭넓은 동의가 이뤄진 상태다.”(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노동연대의 노무현 지지선언은 그들의 바램처럼 진보세력의 정치적 지평을 넓힐 징검다리가 될 것인가, 아니면 DJ 때 그랬던 것처럼 짝사랑으로 그칠 것인가? 정치 바람이 노동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재성 기자 firi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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