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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군사법제도를 주무르나 지휘관 등의 외압에 맞서 군검찰관과 군재판관의 독립을 주장하는 현직 법조인 9명의 성명
10월17일 군법무관 출신인 현직 판사와 변호사 등 9명이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예비역 군법무관들의 입장’이란 성명을 냈다. 이들의 성명은 군사법제도 개혁을 요구한 첫 문제제기일 뿐 아니라 ‘오직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현직 판사 2명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주요사건 기소 지휘관 결재 얻어야
이들은 성명 첫머리에서 “군사법의 왜곡된 관행을 개인적 차원에서 씁쓸한 기억으로 묻어두려 했고, 군복을 벗은 뒤에는 나름대로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며 그저 먼 추억으로만 돌리려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민간에 검찰과 법원이 있듯 군에는 사법제도가 있다. 죄 지은 군인과 군무원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하지만 군사법제도가 군사기밀 보호와 지휘권 보장 등을 내세운 군의 특수성 탓에 외부의 감시와 견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성역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군사법원법 제21조는 “군사법원의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그리고 재판관은 재판에 관한 직무상의 행위로 인하여 징계 기타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적어도 법률은 재판관의 군사재판에서 독립성을 보장한다. 하지만 예비역 군법무관들이 발표한 성명 곳곳에는 ‘법 따로 현실 따로’를 고백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우리는 군 복무기간 내내 우리의 결정과 재판이 직무상 엄정함과 업무의 공정성을 실현하지 못한 채 군 조직의 명령·복종 체계 속에서 외압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법제도는 군의 특수성을 반영하라는 논리만이 팽배하여 부당한 제도들이 그대로 존치되었고, 그 결과 군검찰관의 검찰권 행사와 군판사의 재판은 절차적 완결성을 위한 요식행위에 그친 채 적지 않은 군형사사건이 사법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군검찰관과 군재판관의 독립성이 훼손당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들이 군법무관으로 복무할때 직접 겪었거나 전해 듣거나 지켜본 경험이다. 성명 발표자들 가운데 한명은 “구체적 사례를 7~8건 정도 갖고 있다. 이 사례들을 익명으로 공개하더라도 관련 당사자들은 어떤 사건이고, 누가 관련돼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소송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어 공개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성명 참가자 가운데 현직 판사나 법률회사에 있는 변호사들은 한층 처신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들은 성명 발표 뒤 다시 모여 사례 발표 여부 등 이후 활동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주장하는 군사법개혁의 뼈대는 △군검찰관 직무의 독립성 보장 △재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지휘관의 확인제도 폐지 등이다. 민간검찰이 권력형 비리 수사 때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듯 군검찰은 지휘권으로부터의 독립이 늘 문제된다고 한다. 군검찰은 부사관·장교 등 간부들의 구속과 같은 신병처리, 간부사건을 포함한 중요사건의 기소 여부 등 결정은 사단장·군단장 등 지휘관의 결재를 얻어야 가능하다. 이들은 “개별 사건에 대한 결재권은 현행법상 근거가 빈약함에도 각급 부대에서는 내규 등에 이를 명시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할관이 형벌 감량시킬 수도
“하지만 전시나 계엄상황이 아닌 평시에 교통사고·폭행·성추행 같은 일반 형사범이나 군납 비리나 독직과 같이 검찰관 직무수행에 독립성이 요구되는 사건까지 모두 지휘관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현재 군사법제도 아래서는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 이들은 군사재판도 지휘관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50여개 사단급 부대까지 설치된 보통군사법원 재판과정에서 법무참모가 재판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군판사보다 계급이 높은 법무참모가 미리 지휘관에게 의견을 묻고, 지휘관이 바라는 대로 형량을 결정해 군판사에게 자신의 뜻이 관철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까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관은 군판사와 심판관으로 구성된다. 보통군사법원은 군판사 2인과 심판관 1인을 재판관으로 한다. 군사법원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재판에서 법조인 자격(변호사 자격)이 없는 심판관이 재판에 관여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군사재판이 지나치게 법률 논리에 치우치지 않도록 해 군의 특수성과 작전의 원활을 고려해 재판의 합리적 운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육군의 보통군사법원의 경우 20년 정도 군복무를 한 중령이나 대령급 장교가 심판관으로 임명된다. 하지만 성명을 낸 예비역 법무관들은 심판관이 외압의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항상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관할관 확인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군사법원법의 관할관은 군사법원이 설치된 부대와 지역의 사령관·장 또는 책임 지휘관으로 한다. 실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모든 군사재판에서 선고된 형량을 관할관(사단장 이상의 지휘관)이 확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감량시킬 수 있게 돼 있다. 성명발표에 참가한 한 법조인은 “문제는 감경 권한행사에는 아무런 기준이 없으며 전적으로 개별 지휘관이 판단한다. 민간사건은 대통령이라야 행사할 수 있는 사면권을 사단장 이상 각급 부대 지휘관들은 재판 때마다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도 아닌 평시에 이런 권한 행사의 정당성을 인정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예비역 법무관들은 전시와 평시를 구별해 평시에는 군형사사법에서 지휘관의 영향을 배제하거나 탈영이나 반란 등을 뺀 나머지는 민간법원이 군사재판을 맡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한 지휘관이나 군검찰관·군판사·법무참모의 선의나 열정에 의해 군사법제도가 개선될 수 없으며 근본적 발상의 전환을 주장했다.
“평시 민간법원이 군사재판 맡아야”
“이 같은 문제들은 군의 사법권과 민간의 사법권이 분리된 상황에서 지휘권이 군사법권 위에 군림하는 현행 제도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군형사사법제도 역시 지휘권을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전시에 효율적 지휘권 행사를 가능하게 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현재의 군사법제도에 깔려 있는 철학을 유지할 것인지, 군대가 신뢰할 수 없고, 자식들을 보내기 두려운 곳으로 남아 있는 구조적 원인 가운데 하나가 군형사사법제도의 틀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판단과 선택에 달려 있다.” 성명을 발표한 예비역 법무관들은 ‘9명이 전체 법무관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느냐’는 일부의 문제제기도 인정한다. 그래서 이들은 제도적 대안을 찾기 위한 다양한 주장과 제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다음달께 성명 발표를 도운 참여연대와 함께 토론회나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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