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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2.05.22(수) 제41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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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숨은 비리 찾아 3만리… 홍걸 구속영장에 나타난 혐의는 빙산의 일각…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의혹 등 보강수사에 바쁜 검찰
현직 대통령 아들이 또다시 포승줄에 묶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지 꼭 5년 만에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5월18일 같은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지난 3월28일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의 측근 천호영씨가 한 시민단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비리 의혹을 폭로한 뒤 50여일 만의 일이다. “최씨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희완씨가 홍걸씨를 배경으로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에 개입했다. 또 코스닥 상장업체인 ㄷ사·ㅅ건설·ㅊ병원 등의 청탁을 해결해주면서 모두 100억원대의 금품을 챙겼다. 최씨와 김씨는 이렇게 챙긴 금품을 홍걸씨와 3:3:4의 비율로 나눴다.” 천씨의 폭로를 시작으로 최씨를 둘러싼 비리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정권의 목줄을 조였다. 검찰수사 결과 천씨의 주장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폭로와 비방·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청와대는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대통령 친인척을 둘러싼 이전투구와 국정 농단이 반복되면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죄값은 애꿎은 국민이 떠안았다.
냄새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구속영장에 나타난 홍걸씨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2001년 4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대가로 최씨를 통해 타이거풀스 주식 6만6천주와 계열사 주식 4만8천주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씨와 홍걸씨가 타이거풀스의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을 위해 관련 공무원 등에게 실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홍걸씨는 또 2000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고층아파트 건립승인 및 조폐공사와 합작사업 알선 등의 명목으로 코스닥 등록업체인 ㄷ사로부터 5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가운데 2억원을 대가성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결과 최씨가 ㄷ사로부터 받은 10억9천만원 가운데 홍걸씨가 5억원, 최씨가 5천9천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영장에 드러난 홍걸씨의 비리 혐의는 검찰이 기소 이전까지 밝혀내야 할 여러 의혹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검찰은 영장에 기재된 것 외에도 주식매각 대금 3억원과 ㅅ건설이 홍걸씨에게 빌려준 돈을 최씨가 대신 갚았다는 4억원 등을 합하면 홍걸씨가 받은 금품이 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걸씨 구속 뒤 검찰수사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을 넘어 관련 법안 입법 시점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최규선씨 고발사건의 핵심은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비리”라고 공언해온 검찰의 태도로 볼 때, 수사범위가 홍걸씨와 최씨를 넘어 정·관계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검찰은 먼저 보강수사를 통해 홍걸씨가 최씨의 다른 이권청탁에도 개입했는지 여부를 캐내는 한편 두 사람이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에 실제로 관여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홍걸씨가 사업자 선정을 돕는 대가로 최씨를 통해 타이거풀스 주식 6만6천주와 계열사 주식 4만8천주를 받았다고 보는 검찰로서는 확실한 공소유지를 위해서라도 그가 ‘발벗고 뛴 흔적’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송씨가 체육복표 사업이 가능하도록 국민체육진흥법을 바꾸기 위해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수시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정치권 설득에 공을 들인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지난 99년 8월에 여야 의원 54명 이름으로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타이거풀스가 국회 문화관광위 주변에 돈과 주식을 뿌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또 사업자 선정을 전후해 국회 문광위 의원 보좌관 등 10여명이 타이거풀스 임원 등으로 영입돼 수천∼수만주씩의 스톡옵션을 받은 사실도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지난 99년 8월 국회 문광위를 통과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원안과는 달리 사업시행 주체를 민간사업자로 바꾼 과정에 수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송씨는 이미 검찰에서 “관련 법안 제정과정 등에서 여야 의원과 보좌관 등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이나, 후원금 명목으로 준 것이지 불법적 자금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송씨가 돈을 건넨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금품 제공 경위와 명목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이미 입법과정에서 타이거풀스 주식을 차명 보유하는 등 금품을 받거나 골프·향응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10여명을 출국금지 조처하고, 관련인사 40여명을 놓고 소환대상 선별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복표 사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자금을 쓴 10여개 기업이 사업 신청서 제출시한인 2000년 10월을 전후로 약속이나 한 듯이 잇따라 사업을 포기한 것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홍걸씨가 2000년 7월 말 포스코 유상부 회장을 만난 지 두달여 만에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데이타가 돌연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에서 탈퇴한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홍걸씨의 이권개입 의혹과 관련해 포스코가 2001년 4월 최규선씨의 요청으로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시가보다 비싼 70억원에 사들인 배경도 보강수사가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주식거래와 관련한 홍걸씨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유 회장의 소환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김희완, 당신이 필요해
홍걸씨가 주식의 고가매입에 관여했는지와 함께 최씨가 주식거래를 주선하고 받은 24억원 가운데 일부를 받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수배 중인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희완씨의 신병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그는 홍걸씨와 마찬가지로 타이거풀스 주식보유 의혹을 받고 있는데다 최씨의 보유주식 규모 등에 대해 가장 소상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또 ‘최씨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한테 2억5천만원을 건넸다’는 민주당 설훈 의원의 폭로에 대한 수사에도 그의 진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설 의원 폭로의 배후인물로 꼽히고 있는데다 최씨와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의 통화내용이 담겼다는 녹음테이프의 존재 여부와 향방도 김씨를 통해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검찰은 본다. 김씨를 붙잡기 위해 서울지검이 특수부 부부장급 검사를 주임검사로 삼아 추적반을 확대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검찰 출두에 앞서 홍걸씨는 구약성서 잠언편을 되풀이해 읽었다고 한다. 자신의 ‘지혜롭지 못한 처신’을 후회하면서 구치소로 향한 대통령의 아들에게 ‘지혜의 왕’ 솔로몬은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교만한 눈과 거짓된 혀,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리는 손과 악한 계교를 꾀하는 마음, 빨리 악으로 달려가는 발과 거짓을 말하는 망령된 증인과 형제 사이를 이간하는 자를 경계하라….”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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