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2년09월18일 제427호 

별, 벼룩의 간 빼먹었나

행방불명된 육군검찰 수사비 1억5천만원… 김창해 준장과 이동제 상사에 의혹 눈길


사진/ 지난 8월28일 김대업씨 공무원 사칭과 관련해 국회 법사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창해 법무관리관이 피곤한 듯 얼굴을 만지고 있다. (이정용 기자)


육군 검찰 수사관들의 수사비가 어디론가 증발됐다. ‘행방불명’된 수사비는 22개월(2000년 4월∼2002년 2월) 동안 지급된 1억5천여만원. 육군 검찰 수사관 45명이 다달이 18만원씩(2000년 12월까지는 12만6천원) 받았어야 할 돈이다. 이 기간에 육군본부가 수사관 개개인의 이름으로 개설된 예금통장에 꼬박꼬박 수사비를 송금한 사실은 확인된다. 그러나 이를 받았다는 수사관은 아무도 없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통장·도장 확보한 뒤 족족 가로채

사실 수사비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횡령하거나 착복한 것이다. 수사비가 증발된 기간은 현재 국방부 법무관리관인 김창해 준장(육사 36기)이 육군 법무감으로 재임한 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일선 수사관들은 김 준장과 그의 측근인 이동제 상사에게 의혹을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상사는 국방부와 육군본부를 오가며 김 준장과 줄곧 근무를 같이했다.

횡령방식은 매우 원시적이었다. 김 준장이 육군 법무감으로 취임한 직후 전국의 수사관들은 이동제 상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통장을 개설해 도장과 함께 육군 법무감실로 보내달라는 요구였다. 전화로 요구했으니 관련 공문도 남아 있지 않다. “무슨 이유로 통장을 보내달라는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돈을 넣어주겠거니 짐작했다. 그런데 그 뒤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몇달 뒤 은행에 찾아가 입출금 내역을 확인해봤더니 통장에 돈이 입금되자마자 다시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느 현직 수사관의 얘기다. 이런 사실은 또 다른 수사관의 자필 진술서(사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수사비가 빠져나간 곳은 한결같이 농협 계룡대출장소(지점번호 448·사진)로 확인됐다. 수사관들이 군부대의 위치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따로따로 거주하고 있는데도 돈이 인출된 곳은 똑같이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대출장소다. 육군본부의 경리지원과에서 매달 수사관들에게 돈을 넣으면 곧바로 육군본부의 누군가가 돈을 찾아간 것이다. 당연히 수사관들은 자신들의 몫인 수사비를 만져볼 수조차 없었다. 일단 수사관들의 통장과 도장을 보관한 이동제 상사에게 의혹이 쏠릴 수밖에 없다. 수사관들의 통장과 도장을 확보한 뒤 수사비가 입금되는 족족 가로챘다고 추측하는 게 아귀가 맞는 추론이기 때문이다. 거의 강탈에 가까운 초보적인 횡령수법이지만 서류상으론 완벽하다. 그 돈들을 누가, 누구의 지시를 받아 어디에 썼는지는 수사과정을 통해 낱낱이 밝혀야 할 대목이다.


사진/ 수사비로 입금되자마자 어딘가로 빠져나갔다는 어느 수사관의 자필 진술서와 거래내역.

농협 계룡대출장소의 진풍경

수사비를 찾아가는 날이면 농협 계룡대출장소에선 진풍경이 벌어졌다. 심부름을 맡은 사병은 수사비를 찾기 위해 통장과 도장 45개씩을 갖고 와 예금청구서와 위임장 45장을 일일이 작성해야 했다. 이 사병이 힘들어하면 농협 직원들이 도와주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접한 국회 법사위의 조순형 의원(민주당·서울 강북을)이 조사에 나서자 육군본부는 사건의 은폐와 무마를 시도했다. “9월 초순께 육군 법무감실의 선임 수사관(원사)이 도단위별로 군부대를 돌며 일선 수사관들을 불러모았다. 선임 수사관은 ‘수사비가 문제될 수 있으니 언론기관이나 대외기관에서 물어오면 함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어느 일선 수사관이 털어놓은 말이다. 김창해 법무감이 퇴임하기 직전인 지난 2월부터 수사비는 매달 수사관들의 급여통장에 정상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법무감실이 가져간 수사관들의 통장과 도장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김 준장은 “기자와 이런 내용을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모든 것을 국회에서 증언하겠다”며 사실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이 상사도 “기자가 어떤 수사관과 접촉했는지를 먼저 밝히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역시 사실확인 요청을 거절했다.

군의 검찰 수사관은 군 검찰관의 수사보조를 맡는 부사관(하사관)들이다. 검찰청의 수사관처럼 군 검찰관을 도와 조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직접 수사를 하기도 한다. 한 수사관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짓”이라고 분개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