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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으르렁대는 MD 미 ABM조약 탈퇴로 제동장치 없어져… ‘선제공격론’에 한반도에도 어두운 그림자
선제공격 대상에는 북한도 포함
미 동부시간으로 6월13일 저녁 9시11분. 캘리포니아주 반덴브르크 공군기지에서 개량형 ‘미니트맨’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굉음과 함께 창공을 가르고 치솟았다. 그로부터 약 20분 뒤, 미 본토에서 7700여km 떨어진 마샬군도공화국의 콰잘라인섬에 위치한 로널드레이건 기지에서 요격미사일이 발사됐다. 평화롭던 태평양의 아름다운 산호섬 상공 225km 지점에서 10여분 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튿날 미 미사일방어국(MDA)은 ABM 조약이 폐기된 뒤 첫 번째 실시된 탄도탄 요격실험이 성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 알래스카주 델타정션에 위치한 포트그릴리 기지에서는 약 640억달러가 투입될 요격미사일 격납고 건설공사 착공식이 열렸다. 걸림돌이 사라진 미사일방어망 구축 작업이 숨가쁘게 진척되기 시작한 것이다.
ABM조약 폐기와 때를 같이해 심상찮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른바 ‘선제공격론’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6월1일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생화학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기술의 전파로 약하고 작은 집단들도 강대국들을 공격해 파국을 불러올 수단을 획득할 수 있다”며 “우리는 미국민들의 안전과 지구의 평화를 소수의 미친 테러분자들과 압제자들의 손에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발 행위와 테러를 하려고 결정하는 나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미 언론은 백악관 참모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과 이란·이라크 등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첫 번째 공격목표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지만, 선제공격론의 위험성은 그것이 이라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메릴랜드대 행정학과 윌리엄 갤스톤 교수는 6월16일치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기고문에서 “선제공격은 미국의 안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고 논박했다. 그는 이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 논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후세인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테러리스트들에게 이를 넘겼다는 확증은 없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려 하며, 과거 행적으로 미뤄볼 때 이를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후세인의 폭탄이 여행가방과 뒤섞여 미국으로 들어온 뒤, 맨해튼이나 워싱턴을 날려버릴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지금 당장 이 같은 위험을 근절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한반도에 MD 무기체계 배치될 가능성 높아
북한이 MD 구축의 명분이자 선제공격의 대상권에 놓인 상황에서 ABM조약 폐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MD는 미 본토 방어뿐 아니라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과 우방국까지 미사일방어망의 우산 아래 두는 것이 목표다. 이미 ABM조약 폐기에 따라 “탄도탄요격시스템 기술을 타국에 이전하거나, 자국 영토 밖에 배치할 수 없다”는 제한도 사라졌다. 3만7천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한반도에 MD 무기체계가 배치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합의에 의해 결정된 바에 따라 미 합중국의 육군·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 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ABM조약의 실효에 따라 미국이 조약에 명시된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려 한다면, 우리 정부는 이를 ‘허여’해야만 하는 형편으로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난 6월1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사일방어망의 개발과 배치와 함께 ABM조약은 동맹국과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위한 노력을 공유하는 것도 금지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공통된 위험에 직면한 동맹국들과 미사일방어와 관련해 긴밀한 협력을 해나갈 것이며, 미사일방어망의 보호를 우방국들에게도 확대할 것이다. 다가오는 몇달 동안 우리는 이와 관련해 새로운 단계의 대화를 해나갈 것이다. 기존의 협력체계와 함께 미사일방어체제(MD??) 개발을 위한 공동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다.” 본토 방어용 MD와 별도로 전방 배치된 미군 및 우방국에 대한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감지됐다. 2001년 2월27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ABM조약이 보존되고 강화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이 발표된 뒤 나온 외교파동이 그것이다. <뉴욕타임스> 등 일부 미 언론이 “한국이 (MD 문제에서) 러시아 편을 들었다”고 보도한 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정부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진화에 나선 정부 관계자는 “한-러 공동성명에 포함된 ABM조약의 보존강화라는 표현은 2000년 핵확산금지조약 평가 회의와 오키나와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 등에서 미국도 합의한 발표문에 들어 있던 표현”이라며 “한국 정부는 한-러 공동성명에 이 표현을 넣으면서 이것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에 반대하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러시아 쪽에 분명히 밝혔으며, 이것이 NMD 문제에 관해 러시아 편을 든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부의 선택은 어디로
이어 같은 해 5월10일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상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이해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ABM조약을 둘러싸고 파동을 겪은 정부는 MD 문제에 대한 입장이 어느새 달라져 있었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새로운 국제안보를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대응으로 MD 구상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표명했다”며 “미국이 MD 구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동맹국 및 이해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가로막았던 장벽이 허물어진 자리에 ‘선제공격’이라는 호적전 논리가 들어섰다. 한 손에는 ‘MD’라는 방패를 들고, 다른 손에는 ‘선제공격’이라는 창을 든 미국은 바야흐로 동맹국의 참여를 요구할 태세다. MD의 어두운 그림자가 한반도를 감싸고 있는 지금, 우리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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