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2년03월27일 제402호 

공무원노조 맨발로 뛴다

전국 단위 법외노조로 입법화 촉구… 노동기본권 놓고 정부와 일대격돌 예고


사진/ 공무원들이 노조의 깃발을 들었다. 지난 3월23일 전국공무원 노동조합 창립대회에 참가한 공무원들이 경찰들의 진입에 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서경신 기자)


‘법외노조’. 본격적인 공무원노조 시대가 열렸지만 양상은 13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출범할 때와 비슷하다. 법이 노조 결성을 보장하기 이전에 전국 단위의 공무원노조가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먼저 등장한 것이다. 지난 3월16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결성에 이어, 23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민주노총 산하)이 공식 출범함으로써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공직사회는 큰 변화를 맞게 됐다. 물론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불법노조 결성을 주도한 관련자들을 징계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미적대는 정부 압박… 올해 공식화 추진

공무원노조 허용은 김대중 대통령의 약속인데다 지난 98년 2월 노사정 대타협 당시의 합의사항이다. 군인·경찰·교도관·소방관 등은 제외하되 노동조합의 전 단계로 시·군·구 단위까지 공무원직장협의회를 구성한 뒤 2단계로 공무원노조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국민적 여론수렴과 관련 법규의 정비’를 고려해 추진한다는 것뿐 그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 공무원노조가 법외노조로 출범할 수밖에 없게 된 건 여기서 비롯한다.

행자부는 “공무원노조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일관된 방침 속에 지난 99년 공무원직장협의회 결성을 우선 허용했다. 이에 따라 전국 2400여개 행정기관 중 320여곳에서 직장협의회가 결성됐고, 이 가운데 200여개 직장협의회는 전국공무원노조(조합원 6만5천여명)에, 나머지는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조합원 1만5천여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직장협의회 가입대상인 6급이하 일반직, 기능직 및 고용직공무원 40여만명 중 8만여명이 노조에 가입한 셈이다.

문제는 직장협의회 수준을 넘어선 공무원 ‘노동조합’을 언제 보장하느냐다.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둘러싸고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시기상조론만 되풀이하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다 노사정위가 공청회를 시작하자 그때서야 부랴부랴 정부안을 내놓았다. 행자부 유진기 복무담당관은 “공무원노조 문제를 놓고 그동안 국민적 여론을 보고 있었는데 김 대통령의 임기가 다 돼 가는 만큼 정부도 이제 의지를 갖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공무원노조가 먼저 치고 나서 ‘법외노조’를 띄운 데는 정부를 압박해 입법을 앞당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 현 정부에서 노조 결성이 물건너갈 경우 차기정부가 ‘국민적 우려’를 앞세워 공무원노조를 백지화해버릴 우려도 작용했다.

그러나 법외노조로 첫 걸음을 뗀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노조는 “올해 안에 입법을 통해 공무원노조가 허용되더라도 그 ‘내용’이 노동기본권을 크게 제한할 공산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이름을 공무원단체 또는 공무원조합으로 하자면서 ‘노동조합’이란 명칭은 꺼내지도 말라고 선을 긋고 있는 데서 드러난다. 고충해결기구에 지나지 않는 직장협의회 수준으로 공무원노조를 가둬두겠다고 분명히 못박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공무원노조에 대한 국민의 정서적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노조란 명칭은 쓰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 김석 대외협력국장은 “정부가 말하는 여론은 실체가 없는 것”이라며 “여론을 들먹이는 건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줄 의지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단체협약체결권도 논란이다. 전교조는 조합원의 임금, 근로조건 등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을 위한 단체협약체결권을 보장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교조와 달리 공무원노조는 단체협약체결권을 금지해야 한다”는 반면 전국공무원노조는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을 모두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3권 인정받아 공직사회 개혁 추진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175개국 중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대만 등 몇곳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공무원노조는 닻을 올렸고, 허용 역시 불가피하다. 노동운동 쪽에서는 단위노조 가운데 가장 많은 조합원을 거느린 공무원노조의 출범으로 운동의 중심축이 제조업에서 공공부문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공직사회에는 현실적인 힘이 있는 내부감시자의 탄생으로 개혁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전국공무원노조는 “노동기본권 보장뿐만 아니라 전교조가 참교육운동을 해온 것처럼 현장 공무원들이 주도하는 공직사회 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를 이미 구성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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