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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6’세력이 ‘F-15’를 민다 12년전 KFP 사기극의 후속편 F-X사업, 정치권 핵폭풍으로 비화할 것인가
기무사, 오래전부터 공군장교들 내사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기무사령부는 F-X와 관련된 공군 실무장교들에 대해 오래 전부터 매우 정밀한 내사를 해왔다는 점이다. 조주형 대령이 처음 소환된 3월7일 기무사는 자세한 감청기록을 제시하며 조 대령을 압박했다. 소환된 지 단 하루 만에 조 대령의 금품수수 사실을 밝혀낸 것도 이전부터 상시적인 내사가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구속 당시 조 대령의 집에서 기무사가 가져간 일기장과 비망록, 개인 컴퓨터도 관심을 끈다. 여기에는 조 대령이 그간 국방부로부터 받은 외압의 내용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구속 직전 조 대령은 제2차 양심선언을 결행했다. 그 내용이 실린 육성 녹음 테이프는 3월12일 참여연대에서 공개됐다. 주요 내용은 조영길 합참의장과 국방부 획득실장 최동진씨가 F-15K 밀어주기를 위한 외압을 행사했음을 밝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2시간 분량의 녹음 테이프와 1시간 반 분량의 녹음테이프 2개 중 극히 일부 내용만을 공개했다. 공개되지 않은 비망록과 녹음 테이프, 이것을 각기 기무사와 참여연대가 나눠 갖고 있으면서 법정에서 각각 활용할 조짐이다. 어느 것이 더 센지 지켜볼 일이다. 이 싸움은 어디까지 비화되며 그 끝은 어디일까. 민주당의 변호사 출신 송영길 의원은 3월15일 조 대령의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송 의원은 3월14일 김동신 국방장관을 오랫동안 면담하고 특전사에 수감되어 있는 조 대령을 만나는 등 활발한 진상조사 활동을 하고 있다. 송 의원쪽은 이번 F-X 사업이 국민경선제를 통한 대통령 후보 경선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정치적 ‘악재’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송 의원은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여야 개혁파 의원들을 결집하여 조 대령과 F-X 사업의 문제점을 적극 제기할 예정이다. 정권 말기 정치권의 핵폭풍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진흙탕 싸움의 뿌리는 12년 전 한국형전투기사업(KFP)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미국 의회와 국방성, 그리고 한국의 청와대, 국방부 공군과 무기중개상이 뒤섞여 그야말로 도깨비 난장판이었던 KFP 사업에서 빚어진 대소동과 국민 사기극의 후속편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지난 93년 7월9일 이회창 감사원장은 4월7일부터 6월19일까지 54일간 모두 44명의 감사인력을 투입해 실시했던 율곡사업 22개 분야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신문들은 이 감사원장이 7월7일 오전 김영삼 대통령과의 ‘독대’를 마치고 감사원으로 돌아오자마자 감사위원회를 긴급 소집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기자회견에서 이회창 감사원장은 기자회견 당시 비리의혹에 시달리던 권영해 당시 국방부 장관의 무혐의를 유난히 강조했다. 어떤 언론은 7월10일치에서 “이회창 감사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원고에도 없던 권영해 국방부 장관 부분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는 등 실추된 권 장관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려 애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회창, F-16 로비자금에 면죄부를 주다
바로 F-16 로비와 관련된 비자금 폭로다. 당시 조성된 비자금과 그 사용처에 대해서는 93년의 율곡비리 때도 드러나지 않았다. 박 의원의 주장을 근거로 국방부는 국방 비리의 상징처럼 떠오론 린다 김의 백두정찰기 도입 의혹을 비롯한 ‘국방 5대 의혹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기로 결심한다. F-16 로비자금 문제는 현재 3군사령부 법무참모로 당시 국방부 검찰부장이었던 고석 중령이 북풍 사건으로 구속됐던 권영해 안기부장의 할복자살 소동 얼마 후 서울지검으로 찾아가 그를 조사했다.(??) 고석 중령은 당시 국방연구원(KIDA)에 은닉 중이던 비자금 일부가 50억원대의 권영해 비자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사정을 잘 아는 국방연구원 전임 회계실장의 말에 따르면 이 자금은 과거 KFP 당시 F-16으로의 기종변경을 위한 로비자금의 일부임에 분명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비자금 조성이 80년대 말, 90년대 초의 율곡비리가 터졌던 시점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해 면죄부를 준 당사자가 다름 아닌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였음이 드러난다. 이 비자금 조성과 얼마나 깊이 연관돼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금 F-X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주요 인물들 대부분이 당시 F-18에서 F-16으로 기종을 바꾸는 데 공을 세웠던 실무자들이었다는 사실도 가히 충격적이다.
