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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는 의혹만 키웠다 이정연씨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근거 없음’ 발표에도 끝내 풀리지 않은 세 가지 의혹
의혹 1 :: 김길부씨 행적 눈감기 병적기록표 들고 정치권 순회
그러나 이 정도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청장이 무조건 입을 다문 상황에서 검찰이 김 전 청장의 비서관인 박아무개씨, 수행비서 김아무개씨 등을 추궁해 확인한 사실들이기 때문이다. 김 전 청장은 그나마 힐튼호텔 모임 등 예민한 대목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이 97년 당시 현역 병무청장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상당히 정치적으로 행동한 것만은 사실이다. 병적기록표 문제를 놓고 정권에 대해 충성심을 과시하고 다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정연·수연씨의 병적기록표 사본을 들고 여기저기 정권 실세들을 만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는데, 현직 병무청장인 그가 병적기록표를 들고 다니며 보여준 것은 국가공무원법상 기밀누설 혐의와 개인비밀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물론 올 7월로 시효가 완성돼 현재로선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정연·수연씨 병적기록표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이것이 어떻게 김 전 청장이 충성심을 과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이다. 병적기록표가 정상이라면 안기부장이니 청와대 정치특보니 하는 권력 실세들이 병무청장을 만날 까닭이 뭐냐는 것이다. 또 하나, 검찰 발표대로 김 전 청장이 정치인들을 만난 것이 출국인사(권영해 전 안기부장)나 병적기록표 문제에 대한 설명(김광일 특보, 정형근 의원) 등 통상적인 것이었다면 왜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만남 자체를 극구 부인하느냐는 것이다. 정형근 의원의 경우 검찰은 여춘욱 국장의 진술로 병무청장실에서 면담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특히 정 의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김 전 청장은 만난 적도 없고 얼굴조차 모른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협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설명이 없다.
의혹 2 :: 은폐대책회의 감추기 협의는 했어도 은폐는 없었다
여기에 김 전 청장이 당시 서울지방병무청 문서보관고에 잘 보관돼 있는 정연·수연씨의 병적기록표를 빼내 별도로 보관하는 상태에서, 병무청과 국방부가 국회에는 “보존기간이 지나 파기됐다”고 거짓답변을 한 상황까지 덧붙이면, 이 모임의 실체에 대한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김 전 청장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권력 실세들이 여러 번 협의를 거쳐 병적기록표를 공개하지 않기로 하고, 국회에는 ‘없다’고 허위보고를 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사실이라면 병적기록표를 은닉하고, 국회에 거짓답변을 한 대목은 이른바 ‘은폐대책회의’의 결정적 증거가 된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청장과 여 국장만 조사한 뒤 “은폐대책회의가 아니다”고 단정했다. 병적기록표는 안전을 위해 별도로 보관한 것이고, 국회에 “병적기록표가 파기됐다”고 보고한 것은 국방부 실무자의 착오였으며, 힐튼호텔 모임은 병적기록표 공개와 관련해 당사자 동의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결론은 김 전 청장과 여 국장 등 당사자들의 해명을 한치의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점에서 상식 밖으로 평가된다.
의혹 3 :: 실무자들의 말바꾸기 당당한 증언이 착오였다니…
한 검찰 관계자는 이런 현상이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은 초기 수사 착수점으로 삼은 병적기록표 관련 의혹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김대업씨 주장에 신빙성을 두기 어려운 정황들이 드러나자 곧바로 수사방향을 급선회했고, 이런 분위기가 관련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는 것이다. 실제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보면, 상식적으로 의심을 해볼 만한 대목에서 수사가 멈춰버린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의문점에 대해서는 “뚜렷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얼버무리다시피 하면서, 여러 증거 가운데 하나의 증거인 녹음테이프를 내세우며 서둘러 한쪽 손을 들어줬다. 검찰 주변에서 “수사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검찰의 이런 석연치 않은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광섭 기자/ 한겨레 민권사회부 iguass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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