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2년07월10일 제417호 

미군들의 ‘무법천지’

불평등 협정에 범죄도 면죄부 일쑤… 교통사고·절도·폭행 등은 신병인도 못해


사진/ 미군은 사건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2000년 7월 한강 독극물 방류와 관련해 주한미군 공보실장이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종수 기자)


‘양키의 난’. 90년대 초반 한 언론인은 해방 이후 지속적으로 저질러져온 미군범죄의 역사를 이 한마디로 요약한 적이 있다. 한국사회에서 미군에 의한 불법 범죄행위는 그만큼 다반사로 벌어졌다. 1967년부터 98년 말까지 발생한 미군범죄(미군속 범죄 포함)는 5만82건에 이른다. 범죄에 가담한 미군은 5만6904명으로 집계됐다. 67년 미군범죄에 대해 한국이 부분적이나마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일명 한미행정협정·SOFA)이 발효되기 이전까지의 범죄는 아예 정부 차원의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윤금이씨 사건 이후 미군범죄 공론화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www.usacrime.or.kr ·이하 운동본부)는 알려진 통계를 근거로 볼 때 45년 9월8일 미군 진주 이래 99년 10월 현재까지 일어난 미군범죄가 1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미군범죄는 67∼91년 연간 1100건에서 2300여건씩 발생하던 데서 92년부터 연평균 700∼800건 발생으로 줄어들었다. 운동본부 쪽은 “92년 10월 미군 케네스 마클의 윤금이씨 살해사건을 계기로 ‘미군범죄’가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감시의 눈길이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새 천년 들어서도 미군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미8군 영안소 부소장 앨버트 맥팔랜드(56)가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하도록 지시했다가 정식재판에 회부된 바 있다. 지난 6월23일엔 서울 중구 황학동 벼룩시장의 한 카메라 가게에서 로렌스 스톡스(25) 일병 등 미군 사병 2명이 시계·카메라 등 시가 300여만원어치의 물건을 훔쳐 달아나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등 강·절도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또 지난해 7월1일 밤 오산시청 앞 횡단보도에서는 미군 키르비 로니디 하사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차량에 전정자(당시 61)씨가 치어 뇌사상태에 빠지는 등 미군의 불법운전에 의한 교통사고 범죄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진/ 궤도차량 압사사건으로 인해 미군의 형사재판 관할권 이양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13일 SOFA 합동위원회 제1차 비공식 회의에서 한·미 대표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미군범죄가 빈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불평등한 한-미관계, 무엇보다 미군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실질적으로 가로막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불평등한 구절들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협정 22조는 주한미군 범죄의 형사관할권을 미군 당국에 폭넓게 귀속시키고 있다. 지난 2000년 말 22조를 일부 개정해 살인과 성폭행, 유괴, 마약 같은 12개 중대범죄에 대해선 기소 이전에 미군의 신병을 한국 쪽이 넘겨받을 수 있게 했지만, 미군범죄의 70%를 차지하는 교통사고나 절도, 폭행 등은 여전히 신병을 미군이 관리하게 된다.

특히 공무 중 범죄에 대해선 피해자가 한국민일지라도 미군이 재판관할권을 가진다는 조항은 변함없이 유지됐다. 이에 따르면 형사관할권을 확정하는 주체는 한국 아닌 미군이 된다. 공무 중이었는지 아닌지를 미군이 통보해오기 때문이다. 미군은 한강 독극물 방류를 지시한 맥팔랜드에 대해서도 공무 중 사건이라며 한국 사법부의 재판을 거부했다. 이번 여중생 압사사건도 같은 이유를 들어 미군 군사법정에 피의자를 기소했다.

형사사건 733건 가운데 징역형 8건

미군 당국에 인도된 주한미군 범죄의 자체 처벌은 국내 법정에 비해 무척 미약하다. 지난 92년 법무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1년 미군 당국이 넘겨받은 미군 형사사건 733건 가운데 징역형이 내려진 것은 8건에 불과했다. 한국 정부 또한 미군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의지가 미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67∼87년 사이 미군범죄 3만9452건 가운데 한국이 재판권을 행사한 사건은 234건에 그쳤다. 98년 미군범죄에 대한 재판권 행사율도 3.9%에 지나지 않았다. 운동본부 쪽은 “불평등한 협정 규정을 개정해야 하며, 그 이전에라도 공무 중 사건에 대해 우리 쪽이 재판권 이양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주권행사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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