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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이슈추적 등록 2002.06.12(수) 제413호

[이슈추적] 차세대 구축함도 수상해…

탄도탄 요격 기능 둘러싼 논란… 미국 미사일 개발 실패할 경우 MD 무기체계 택할 것인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은 없는가? 대형 무기도입 사업이 줄줄이 걸려 있는 국방부가 또다시 시끄럽다. 안팎의 빗발치는 비난 속에 차세대 전투기(F-X) 기종 선정작업을 끝내고 한시름 놓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차세대 구축함(KDX-Ⅲ) 도입사업이 말썽이다.

국방부는 오는 2008년 첫 전력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7천t급 차세대 구축함에 장착될 전투체계 선정작업을 지난 5월 말까지 마무리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입찰 참여업체가 ‘불공정 경쟁’이라며 반발하고 나선데다, 군 작전요구성능(ROC)에 따라 작성된 전투체계 제안요구서(RFP)를 개정 요구까지 나오면서 시한은 6월 말로 연기됐다.

요격용 미사일 확보 가능한가

전투체계 기종선정 뒤 전력화 단계에서 군의 작전요구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지금으로선 입찰 참여업체 모두 작전요구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게다가 차세대 구축함 도입 사업에서 (단거리) 탄도탄 요격기능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미사일방어(MD)체제 참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자칫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이어 또다시 대형 무기도입 사업을 둘러싼 논란으로 온 나라가 들썩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차세대 구축함 사업은 한국형 구축함(KDX) 사업의 3번째 단계로, 모두 2조9608억원을 들여 이지스급 구축함 3척을 도입하는 대형 무기도입 사업이다. 지난 1985년 최초 소요제기와 함께 시작돼 1세대라 할 수 있는 3천t급 구축함은 광개토함을 필두로 96년 이후 차례로 실전배치에 들어갔으며, 2세대인 4천t급 1번함도 지난 5월 진수를 마치고 성능시험을 거쳐 내년 말께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이지스급 구축함 도입사업은 20여년을 이어온 한국형 구축함 도입사업의 완결판인 셈이다.

해군은 차세대 구축함 작전요구성능에 고성능·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체계를 포함해 3차원 정보를 수집, 원거리 대공방어 및 대함전 능력과 함께 탄도탄 요격능력을 전투체계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록히드 마틴의 이지스(Aegis) 체계와 네덜란드 탈레스의 에이파(Apar) 체계를 차세대 구축함 전투체계 입찰에 참가하는 경쟁대상 장비로 선정한 것도 이들 업체가 탄도탄 요격 시스템 개발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투체계 선정작업은 이미 지난 5월말 자료평가와 해외 현지 시험평가를 마친 상태며, 현재 가격 및 사양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선체 건조를 위한 기본설계 작업을 현대중공업이 벌이고 있으며, 오는 2004년께 공개경쟁을 거쳐 함 건조 업체가 결정될 예정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탄도탄 요격체제의 핵심인 요격용 미사일(SM-ⅡBlk4A) 개발을 추진하던 미 국방부가 지난해 12월14일 비용초과와 개발일정 지연 등을 이유로 이를 전격 취소한 것이다. 해군은 1998년 8월 작전요구성능을 확정한 뒤 이를 토대로 작성한 제안요구서에서 “전투체계는 새로운 탄도탄 방어 유도탄을 통제·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은 당시 미국이 해군지역 미사일방어(NATMD) 계획에 따라 개발 중이던 ‘스탠더드미사일-2블록ⅣA’(SM2BlkⅣA) 미사일로 명시했다. 이 때문에 요격용 미사일 확보가 어려운 탈레스 쪽은 우리 해군이 이를 미국 쪽에서 확보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를 통제·유도할 수 있는 전투체계 및 탄도탄 요격 미사일 간의 연동체계를 확보하겠다고 제안했다.

미사일 개발 계획이 취소되자 탈레스 쪽은 “제안요구서의 핵심인 요격용 미사일 개발이 취소된 만큼, 요격 미사일 통제·유도 능력을 명시한 제안요구서는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제안요구서가 현실적이지 않은데도 해군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미국 이지스 체계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이 기존의 스탠더드 미사일-2블록Ⅳ(SM-2BlkⅣ)를 개량해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SM-2BlkⅣA)을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며, 한국 쪽에도 추가 개발비용 부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까지 떠돌기 시작했다.

