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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이슈추적 등록 2002.04.03(수) 제403호

[이슈추적] 대통령 아들 ‘구속 대물림’?

이용호 게이트 김홍업씨 관련 의혹 재수사… 청탁성 돈거래 입증에 수사력 집중

이용호 게이트는 좀체 꺼지지 않을 불꽃처럼 보인다. 지난 3월25일, 105일 동안의 대장정을 마친 차정일 특별검사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해 성역 없이 수사했음을 강조했다. 성역 없는 수사는 ‘대통령의 집사’라는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구속 등 눈부신 성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특검팀도 시간과의 싸움에서는 완전한 승자가 되지 못했다.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한 수사는 애초 수사 원자료를 제공한 검찰로 다시 넘어갔다. 특검팀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4월1일 본격 재수사에 들어갔다.

이용호 게이트 수사는 다시 타오를 것인가. 이를 가늠할 핵심변수는 특검팀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한 의혹들이 품고 있는 잠재적 폭발력이다. 특검팀은 검찰총장 동생과 대통령 처조카, 대통령 집사 등 권력 핵심과 가까운 인물들을 차례차례 구속했다. 그러나 뒤늦게 드러난 대통령 둘째아들에 대한 의혹은 연결고리만 확인한 채 윤곽도 미처 그리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의혹부분이 여전히 미완의 수사대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김성환씨 차명계좌의 진실 오리무중

검찰은 1일 수사계획을 발표하면서 김홍업씨의 고교동기인 김성환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의 차명계좌 운용 등 모두 10건 10명에 대해 대검 중수부에서 직접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홍업씨와 관련해서는 “현재로선 소환할지 안할지도 모른다”면서도 “소환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면 출국금지 조처를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단 홍업씨를 수사대상에서 배제하지 않았음을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대상은 이제 이용호 게이트가 아니라 김성환 게이트, 나아가 김홍업 게이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이 밝혀야 할 첫번째 과제도 김성환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이 6개의 차명계좌로 관리해온 90억원의 성격과 출처, 유통경로 등이다. 특검은 이 돈이 ㅍ토건㈜ 등에서 김씨의 차명계좌로 입금된 뒤 다시 아태재단 관계자나 아태재단 건물 신축을 맡은 건설업체 등으로 출금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김성환씨와 홍업씨 사이의 돈거래는 김씨가 언론을 통해 밝힌 10억원이 전부다. 아태재단 쪽에 따르면 이 돈은 김 부이사장이 김씨에게서 빌려 아태재단에 차입한 것으로, 재단 건물 신축자금과 직원 퇴직금으로 각각 5억원씩 쓰였다.

특검은 90억원 가운데 정상적인 거래성 자금이나 중복계산된 금액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10억원은 문제가 있는 돈으로 보았다. 특검이 지목한 10억원은, 수표로 인출된 시점과 사용시점이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돈이다. 수표는 대개 인출된 뒤 일주일 안에 사용되는 관행에 비춰볼 때, 이 10억원은 통상적인 거래성 자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계좌추적을 완결하지 못한 채 수사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특검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 돈은 세탁 과정을 거친 비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추가 계좌추적을 통해 이 돈의 뿌리를 파헤치면 아태재단이나 홍업씨의 비자금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하면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자금 문제로 불똥이 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물론 이런 의혹들은 아직까지 하나의 가정 수준에 머무를 뿐이다. 그러나 지금 검찰이 보여주는 수사태도를 볼 때 홍업씨가 검찰 수사를 피해갈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검찰은 특검에서 기록을 넘겨받기 전부터 홍업씨에 대한 수사 수위와 관련해 안팎으로 조용히 여론을 수렴했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만으로는 강도높은 수사를 하는 것이 무리라는 의견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 검찰이 다시 모든 부담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강온 양론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두번씩이나 수사하고도 특검이 다시 수사를 하는 걸 지켜보는 치욕을 당한 검찰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한에 이른 상황에서 조직위상을 회복하려는 이명재 검찰총장의 각오도 비장해 정치적 변수가 개입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역대 어느 사건 수사 때보다 막강한 ‘드림팀’을 꾸렸다. 검찰의 이번 수사팀에는 김태정 전 법무장관의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사건, 한보 비리, 임창열 지사 수뢰사건, 초원복집 사건 등 권력의 핵심과 관련한 사건에서 탁월한 수사성과를 낸 검사들이 대대적으로 포진해 있다.

이에 따라 홍업씨도 ‘구속’이라는 외길로 들어선 게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성환씨의 차명계좌를 드나든 90억원이 모두 통상적인 거래성 자금으로 밝혀지더라도 홍업씨가 사법처리를 피해갈 수는 없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전망은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홍업씨에 대한 범죄구성이 가능하다는 법리해석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홍업씨가 김성환씨에게서 받은 것으로 확인된 공사대금과 퇴직금 10억원이 차용증도 없이 건네졌다는 건 상환을 전제로 한 거래가 아니라 사실상 증여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홍업씨는 증여세를 포탈한 셈이 된다.

막강 수사팀 꾸려 “소환은 구속”

더욱이 홍업씨가 받은 돈이 김성환씨 자신의 돈이 아니라 김씨가 여기저기서 끌어모아 건네준 돈이라는 사실도 홍업씨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이용호 지앤지그룹 회장이 홍업씨와 친구 사이인 이아무개 전 한국방송 부장을 통해 홍업씨에게 접근하려고 시도한 사실에서 보듯, 대통령 아들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인물에게 흘러들어간 돈이라면 그 가운데 대가성이 있는 돈이 없을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홍업씨를 소환하면 문제의 돈을 청탁성으로 몰고갈 것이 확실하고, 대통령 둘째아들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홍업씨의 소환은 그 자체로 구속을 전제한 것이 확실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전망이다. 홍업씨를 소환하고도 사법처리를 하지 못하면 야당을 비롯한 여론의 뭇매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수사의 열쇠를 쥔 김성환씨가 최근 언론을 통해 자진출두 의사를 밝힘에 따라 90억원 차명계좌 수사도 곧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아들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은 정치적 수사의 또 다른 이면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강도 높은 수사가 권력핵심에 대한 거듭된 봐주기식 수사의 반작용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책임도 마땅히 권력핵심에서 짊어져야 하지 않을까.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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