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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 충돌, 마침내 벼랑에… 발전 민영화 논란 전면전으로 치달아… 사회적 합의 바탕한 결론 유도해야
막판 타결 실패로 2차 총파업 돌입
지금의 극한대립은 협상테이블이 아닌 거리에서 머리띠를 두른 힘의 대결이다. 그러나 “민영화 수용을 전제하지 않는 한 대화할 수 없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싸움 자체가 어쩌면 ‘또 다른 사회적 합의과정’일 수 있다. 이번 파업이 노동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2차 연대총파업에서 1단계(2일부터 4일까지)와 2단계(9일부터 시작)로 나눠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발전노조 지도부가 농성중인 명동성당에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지만, 어차피 발전 민영화가 물리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파업을 오래 끌고가는 전략에는 이를 통해 민영화 저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합의’로 가는 분위기가 점차 잡히고 있다고 본다. 3월 초 각계각층 988인 선언에 이어 사회원로들과 경제·경영학교수, 사회학·정치학교수, 교육·의료단체, 그리고 문화예술인들까지 민영화 유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에 유학중인 한국인 유학생 40여명도 “대처 정권이 했던 발전·가스 등 국가기간산업 민영화가 실패로 돌아갔는데, 왜 한국이 뒤늦게 따라가려 하느냐”며 발전소 매각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국가기간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세력이 하나의 ‘사회동맹’을 형성해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2차 총파업은 민영화를 앞둔 철도·가스노조가 가세함에 따라 전면전 양상을 띨 공산이 커졌다. 여기에 교사(전교조), 병원노동자(보건의료노조)는 물론 자동차 3사노조(현대차·기아차·쌍용차)도 파업 지원에 나서면서 민간 사업장으로 불길이 옮겨붙고 있다. 산업연구원 박태주 박사는 “공익을 ‘대중의 생명, 재산, 그리고 일상생활 유지에서 불가결한 서비스’로 정의하더라도 공익의 범위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 범위를 재규정하는 건 여러 세력 간의 갈등과 타협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 점에서 전력·철도·가스 등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상품을 국가의 책임 아래 둘 것인지 아니면 시장에 내맡길 것인지를 둘러싼 충돌은 불가피하다. 한국사회가 지금 그런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다. 결국 민영화는 ‘선택’의 문제다. 이를 보여주듯 정부는 민영화가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하는 반면, 민영화 반대세력은 ‘위험한 선택’이고 따라서 민영화 저지투쟁은 미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번 파업사태가 민영화 이후에 대한 경제학적 예측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주보며 달리는 노·정, 대란이 온다
지금의 대결구도는 노-정간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대리인일 뿐이고 싸움의 뒤편에 외국자본이 팔짱낀 채 지켜보는 형국이랄 수 있다. 이는 말기에 들어선 현 정부가 사회적 갈등을 무릅쓰고 골치아픈 민영화를 굳이 강행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민주노총 오건호 정책부장(박사)은 발전소 매각은 차세대 전투기 F-X사업과 닮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차기 전투기를 미국 F-15로 내정한 것처럼, 민영화 고집 역시 정부가 미국자본에 정치적으로 철저히 얽매여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시장을 맹목적으로 확신하는 진념 경제팀 아닌가.” 정부의 민영화 강행에는 또 차기 정부로 넘길 경우 발전 민영화가 무산될 수 있고, 여기서 밀리면 구조조정의 후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노사정위원회로 대표되는 ‘사회적 합의’를 내걸었던 초심은 오간 데 없다. 대화를 거부한 채 외길을 가는 한 파업은 더 길어지고 전력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자원부도 전력수요가 커지는 5월이 오면 전력대란이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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