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2년09월04일 제425호 

뉘른베르크, 르완다, 투비에…

국제사회에는 ‘반인도적 범죄인’에 대한 공소시효 적용 배제 원칙이 관습법으로 확립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나치 전범 처벌을 가능케 한 ‘뉘른베르크 헌장’, 1993년 ‘유고 국제전범재판소’ 규정, 94년 ‘르완다 전범재판소’ 규정 등이 대표적 사례다. 68년 유엔총회는 이미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부적용 협약’까지 체결했다.

개별 국가 차원의 입법 사례도 적지 않다. 독일은 65년, 독일 패망 이후 법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기한을 시효계산에서 제외하는 ‘공소시효계산법’을 제정했다. 특히 형법에 20년으로 규정된 집단살해 등의 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79년 아예 폐기했다.

프랑스도 2차 대전 당시 반나치 레지스탕스를 고문·살해한 투비에를 처벌하면서 공소시효 부적용 원칙을 확립했다. 그는 47년 나치 패망과 함께 도피를 시작했고, 20년이 지난 67년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그런데 89년 투비에가 체포되었다. 프랑스 사회에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 제정된 법률로 그를 소추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법리논쟁이 가열됐다. 고심하던 프랑스 사법부는 국내법상 공소시효는 완성됐지만, ‘반인도적 범죄’에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64년 ‘런던협정’을 근거로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 논쟁 중이다. 지난 95년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과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공소시효를 일부 배제했다. 헌정질서 파괴 범죄와 집단 살해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중대한 공익은 공소시효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 개인의 신뢰보호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적용 범위를 ‘1979년 12월12일과 80년 5월18일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행위’로 엄격히 제한했다. 그 뒤 제기된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 수지 김 사건 관련자 처벌 요구에 대해 검찰은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정을 되풀이했다. 국제법상 공소시효 배제 근거인 ‘반인도적 범죄’와 최근 논란이 된 ‘국가기관에 의한 반인권 범죄’를 동일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9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는 이런 선언문을 채택했다. “국가는 고문과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 책임자를 불처벌로 이끄는 법률을 폐기하고 그러한 침해를 기소해야 하며, 이를 통해 법치주의는 확고한 기초를 갖게 된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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