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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2.05.02(목) 제40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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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정권의 심장에 구멍이 뚫린다 대통령 두아들 비리의혹 확인 단계로… 권노갑씨 검찰 소환 맞물려 정권에 치명상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인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의혹과 관련된 각종 물증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간 수사상황을 브리핑하는 검찰의 발언은 여전히 신중하지만, 은연중 전과는 다른 자신감이 묻어나고 있다. 검찰의 칼날은 이제 김대중 대통령의 둘째 홍업씨와 셋째 홍걸씨, 두 아들의 최측근을 겨냥하고 있다. 두 아들 본인의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맞춤하게 동교동계의 대부 권노갑 민주당 전 고문의 비리의혹도 검찰 수사망에 포착됐다. 여기저기서 출몰하던 이런저런 게이트 스캔들은 일파만파로 번진 끝에 이제 정권의 핵심부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홍걸씨 ‘뒷거래’ 조사… 여론의 분노
대통령의 아들들 가운데 가장 급박한 처지로 내몰린 이는 셋째 홍걸씨다. 최규선씨 비리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차동민 부장검사)는 홍걸씨 소환에 앞서 그의 동서인 황인돈씨를 집중 압박하고 있다. 황씨는 홍걸씨와 최규선씨 사이의 ‘뒷거래’를 연결해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지난 4월24일 변호인을 통해 “최규선씨에게 받은 종이 쇼핑백을 홍걸씨에게 전달했으며, 내 회사 직원 명의로 된 스포츠토토 주식들도 내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홍걸씨가 국내 체류시 무상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진 ㅅ건설 소유 강남 사무실에 대해서도 “그 사무실은 내가 사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홍걸씨가 사무실의 실제 사용자라는 의혹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그의 이런 발언은 최규선씨의 비리의혹을 처음 폭로한 천호영씨의 주장과 맞아떨어진다. 천씨는 경실련 사이트에 올린 폭로글에서 “최씨가 수백만∼수천만원씩을 봉투에 담아 여러 차례 홍걸씨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황씨를 상대로 △홍걸씨에게 전달한 봉투의 성격 △홍걸씨 몫으로 지목된 타이거풀스 주식을 차명 보유하게 된 과정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최규선씨의 소환과 동시에 잠적한 황씨가 검찰 출두 전 홍걸씨와 관련된 미묘한 정황을 털어놓은 것은 그가 마음의 정리를 마쳤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황씨가 자신의 변호를 부탁한 양인석 변호사에게 홍걸씨의 변론도 함께 맡아줄 것을 요청한 점도 관심을 끌었다. 양 변호사는 “황씨가 홍걸씨의 의사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밀접한 두 사람의 관계로 보아 홍걸씨 쪽의 사전 내락이 있지 않았겠냐는 게 검찰 쪽의 분석이다. 검찰이 최근 확보한 최규선씨의 각종 비리의혹 관련 자료도 황씨의 진술 못지않게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최근 게이트 정국의 핵심 뇌관으로 떠오른 최규선씨의 녹음테이프와 함게 최씨가 감춰둔 타이거풀스 주식 관련 기록과 비밀장부를 ㅅ은행 대여금고에서 찾아냈다. 검찰은 이들 자료들이 최씨의 체육복표 사업 등 이권개입 의혹을 밝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 자료를 토대로 송재빈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 대표 등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해 최씨에게 건넨 15억원과 주식 등이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로비 대가인지 등을 직접 조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홍걸씨의 주식 및 현금 수수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점점 조여드는 검찰 수사망 못지않게 고조되는 여론의 분노도 홍걸씨를 전방위로 몰아붙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 교포들은 홍걸씨를 미국에서 몰아내겠다며 축출운동에 나섰다. 로스앤젤레스시 인권관계위원회 커미셔너 변창환씨 등 이 지역 원로교포 20명은 4월25일 ‘한인사회 정의실천시민연대’(정실련)를 결성하고, 김홍걸씨 귀국 촉구 등 도피자 축출운동을 적극 벌여나가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홍걸씨는 언론에 보도되는 모든 비리의혹 관련 내용을 ‘그런 일이 없다’는 말로 부정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믿지 않고 있다”며 “그 사실 여부는 본국에 나가 정정당당하게 밝힘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 김홍걸씨의 로스앤젤레스 자택 앞에서 홍걸씨 자진귀국 촉구시위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걸씨가 대그룹 회장들이나 이용한다는 항공기 특일등석을 자주 이용해 한국을 들락날락했다는 사실도 공개돼 홍걸씨의 처지를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신분만으로 호화생활을 해왔다는 그동안의 의혹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재산형성 과정을 전면적으로 조사하라는 사회적 압력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홍업씨의 이권 관련 금품수수 가능성
