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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에 브레이크를!” 철도·발전·가스노조 총파업 극한대결 직전서 타결, 본격 춘투의 서막
지난 2월25일 사상 초유의 기간산업 총파업을 강행한 철도, 발전, 가스 등 3개 공공노조 조합원에게 김대중 정부 시절은 늘 ‘파업전야’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런 상황의 한복판에는 정부가 구조개혁의 하나로 추진해온 국가기간산업 민영화가 놓여 있다. 사실 막판으로 치달아온 민영화는 현 정부가 추진해온 구조조정의 마지막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이 민영화를 놓고 벌여온 노·정간 칼끝 대치가 끝내 총파업이라는 극한 대결을 불러온 것이다.
철도, 96년부터 6천여명 감축
현재 공투본은 △민영화 및 해외매각 철회 △공공부문 인력감축 중단 및 충원 △민영화에 대한 대국민 TV토론 실시 등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원칙은 확고하다. “민영화 및 매각 철회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파업이 월드컵과 양대 선거를 앞둔 올해 노사관계를 판가름한다는 점에서 강경대처를 거듭 밝히고 있다. 노조로서도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는 형편이다. 정부가 일방적인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불만이 팽배해 있어 ‘민영화 저지’라는 외길을 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는 지난 4년간의 구조조정이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담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는 노동계의 깊은 울분도 깔려 있다. 철도의 경우 민영화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지난 96년부터 전체 인력의 20%가 넘는 6천여명이 감축됐다. 이런 무리한 인력감축으로 지난해 철도노동자 34명이 과로 등으로 숨졌다. 철도노조가 24시간 맞교대를 3조2교대제로 바꾸자고 요구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총파업은 본격적인 춘투 돌입의 서막이기도 하다. 노동계는 이번 파업을 시작으로 주5일근무제 전면실시 등을 요구하면서 대정부 공세의 고삐를 조여갈 방침이다. 특히 이번 ‘민영화 저항’ 투쟁을 고리로 삼는 한편, “현 정부에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폭넓은 현장 정서를 바탕으로 정부를 압박해나간다는 계산이다. 이렇듯 노동계와 정부가 한치 양보도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정작 공은 국회에 넘어가 있다. 철도 및 가스쪽 민영화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정간 날카로운 대치국면에서 정치권도 눈치보기에만 급급해 하면서 법안처리는 계속 늦춰지고 있다. 민영화에 대한 정책혼선이 지속되는 와중에서 노조가 총파업으로 치고 나선 셈이다. 공투본은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법안처리는 물건너갔지만 언제든 민영화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처리될 수 있다”며 “정부가 민영화안 자체를 거둬들이지 않는 한 싸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정간 '설득력 싸움'
정치권도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데서 보이듯, 이번 싸움은 ‘왜,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라는 논란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부는 민영화로 국가독점에 따른 비효율을 없애고 공기업들의 누적 적자를 털어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는 ‘사회적 성격’을 지닌 산업을 ‘사유화’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게 노조쪽 판단이다. 공공영역을 민간자본의 이윤추구 공간으로 변질시킨다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철도가 민영화되면 원가대비 운임을 따져볼 때 요금이 40% 이상 오를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민간자본은 적자노선을 축소, 폐지할 것이고 민간자본의 이윤동기에 따라 서비스는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경쟁원리 도입을 통한 경영효율화는커녕 거대 민간자본의 배만 불려준다는 것이다. 방만한 경영과 낙하산 인사로 얼룩진 공기업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은 노조도 인정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공공연맹 김철운 교육선전실장은 “구조개편의 처방이 꼭 민영화여야 하느냐”며 “민영화하려면 민간자본이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가 이윤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이 때문에 국민이 낸 세금의 상당부분이 민간자본에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총파업을 부른 민영화 논란은 노·정간 ‘설득력 싸움’의 양상을 띠고 있다. 노조가 민영화에 대한 TV토론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투본은 “국가가 국민에게 주는 서비스란 점에서 기간산업의 적자는 ‘사회적 적자’”라며 “이런 적자는 쌓일수록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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