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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이슈추적 등록 2002.08.14(수) 제422호

[이슈추적] 비리뇌관 ‘연쇄폭발’

김대업씨 병역면제 관련자에 연일 직격탄… 탁월한 병무지식으로 장외설전 주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장외경기’가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1부가 한나라당과 김대업씨 사이의 맞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나, 세간의 눈과 귀는 ‘본경기’로만 쏠리지 않는다. 연일 계속되는 김대업씨의 돌출 발언은 가공할 폭발성을 띤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언론들조차 그 의미와 파장을 해석하는 데 애를 먹을 정도다.

지난 7월31일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아들의 병역면제 과정에 연루됐다며 포문을 연 김씨는 그 뒤 라디오 생방송 등을 통해 충격적인 주장들을 불쑥불쑥 던져놓고 있다. 방송 출연자가 이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해명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출연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런가 하면 출연자의 과거 독직 의혹 등을 제기해 출연자를 궁지로 몰기도 했다.

본경기보다 뜨거운 장외 이벤트

김씨는 8월2일 SBS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연씨 병역면제를 위해 한인옥씨가 관계자에게 1천만원 이상의 금품을 건넸다. 91년 면제 과정, 은폐대책회의와 관련한 녹음테이프 4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지난 7일 자신이 갖고 있는 테이프 가운데 한인옥씨 등이 거론된 것은 1시간 분량이며, 핵심적인 대목은 6분 정도라고 주장했다. 한인옥씨에 대한 주장을 조금씩 조금씩 구체화해간 것이다.

김씨는 병적기록부 조작과 은폐대책회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길부 전 병무청장과도 일전을 치렀다. 선공은 김 전 병무청장이 가했다. 지난 6일 그는 조선·중앙·동아·한국일보 기자들만 따로 자택으로 불러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지난 1월 서울지검에 긴급 체포돼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를 열었다’고 진술했다가 곧 말을 뒤집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그런 말 한 적 없다. 그의 말은 모두 거짓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병무청장은 그만 ‘자살골’을 넣고 말았다. “97년 정연씨 병역 문제가 논란이 일 때 병무청 실무국장인 ㅇ씨에게 정연씨 병적기록부 원본을 별도로 보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서울지방병무청 문서보관서에 있어야 할 정연씨의 병적기록부가 개인에 의해 ‘특별관리’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김동진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병적기록부는 보존기한이 지나 이미 파기되었다”고 진술했었다.

김씨는 다음날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병무청장에게 역공을 가했다. 그는 “진술을 뒤집었던 김 전 병무청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뒤 ‘대책회의 사실을 시인하면 봐줄 수 있느냐’고 내게 물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 전 병무청장이 전날 “당시 김씨가 수사관인 줄 알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나와 김길부씨는 구치소 복도에서 서로 만나 인사하고 이야기까지 했는데 내 신분을 몰랐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면제 판정자의 독직 의혹 폭로하기도

장외경기의 백미는 정연씨 면제판정을 내린 백일서 당시 국군 춘천병원 진료부장이 지난 9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면제 판정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을 때 벌어졌다. 김씨가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즉석 대담이 이뤄졌다. 설전이 오가다 김씨가 대뜸 “나를 모르느냐. 지난 90년 6월 논산병원에 근무할 때 병원장 입회 아래 나한테서 500만원을 받고 정상 신검자에게 척추 디스크라며 5급 면제판정을 내리지 않았으냐”고 따져물었다.

백 전 부장은 “김대업씨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정상인에게 5급 판정을 내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확히 모르겠다”고 얼버무렸다. 김씨는 백 전 부장 자신이 직접 정연씨의 몸무게를 재고 도장도 찍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진료부장은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인만 한다. 키와 몸무게는 신검업무를 맡은 병과 하사관이 재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역비리를 막기 위해 단계별로 여러 사람에게 분산시킨 것이다”고 반박했다.

김씨의 장외경기는 갈수록 거침이 없을 것 같다. 그의 이런 언행을 숨죽여 지켜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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