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2년07월17일 제418호 

여성총리 ‘사면초가’

장상 총리 지명자 자격 시비 정치쟁점화… 여론의 뭇매에도 여성계는 ‘엄호’ 태세


사진/ 장상 총리 지명자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용호 기자)


적합한 자질검증인가, 여성총리 흔들기인가.

7월11일 개각에서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이라는 갈채를 한몸에 받은 장상 총리서리가 곧바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큰아들(29)의 미국국적 보유문제, 땅투기 논란, 학력 허위기재 시비 등이 연이어 터져나오며 임명 하루 만에 낙마설까지 나왔다.

국회의 인준절차를 남겨놓았지만 이미 총리업무를 시작한 장 총리서리 쪽은 억울한 표정이 역력하다. 장 총리서리 본인과 총리실은 자격시비를 낳은 몇 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내용은 이렇다.

잇단 논란에 ‘여성 흔들기’ 시각도

미국 유학 중에 낳은 큰아들은 한국에 들어올 때 77년부터 84년까지 시행된 ‘국적정리 서약서’ 지침에 따라 국적을 선택해야 했고, 성인이 된 뒤에는 본인의 뜻에 따라 미국 국적을 유지했다. 경기도 양주군의 땅은 동료교수 5명과 함께 노후설계용으로 구입한 것일 뿐 투기목적이 아니다.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을 프린스턴대학교 신학대학원으로 오기한 것은 단순한 행정상의 실수일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명했음에도 자격시비는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다. 특히 미국 국적 덕분에 군대에 가지 않은 큰아들이 편법으로 한국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 감정을 부채질했다. 장 총리서리 개인의 능력과 의지를 넘어 정치쟁점화한 것이다.


사진/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이용호 기자)


한나라당은 장 총리서리 아들의 미국 국적 보유문제가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기피, 며느리 원정출산 논란으로 불똥이 튈 기미를 보이자 아예 강공으로 돌아섰다. 7월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논평을 냈고, 다음날에는 총리서리제도가 위법이라며 장 총리서리의 당대표 예방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의혹과 자격에 대해 짚을 건 짚겠다”는 태도를 밝혔으나, 한나라당에 대해 이회창 후보의 며느리 원정출산 의혹 등을 부각시키며 맞불을 놓을 작정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7월29일, 30일 열리며 31일 인준투표를 한다.

여성총리라는 ‘대의’와 쏟아지는 ‘비판여론’ 속에서 주춤하던 여성계는 일단 장 총리서리 ‘엄호’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이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지나친 여론몰이는 성급하다.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해 풀어갈 문제이다”라는 의견을 밝혔고,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상류층의 고질적 관행인 미국 국적 보유문제말고는 부동산 시비나 학력 시비는 여성총리에 대한 언론의 ‘악의적 관심’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는 견해를 내보였다. 그러나 여성계는 김무성 비서실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태세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7월14일 김무성 비서실장 사퇴와 한나라당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비서실장은 7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 유고 정보를 인용하며 “대통령 유고시 여성총리가 국방 등 국정을 맡을 수 있겠느냐”는 발언을 해 청와대와 여성계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7개월짜리 총리, 대통령 얼굴마담, 여론무마용 깜짝쇼 등 일부 냉소적 반응이 나오기도 했으나 ‘여성총리 임명’이 역사적 사건임을 부인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특히 장 총리서리의 등장은 프랑스 최초의 여성총리인 에디트 크레송이 등장한 것과 비슷한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어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걸프전 파병과 경제불황, 이민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미테랑 대통령은 “어려움을 돌파할 용기와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협력자”가 필요했고, 그렇게 선택한 대상이 크레송이었다. 남성 각료들과 잦은 마찰을 빚고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에 시달리던 크레송은 1년이 안 돼 물러났지만 그가 한 일들은 훗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그의 퇴임을 계기로 남녀동수의원 선출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져 유럽의회의 남녀동수 정당명부제라는 결실을 맺었다.

장 총리서리는 총리직을 수행하기도 전에 자격 논란이 일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사실 자체보다 석연치 않은 해명과정에서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는 점은 장 총리서리의 이후 행보에 그늘을 드리운다. 한 여성계 인사는 “여론이든 정쟁이든 자신에게 가하는 흔들기에 대해 변명 외에는 아무런 대처를 못한다는 것이 자격에 대한 가장 큰 시빗거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인준을 받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사기는 어렵게 됐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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