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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챙겨준 전경련의 침묵 지난 2월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제41회 정기총회에서 어쩌면 역사에 남을 수도 있는 중대한 선언을 했다. “불법적인 정치자금은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재계는 지난 97년에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비슷한 내용을 선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올 초의 선언이 큰 관심을 끈 것은 재계의 의지가 매우 굳어보였기 때문이다. 정치자금과 관련한 재계의 발언은 올 들어 시간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다. 경제 5단체는 3월 들어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정당들의 정책을 봐가며 준다는 것이었다.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4월에 발표한 ‘차기정부 개혁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정치지도자들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일을 고해성사하고, 이를 사면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그러나 전경련은 무슨 이유에선지 그 뒤 슬금슬금 이런 주장에서 발을 뺐다. 공약평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물러섰다.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고해성사 요구는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들도 고백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꼬리를 내렸다. 제 발이 더 저린 것이었을까? 현대와 삼성이 김홍업씨에게 거액의 돈을 건넨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계는 말을 잃었다. 경제단체의 한 간부는 “그동안 정치자금은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마지못해 줬다는 식으로 주장해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그런 변명도 궁색해졌다. 불법 정치자금 관행을 개선할 기회를 또 한번 놓쳤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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