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2년02월06일 제396호 

침묵에서 논쟁으로

“국가안보 위협하는 병역거부 논의 즉각 중단하라!”

2002년 2월4일 오전 11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준)의 발족 기자회견이 열리는 참여연대 앞에서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민주참여연대네티즌연대와 활빈단 회원 20여명이 기자회견에 맞춰 규탄집회를 연 것이다. 연대회의쪽은 오히려 규탄 집회를 반기는 분위기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관심과 침묵이었다”면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사실은 그만큼 공론화가 진행됐다는 증거”라고 분석한다.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받아들여진 뒤, 찬반양론의 격돌이 거세지고 있다. 때맞춰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도 ‘연대회의’의 발족으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연대회의’에는 군의문사 진상규명과 군폭력 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 등 군폭력 피해자 단체, 기독사회시민연대 등 종교단체,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다양한 영역의 29개 사회단체가 참가하고 있다. 평화인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예닐곱개 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돼오던 양심적 병역거부 모임이 크게 확장된 것이다. 연대회의는 발족과 더불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지지 1천인 선언’을 발표했다. 1천인 선언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 영화인 명계남씨 등 각계 인사 1552명이 참여했다. 연대회의쪽은 “앞으로도 거리서명 활동 등을 통해 지지 선언자들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거리서명 외에도 국제 심포지엄, 수감된 거부자들의 인권침해 감시 활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당장 올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58차 UN인권위원회에 대표단을 파견해 한국 상황을 알린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이번 UN인권위원회 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 이미 연대회의는 민변 명의로 한국 상황에 대한 서면진술서를 제네바 사무국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연대회의쪽은 “1600여명이 수감된 현실이 알려지면 UN인권위원회가 한국에 특별보고관을 파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특별보고관이 파견돼 한국 상황에 대한 보고서가 작성되면 한국 정부에 상당한 압력이 된다. 연대회의는 오태양씨 등 도주의 우려가 없는 병역거부자들의 불구속 수사도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오씨는 오는 2월7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동부경찰서로 출두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유승준과 오태양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이석태 변호사는 두 가지 차이를 지적했다. “오태양씨의 경우는 양심에 따른 선택인 반면, 유승준씨의 경우는 현실적 필요에 따른 기피로 보입니다. 그리고 유씨는 병역 면제를 노리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더 힘든 의무라도 군사훈련이 아니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사람들입니다.” 나라 안팎에서, 긍정이든 부정이든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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