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2년08월01일 제420호 

MD 그늘에서 ‘대양해군’?

차세대구축함 이지스 선정에 감춰진 진실… 미·일동맹 하위 파트너로 자주국방은 백일몽


사진/ 해상훈련을 벌이고 있는 미 해군 유에스에스 알레이버크(DDG-51)호. KDX-Ⅲ 사업을 통해 우리 해군이 도입하는 구축함은 탑재무기와 시스템, 규모 면에서 이보다 월등하다. (미 해군)


혈세 1조2천억원이 소요될 차세대구축함(KDX-Ⅲ) 전투체계 기종 선정이 마무리됐다. 해군과 국방부는 지난 7월24일 오후 1시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의 시험평가 결과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 체계가 최종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배형수 차세대구축함 사업처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미 해군의 이지스(Aegis)와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에이파(APAR) 두 체계에 대한 시험평가와 협상을 실시했으며, 관련 전문부서들의 평가결과를 해군 무기체계 획득심의위원회에서 종합 심의해 미 해군의 이지스 체계를 차세대구축함 전투체계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 처장은 “차세대구축함이 도입되면 말라카 해협까지 이르는 원해 작전능력과 해상 전투단의 함대함·함대지·함대공·함대잠 등 현존 이지스 체계의 전투능력을 망라하는 것과 함께, 탄도미사일 요격능력까지 갖추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에 도입이 결정된 전투체계는 미국 해군도 아직 보유하지 못한 최첨단 기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군에 없는 최첨단 기종 배치하는 까닭

이번에 도입이 결정된 이지스 전투체계는 ‘베이스라인(B/L) 7.1’ 모델로 현재 록히드마틴사에서 생산 중이며, 한·미·일 해군이 동시에 구매할 예정이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자국군도 아직 실전배치하지 않은 최첨단 기종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군에서는 상당한 성과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언론과 많은 국민도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최첨단 이지스 체계를 도입함으로써 대양해군과 자주국방의 발판을 마련한 것일까?

차기전투기(F-X) 사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듯이, 미국은 그동안 한두 세대 떨어진 무기체계를 한국에 판매해왔다. 이는 한국을 동맹관계의 하위 파트너로 묶어두는 동시에 지속적인 무기 수요 창출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례적으로 이지스 전투체계로 자국 해군도 아직 보유하지 못한 첨단모델을 한국에 판매하기로 했다. 이를 국방부가 강조하는 것처럼 협상 성과로 봐야 할지, 아니면 한·미 군당국이 ‘최첨단 기종’이라는 외피 뒤에 다른 의도를 숨긴 건 아닌지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이 이지스 체계를 베이스라인 7.1로 업그레이드한 까닭을 알아야 한다.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최우선 국가 목표로 내세워온 부시 행정부는 이를 위한 유력한 방안의 하나로 해상방어체제를 구상해왔다. 이 구상의 핵심이 바로 이지스 체계의 개량이다. 해군이 도입키로 한 베이스라인 7.1 모델은 기존의 대공 방어능력을 크게 변경해,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요격 미사일의 유도·통제와 스파이 레이더의 탐지 및 추적범위 확장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미국이 이지스 체계의 개량 등 무기체계 개발과 함께 추진해온 미사일방어전략은 동아시아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가능하면 대만을 이 구상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초기에 ‘불참’ 입장을 밝혔으며, 일본은 새로운 탄도미사일 요격미사일인 스탠더드미사일-3(SM-3)을 공동개발하기로 하는 등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아직까지는 미·중관계라는 핵심변수 때문에 결정된 것이 없다.