둘째 홍업씨의 전망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이용호씨 관련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대검 중수부(부장 김종빈 검사장)는 홍업씨의 고교 동기 김성환씨가 기업체로부터 받은 ‘뒷돈’이 홍업씨 쪽 차명계좌에 입금된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는 98년 중견 건설업체 ㄷ주택에서 받은 5천만원을 홍업씨의 개인 사무실 여비서였던 조아무개씨 명의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또 김씨가 ㄷ주택 이외에 다른 기업체들로부터 사업상 청탁과 함께 받은 수억원을 조씨 계좌에 넣어 관리해온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홍업씨가 97년 대선 때 운영한 선거홍보기획사 ‘밝은 세상’에서 홍업씨의 여비서로 일해온 데다 대선 뒤에도 아태재단 직원 신분으로 홍업씨의 역삼동 개인 사무실에서 자금관리 등을 맡아왔다. 아태재단 주변에선 조씨가 홍업씨의 주요 자금 관리를 대행해온 핵심측근의 하나였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정황들은 홍업씨가 김씨의 각종 이권 관련 금품수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거나, 최소한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검찰은 이에 따라 5월2일 먼저 김성환씨를 소환해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와 아태재단 관계자 3∼4명을 소환해 김씨의 차명계좌에서 흘러나와 아태재단 쪽으로 유입된 10억여원의 출처와 성격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김성환씨 소환은 홍업씨를 부르기 위한 마지막 확인절차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김성환씨의 비리의혹을 이미 여러 건 확인하고도 그동안 김씨 소환을 계속 늦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검찰의 이런 행태는 김성환씨를 불러 조사할 경우 곧바로 홍업씨를 불러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었다. 검찰이 김성환씨를 부른 것은 이제 검찰이 홍업씨의 의혹에 대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힐 만하다. 권노갑 민주당 전 고문의 비리의혹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의혹 건과는 별도로 돌출됐다. 그러나 정국에 끼치는 파장은 그에 못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노갑씨를 소환하기로 한 부서는 ‘진승현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특수1부(박영관 부장검사)이다. 특수1부는 권 전 고문이 지난 2000년 7월 진승현씨로부터 돈 5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5월1일 권 전 고문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4월20일 권 전 고문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권 전 고문은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진씨로부터 진씨 계열사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이와 관련해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돼야 사람을 부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야당에 의해 각종 게이트에 단골로 오르내리면서도 한번도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권 전 고문이 마침내 사법처리될 수도 있음을 시사해주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씨에 대한 소환 등 조사를 거쳐 혐의가 확인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엄정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 고문이 받은 돈의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검찰은 권 전 고문에게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의 대부로 불려온 권 전 고문은 그동안 진승현씨 사건말고도 이른바 정현준·이용호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 수사 때마다 배후로 지목돼왔다. 이번에 진씨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동안 권 전 고문이 받아온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권 전 고문의 소환수사에 이르게 된 것은 이른바 ‘진승현 리스트’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권 전 고문과 함께 김방림 민주당 의원의 추가 금품수수 사실을 밝혀낸 것도 리스트 덕분이라는 주장도 가세해 가뜩이나 뒤숭숭한 정치권을 뒤흔들어놓고 있다.
동교동계 대부의 수난… 대통령은 결단하라
검찰 수사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4월26일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이 조사 중이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조사결과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본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진 않았다. 그러나 급진전되는 검찰 수사는 이런 대통령의 대응이 안이한 것이었음을 점점 입증하고 있다. 이제 사태는 대통령이 직접 아들문제를 사과하기 이전에 검찰이 먼저 아들들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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