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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에 가면 목돈 챙긴다? 한국항공 사장 선임 방조한 공직자윤리법… 제도적 허점 많아 불법행위에 속수무책
공직자 부패를 막기 위한 제도들이 제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불법 주식투자를 막기 위해 도입한 ‘고위공직자 주식거래내역 신고제도’는 공직자들에게 면죄부만 안겨주고, 공직자들이 기업체와 유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퇴임 공직자 취업제한제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 20%가 주식투자로 재테크
주식거래내역 신고제도는 지난 2000년, 벤처붐이 일면서 공직자들의 주식로비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정부가 2001년에 도입했다. 윤리위원회는 그동안 고위 공직자의 주식투자와 관련해 7건의 자료제출 요구나 서면질의를 했고, 금융기관 등에는 모두 59건의 자료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법 주식투자 혐의가 있어 법무부 장관에게 조사를 요청한 경우는 1건도 없었다. 고위 공직자들인 만큼 몸조심을 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그것보다는 이 제도가 공직자의 불법 주식투자를 적발하는 데 전혀 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신고대상에서도 빠져 있어 이들의 불법행위는 아예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전 재경부 사무관 방아무개씨는 윤태식씨한테 ‘패스21’ 주식 1200주를 싼값에 넘겨받았으나, 지난 1월 윤씨의 아내 살해사건 조사과정에서야 뒤늦게 그 사실이 적발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 제도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주식거래내역뿐 아니라 취득 경위와 자금원까지 일반에 공개하고, 윤리위원회가 조사권을 갖도록 해 심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일정 직급의 공직자에 대해서는 업무와 관련이 있는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아예 취득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운용으로는 이 제도가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처럼 그저 ‘연례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 육군참모총장인 길형보씨가 전역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취업승인을 받지 않고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에 선임된 데 대한 윤리위원회의 처리(<한겨레21> 417호)는 법의 허점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공직자윤리법은 취업하려는 퇴임공직자에게 취업 15일 전에 취업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길씨는 취업한 지 한달이 다 돼서야 취업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윤리위원회는 길씨의 뒤늦은 신청에 대해 “이미 취업한 사람”이라며 서류를 국방부로 되돌려보냈다. 심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윤리위원회의 처분대로라면 취업이 제한된 회사에 취업하더라도 취업승인 신청을 아예 하지 않으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임 공직자의 소속부처가 이미 취업해버린 퇴임 공직자를 법 위반으로 고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나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윤리위가 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그런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
취업 제한도 승인 신청 피하면 그만
참여연대가 최근 윤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넘겨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3년부터 2002년 4월까지 윤리위원회에 취업승인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36명으로 연간 4명꼴에 지나지 않는다. 아예 취업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정부 한 부처에서 퇴직한 뒤 사기업체에 취업한 고위 공직자 가운데 취업제한 대상으로 보이는 7∼8명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취업승인을 신청한 기록이 전혀 없었다. 공직자 윤리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대통령 후보들은 마침 부패청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연내에 마련하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말은 앞세워도 막상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는 알맹이를 빼버리곤 해온 정치권이 이번에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지 주목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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