미 아직까지 구체적 계획 발표 못해

국방부와 해군은 “스탠더드 미사일 개량형 개발을 위한 비용은 단 한푼도 부담할 계획이 없다”며 “최악의 경우 탄도탄 방어능력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비용부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한다. 요격용 미사일 개발비용을 조금이라도 부담할 경우, 미국 주도의 MD 계획에 정식으로 참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탈레스 쪽의 반발에 대해서도 국방부 주변의 반응은 차갑다. 탈레스 쪽이 요격용 미사일 문제를 빼면 이번 입찰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 탓이다.

문제는 요격용 미사일 개발계획의 성공 여부를 현재로선 확신할 수 없다는데 있다. 해군 쪽은 미국 정부가 이를 보장했다고 말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도 “미 국방부 앨드리지 차관을 비롯해 캐디시 미사일방어국장(공군 중장) 등이 요격 미사일 개발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보장하는 서한을 여러 차례 보내왔다”며 “지난 5월 초 열린 한-미 해군회의에서도 미국은 이 같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이 “캐디시 장군이 공식서한을 통해 ‘이미 실증된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인 스탠더드 미사일-2블록4에다 직접 가격하는(Hit-to-Kill) 능력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해 오는 2008년 이전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보도를 쏟아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미사일 개발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미 미사일방어국(MDA)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기존 미사일 개량문제에 관해 최근 미사일방어국에 문의했으나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기존 미사일의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요격용 미사일(SM-3)의 성능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정도의 답변이 고작이었다”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요격용 미사일을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그렇지만 책임 있는 당국자들의 보장을 믿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미국의 요격용 미사일 개발보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은 이를 이지스 전투체계(AWS)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산하 작전실험평가국(DOT&E)은 올 초 의회에 제출한 2001년도 연차보고서에서 “이지스 전투체계 아래서 탄도 미사일 요격과 기존의 대공·대함 방어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데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음속을 쉽게 뛰어넘는 탄도 미사일을 감식·추격해 요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전투체계에 과부하가 걸리는 탓이다. 이에 따라 작전실험평가국은 “전력화를 앞두고 있는 이지스급 구축함 가운데 일부는 탄도탄 요격기능 없이 진수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방부는 지난 6월5일 출입기자를 상대로 차세대 구축함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종천 획득국장은 “우선 해군이 시험평가 결과와 함께 미 국방부로부터 새로운 스탠더드 미사일-2블록4 시리즈 개발계획이 확실한지 그리고 이 요격 미사일을 차세대 구축함의 첫 전력화 시기인 오는 2008년에 맞출 수 있는지를 최종 확인한 뒤, 그동안 평가 및 협상결과를 발표하고 대상장비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기냐 MD냐

그러나 해군은 여전히 ‘미국의 입’에 의지한 채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해군 관계자는 “취소된 요격용 미사일 발사 실험 당시의 이지스 전투체계(베이스라인 6.3)보다 향상된 전투체계(베이스라인 7.1)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기존 전투체계가 안고 있던 문제점이 모두 해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베이스라인 7.1’ 모델은 해군이 도입하기로 한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가운데 최신형에 탑재되는 전투체계로, 기존의 스파이-1D를 개량한 스파이-1D(V) 다기능 레이더를 장착해 성능을 높였다. 또 기존의 중앙집중식 시스템 방식을 연합식으로 바꿔 데이터 분산처리를 통해 시스템 안정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은 기존의 스탠더드 미사일-2블록Ⅳ(SM-2BlkⅣ)나 스탠더드 미사일-3(SM-3)을 탑재할 수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한다.

스탠더드 미사일-3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요격용으로 미국과 일본이 공동개발을 진행 중인 MD 무기체계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차세대 구축함 전력화 단계에서 (단거리)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 개발이 실패할 경우, 우리 군은 탄도탄 요격능력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MD 무기체계인 스탠더드 미사일-3을 선택할 것인가. 그럴 경우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차세대 구축함 전투체계 선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오히려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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