F-16 주도세력이 국방부 점령
현 재향군인회장인 이상훈씨는 하나회 출신이며 과거 F-16 기종변경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이다. 이 인사가 지난해 3월 미국의 F-15K 구매압력이 고조되던 시점에 김 대통령의 미국 방문시 동행한 것도 주목된다. 현재 기무사령관인 문아무개 장군은 F-16으로의 기종변경 당시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의 무관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대미외교의 중요한 축을 이룬 인물이다. 기무사가 프랑스제 라팔을 선호하고 있는 공군 조종사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그의 행적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사실들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과거 F-16 기종변경을 주도했던 세력들이 지금 다시 국방부를 재점령해 이제는 F-15K를 관철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방 최고위층 인맥들의 성격을 분석해보면 ‘전두환식 대외의존 안보사상’이 부활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지금 공군이 공정하게 기종을 결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박정희식 자주적 안보사상’에 대한 저항이라고 보면 된다. 단순히 공군조종사 조 대령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세력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바로 이 점이 12년 전 KFP 소동과 유사한 점이다.
기종결정 가중치 계산의 허실
하지만 기술이전, 계약조건이 기종결정에 미치는 가중치는 국방부 발표대로라면 11.99%다. 이 11.99%의 구성을 보면 핵심기술획득 5.51%, 항공우주산업지원(작업량) 1.97%, 옵셋계약 1.97%, 주계약조건 2.54%다. 미래 항공산업 육성을 위한 기술획득이 5.51%밖에 안 된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여기에 대한 배점에서도 기술이전을 전혀 안 해 주겠다는 공급업체에 대해서도 0점이 아닌 60점 처리를 하겠다는 배점기준이 최근 말썽이 되고 있다. 이 40점의 차이는 가중치에 0.4를 곱한 숫자만큼의 변별력을 가진다는 뜻이다. 결국 핵심기술이전에 완전히 등을 돌려 기술이전을 전혀 안 해 주더라도 기술이전을 100% 해주겠다는 업체와 차이가 5.51%×0.4(점수 최대차)〓2.20%다. 어디 그뿐인가. 국방부는 지난해 4월 해외업체와의 새로운 협상지침에서 절충교역 지침을 30%에서 70%로 상향조정하고 국내 업체 수주물량 부분을 협상 우선순위 D등급에서 A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 즉 이 전투기 사업에서 외국업체만이 아니라 국내업체도 먹여살려 주는 업체에 높은 점수를 두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앞의 계산법에 의하면 이 국내업체 물량에 대한 변별력은 1.97%×0.4〓0.78%, 즉 1%도 안 되는 변별력이다. 라팔이 기술이전으로 100을 해준다고 할 때, 보잉사는 기술이전을 약 70 정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물량도 이와 비슷한 차이를 갖고 있다. 그러면 변별력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데, 2.98%×0.3(예상되는 기술이전과 국내 물량제공 차이)〓0.89%다. 즉 절충교역에 의한 기술이전과 국내업체 물량제공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변수로서의 가치를 전혀 갖지 못한다.
F-15 홍보실로 전락한 국방부 홈페이지
이렇게 보면 조 대령의 양심선언의 의미가 비로소 이해가 간다. 분명히 조 대령은 양심선언에서 국방부가 기술이전을 5% 이내의 가중치로 제한하려 했던 사실을 집중 성토하고 있다. 조 대령의 양심선언에 대해 국방부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특히 외압을 행사했다는 구체적 정황은 당시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해명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1년 반에 걸쳐 공군과 조달본부, 국방과학연구소가 진행해온 성능시험평가 및 협상의 결과가 기종선정에서 주요한 변수로서의 가치가 상실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한 바 없다. 오히려 국방부 홈페이지는 지난 3월15일부터 F-15K 홍보매체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도 들끊고 있다. F-16을 둘러싼 12년 전 사기극의 후속편인 F-15K를 향한 두 번째 대국민 사기극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김종대/ 군사평론가 geong200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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