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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직선제를 흔들어라” 교수협의회가 뽑은 이필상 후보 무시한 고려대 재단… ‘한 지붕 두 총장’기묘한 체제
재단 쪽 “절차에 하자 없다”
고려대가 이런 웃지 못할 지경까지 오게 된 과정을 따라가보자. 고려대 교수협의회(회장 백영현· 재료금속공학과 교수)는 지난 3월 제15대 총장 후보선출을 위한 교수 직선투표를 거쳐 이필상 교수(경영대)와 이기수 교수(법대)를 각각 1, 2순위자로 뽑았다. 현직 교수 980여명 중 720여명이 참여한 이 결과에 따라 교수협의회는 두 교수를 고려대 재단인 고려중앙학원(이사장 김병관)에 총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재단은 교수협의회 쪽의 추천을 무시한 채 느닷없이 재단추천 총장 후보로 김정배 현 총장을 별도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5월3일 김 총장을 제15대 총장에 전격 재선임했다. 교수협의회에서 직접투표를 거쳐 총장 후보를 지명해 추천하면 이 중에서 총장을 뽑아온 관행을 갑자기 거부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자 교수협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재단이 교수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고려대의 전통과 명예를 한순간에 땅에 떨어뜨리는 시대 역행적이고 반민주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어 1순위 총장후보자인 이필상 교수를 15대 총장 당선자로 공식 선포해 재단 쪽에 맞대응했다. 새 총장의 임기는 6월15일부터 시작된다. 재단 쪽의 일방적인 김 총장 연임 결정에 대해 교수·직원노조·총학생회는 “대학 내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재단 쪽은 총장 선출과정에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총장 선출은 법인의 ‘고유권한’이라는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교수협의회는 어디까지나 친목단체 또는 임의단체일 뿐”이라며 “교수협의회라는 기구는 총장 선출을 규정하는 법인 정관에 단 한줄도 들어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교수협의회 쪽의 총장 후보선출은 자기네들끼리 하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려대는 민주화 열기를 타고 지난 84년부터 교수들의 직접투표로 총장을 뽑아왔다. 교수협의회한테 총장 선임권을 빼앗긴 재단은 총장임명권 탈환을 줄기차게 노려왔고, 지난 98년 법인 정관에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구성을 새로 끼워넣었다. 재단 쪽은 이 총추위를 내세워 “절차에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배 현 총장 역시 이번 선거과정에서 교수협의회 쪽 총장 후보로 나서긴 했다. 그러나 추천인이 단 한명에 그치는 등 다른 교수들에게서 철저한 따돌림을 받자 “교수협의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재단 쪽 총추위에 후보로 등록하겠다”며 중도사퇴하고 말았다. 교수협의회는 자신의 연임을 재단 쪽으로부터 이미 약속받았기 때문에 김 총장이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 직원노조도 “지난해 8월 김병관 이사장이 김 총장을 밀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뒤 누가 교수협의회 추천 후보가 되든 상관없이 김 총장을 연임시키기로 내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재단은 “김 총장 연임은 재단이사 14명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지 김병관 이사장이 시켜서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재단이 초빙하는 이사진은 구두회(LG그룹 고문), 정몽준(대한축구협회장), 이준범(전 고려대 총장), 오명(아주대 총장)씨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학 내 민주주의의 한판 싸움”
재단은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교수·직원노조·총학생회로 꾸려진 비상대책위는 이 사태를 재단개혁문제로 끌고갈 방침이다. 사태가 봉합되지 않을 경우 총장 선출을 넘어 재단개혁으로 불길이 번질 수 있다. 교수들에 의한 총장 직선제 과정에서 보직약속, 패거리주의 등 탈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교수협의회를 통한 총장 선출은 사학재단의 독단과 횡포를 견제하는 대학 민주화의 한축이었다. 고려대 비상대책위는 “교수 직선제를 흔들고 재단의 대학 사유화를 강화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대학 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알림> 위의 기사와 관련해 고려대 총장비서실은 "교수협의회가 총장 후보로 선출한 이필상·이기수 교수 역시 김정배 현 총장과 함께 재단 쪽의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 스스로 등록했으며, 재단이사회가 이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총장 선출 절차를 밟은 것이지 김 총장만을 후보로 내세워 재선임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 2002.06.06 제411호 알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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