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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2.06.26(수) 제41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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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마르지 않은 ‘DJ의 눈물’ 둘째 홍업씨 구속은 다른 의혹의 불씨… 검찰수사 개입·대선잔여금 실체 등 불거져
“지난 몇달 동안 저는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책임을 통절하게 느껴왔으며… 제 평생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처럼 참담한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6월21일 저녁 7시30분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아들의 구속에 따른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생애 가장 참담한 일’이라는 표현을 썼다. 셋째아들 홍걸씨가 구속된 데 이어 34일 만에 이뤄진 둘째아들 홍업씨의 구속을 맞은 아버지의 침통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현철씨의 국정농단과 무엇이 다른가
김 대통령이 스스로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 비리와 같은 일을 절대로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과 맺은 취임 약속도 잇따른 두 아들의 구속으로 무너져버렸다. 오히려 밝혀진 혐의 내용만을 놓고 봤을 때 홍업·홍걸씨 형제는 현철씨보다 더욱 폭넓게 이권 청탁에 개입했다는 지적도 있다. 홍업씨의 구속영장 혐의 내용에는 업체들로부터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로비청탁 대가로 22억8천만원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홍업씨의 압력이 직·간접적으로 미쳤던 곳으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 예금보험공사, 국세청, 신용보증기금 등으로 확인됐다. 특히 홍업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기업 사장에 대한 내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천만원을 받은 혐의는 대통령 아들이 통치권자인 아버지의 등에 올라타 권력을 전횡하려 했다는 면에서 충격적이다. 지난 2000년 당시 대한주택공사 사장이던 오아무개씨는 부하직원들로부터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한 대정부 로비자금 2천만원을 갹출해 사용한 혐의로 민정수석실의 내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끝났다. 홍업씨는 같은해 ㅅ판지 대표 유아무개씨한테서 국세청 모범납세자 선정 청탁과 더불어 1억원이 입금된 예금통장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홍업씨는 유제인 변호사를 통해 “평소 친분이 있던 유씨한테서 대가성이 없는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 아들과 업체 대표 사이에 이뤄진 돈거래에 대가성이 없다는 말은 보통사람들의 상식에 어긋난다. 이렇게 홍업씨가 업체 등으로부터 청탁 대가로 직접 받아 챙긴 돈만도 2억6천만원에 이른다. 검찰은 홍업씨가 구속된 김성환(전 서울음악방송 회장), 이거성(ㅍ프로모션 대표), 유진걸(ㅍ종건 대표 동생)씨 등 이른바 ‘측근 3인방’이 업체로부터 청탁 대가로 수수한 금품 가운데 20억2천만원에 대해 공범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홍업씨 측근들은 ㅅ건설에 대한 화의 인가, 외식업체 ㅁ사로부터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와 ㅍ종건으로부터 신용보증서 발급관련 청탁 명목 등으로 금품을 수수했다. 이 과정에서 홍업씨는 업체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같이하거나, 해당 공무원들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업씨의 구속은 사건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검찰수사 무마 개입 의혹은 ‘뜨거운 감자’다. 당시 수사팀이 홍업씨로부터 직·간접적인 청탁을 받았는지와 실제 청탁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홍업씨는 새한그룹에 대한 서울지검 외사부의 수사 무마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김성환씨가 98년 ㅁ주택 대표 박아무개씨에 대한 수원지검 특수부의 수사 무마를 청탁하는 과정에도 홍업씨가 연루됐는지 조사해야 한다. 사건을 처리했던 당시 수원지검 특수부 부장은 <한겨레> 기자와 만나 “김씨가 두 차례나 사무실로 찾아와 자신을 홍업씨의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박씨를 잘 봐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김씨가 ‘홍업씨도 박씨에 대한 선처를 바라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구속된 뒤 이례적으로 18일 만에 풀려나 불구속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홍업씨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 밝히기 위해서는 당시 수사팀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DJ 비자금’ 문제로 불똥 튈 수도
검찰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대목은 이른바 ‘대선잔여금’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이다. 홍업씨 쪽은 “김성환씨와 거래한 자금 가운데 최대 10억원은 1997년 대선 때 운영하던 선거홍보기획사 ‘밝은세상’에서 쓰고 남은 돈”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이 이 돈의 출처를 끝까지 추적할 경우 ‘DJ 비자금’ 문제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홍업씨는 또 아태재단 전 행정실장 김병호씨와 김성환씨 등을 통해 28억원을 세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업씨 관련 계좌를 뒤지다 국정원 쪽에서 흘러든 수억원대의 수표들을 발견해 이 돈의 흐름을 추적해온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검찰수사의 끝을 가늠하기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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