한·미·일 해군이 최첨단 이지스 전투체계 모델을 공동 구매해 배치하기로 한 것은, 미국의 핵심적 동아시아 전략이 관철됐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국방부가 이지스 전투체계의 한국 판매를 승인하면서, “이로써 한국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한 것을 단순히 외교적 수사로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

“북한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 대처”


사진/ 차세대구축함은 MD와 무관하다? 해군이 지난 7월24일 국방부에서 차세대구축함 사업 전투체계 기종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재훈 기자)


그러나 국방부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참여 여부는 정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KDX-Ⅲ는 MD와 무관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국방부가 이 같이 주장하는 근거는 세 가지다. 먼저 이지스급 구축함은 탄도미사일 방어와 관련해 하층방어만 할 뿐이지, 상층방어는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지스함 도입사업은 미국이 해상 MD를 추진하기 훨씬 이전인 1985년부터 추진돼왔기 때문에 이와 관련이 없다는 논리다. 마지막으로 도입하기로 한 탄도탄요격용 미사일은 MD용이 아니라 함정 방어용이라는 것이 해군 쪽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군의 해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주장은 한마디로 MD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MD는 기본적으로 다층-다각도로 구성되는 체제다. 여기에는 대기권 안에서 요격하는 하층방어는 물론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상층방어가 포함돼 있다. 이지스함의 경우 요격 미사일로 스탠더드미사일-2블록Ⅳ(SM-2BlockⅣ) 개량형을 사용할 경우 하층방어가 되고, 미국과 일본이 공동개발하고 있는 SM-3를 사용하면 상층방어를 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예정대로 차세대구축함에 탄도탄요격용 미사일로 SM-2BlockⅣ 개량형을 장착하면 이는 명백히 MD 체제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다.

이지스함 도입사업이 미국의 해상 MD 추진보다 앞서 추진되었기 때문에 MD와 무관하다는 주장 역시 말이 안 된다. 이지스함 도입사업이 1985년부터 추진됐다 하더라도, 이 사업의 작전요구성능(ROC)에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이 포함된 시점은 99년 6월 합동참모본부회의를 통해서다. 군은 1998년 8월 말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실험 발사로 미사일 위협이 증대됨에 따라 작전요구성능에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포함시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85년에 처음 소요제기 및 연구가 되었다고 해서 ‘초안’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 아니라, 군의 설명처럼 “안보 위협의 변화에 따라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새롭게 추가한 것”이 분명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탄도탄요격용 미사일은 MD용이 아니라 함정방어용”이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탄도탄요격용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주임무다. 군의 설명대로 MD용이 아닌 함정방어용으로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다면, 탄도탄요격용 미사일이 아닌 대공 미사일을 도입·장착하면 된다. 그런데 왜 비싼 돈을 주고 개발도 되지 않은, 그리고 개발될지도 불확실한 탄도탄 요격 미사일을 도입하기로 한 것인가?

KDX-Ⅲ 사업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이미 정책적으로 MD 불참을 공식화한 상태다. 그런데도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기로 KDX-Ⅲ 작전성능요구에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포함시켰다. 더구나 대포동미사일은 사정거리 2천㎞ 이상의 장거리미사일로 사정거리 500㎞ 이하인 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을 염두에 둔 KDX-Ⅲ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현재의 이지스 체계가 해군에서 소요 제기한 작전요구성능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사업을 강행한 것도 문제다. 또 국회에서 예산 승인을 받은 것은 1척뿐인데 별도의 예산 승인 절차 없이 3척을 일괄 구매키로 한 것 등도 이 사업이 절차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작전요구성능 미흡… MD 참여 수순

이와 관련해 40여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기구인 ‘MD 저지와 평화실현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MD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정책 결정을 군이 번복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 국방부와 해군이 이번 사업과 관련해 획득관리규정 및 국회 예산회계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묻는 국민감사청구와 국정조사권 발동 요구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KDX-Ⅲ가 MD와 무관하다”는 군의 해명은 군 스스로 MD 참여 의혹을 증폭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내년부터 한국에 배치될 미국의 MD 무기체계와 비밀리에 한·미군사동맹 차원에서 조직된 MD 전담기구 등을 고려하면, 군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MD 참여 수순을 밟는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대양해군과 자주국방이라는 외피를 쓰고, 북한 제압과 중국 봉쇄를 21세기 핵심 군사안보전략으로 삼는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하는 셈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civil@peace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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