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2년06월12일 제413호 

파업 부추기는 직권중재

보건의료산업노조 차수련 위원장이 벌써 다섯 번째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이번 병원 총파업에 돌입할 때도 차 위원장은 어김없이 구속결단식을 치렀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불법파업의 멍에를 쓰고 해마다 차가운 감방으로 끌려가는 ‘운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필수공익사업장에 적용되는 직권중재 제도 때문이다. 병원파업이 연례행사가 된 것은 병원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된 지난 97년 이후의 일이다.

현행 노동법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사업(필수공익사업)’으로 병원·철도·전기·통신사업 등을 정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면 쟁의 발생시 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에 부칠 수 있고, 중재안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 따라서 노조의 파업에는 불법딱지가 붙고 만다.

직권중재가 병원파업을 ‘유도하는’ 과정은 이렇다. 임단협 철이 돌아오면 병원 사용자들은 교섭을 기피하고 버티기로 일관한다.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쳐주는 직권중재가 있기 때문에 그 뒤에 숨어 노조의 요구안을 묵살하는 것이다. 실제로 직권중재에 재미를 붙인 병원 사용자들은 이를 악용해 교섭 테이블에서 “직권중재안을 받겠다”, “미리 우리(사용자) 쪽 안을 내봐야 손해다”, “버티면 다 정리되고 노조를 굴복시킬 수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흘린다. 이처럼 노조를 비웃으며 직권중재에 기대는 사용자 앞에서 교섭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고, 노조는 ‘교섭결렬-쟁의행위 결의-직권중재 회부-불법파업’이라는 외길로 갈 수밖에 없다. 병원·지하철을 보더라도 직권중재 사업장의 파업이 더 흔한데, 파업을 하지 말라고 만들어놓은 직권중재 제도가 되레 파업을 부추기는 꼴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직권중재는 파업에 불법딱지를 붙이는 장식품으로, 노사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산업평화를 깨뜨리는 법”이라며 “파업 때도 노조가 응급실·수술실에는 최소 인력을 배치하기 때문에 단체행동권을 원천 봉쇄하는 직권중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직권중재는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이라며 한국 정부에 폐지를 권고했다.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은’ 의사들의 집단폐업에는 무원칙하게 대응하는 등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게 정부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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