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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동생이 검찰을 '쥐락펴락' 실세 총장 사퇴로 이어진 신승환씨 구속… 검찰간부 상대로 로비 벌였을 가능성도
탄핵 위기 넘겼지만 동생의 구속으로…
지난해 12월8일 거대 야당의 탄핵안까지 돌파하며 강한 생명력을 과시해온 그이기에 피붙이에게 일격을 당하고 쓰러진다는 사실은 어처구니없는 노릇일 수 있다. 승환씨는 전에도 집안에 골치아픈 일을 일으킨 적이 있다. 신 전 총장의 남매 3남1녀 가운데 막내인 승환씨가 1988년 운영하던 삼정해운이 부도나자 미국으로 잠적하는 바람에, 신 전 총장 등 온 집안이 나서서 부도금을 막아주기까지 했다. 큰형인 신 전 총장과는 평소 왕래가 거의 없었으며, 평소에도 큰형을 매우 어려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동생 때문에 자신이 ‘신 연좌제’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이 신 전 총장에게는 억울할 만도 하다. 신 전 총장은 역대 어느 검찰총장보다 실세 총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인물이다. 지난해 5월 안동수 전 법무장관 취임과 함께 같은 날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그가 총장이 됐기 때문에 안동수 변호사가 어부지리로 법무장관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서울 법대 수석졸업, 사시 수석합격…. 과거 정권에서도 출신지역(전남 영암)의 약점을 안고도 ‘사시 9회 선두주자’라는 수사가 따라다녔으며, 대검 차장 시절부터 야당으로부터 탄핵소추 대상이 될 만큼 확고한 ‘차기 검찰총장’으로 인정받아왔다. “아버지도 마음대로 못 다스리는…”이라는 탄식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신 전 총장은 이 일로 자신뿐 아니라 검찰조직 전체의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떠나는 검찰 총수로 기록되게 됐다. 검찰 안에 특별감찰본부까지 만들어가며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했던 신승환씨가 뒤늦게 특검에 의해 구속됨으로써, 검찰조직 전반에 대한 불신만 키워놓게 됐기 때문이다. 특검팀이 검찰에서 밝혀내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 승환씨를 구속한 것이 아니라 조사내용에 대한 해석만을 달리했을 뿐이라고 검찰은 주장하고 있으나, 해석을 달리한 사건이 다름 아닌 검찰총장 동생 사건이었다는 사실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신승환씨를 둘러싼 논란은 그가 지앤지그룹 이용호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 6666만원의 성격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검찰이 지난해 9월 신씨를 소환조사해 내린 결론은 정상적인 스카우트비(5천만원)와 월급(1666만원)이었다는 것. 근거는 “이씨한테서 사건 무마 등의 청탁을 받지 않았고, 형의 이름을 팔거나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신씨를 소환한 지 몇 시간 만에 돌려보낸 뒤 그에 대해 무혐의 처분 결정을 내렸다. 신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말 특검법이 발효되자 “검찰 수사 결과를 100% 자신한다”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특검팀이 판단한 6666만원의 성격은 로비자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신씨가 지앤지그룹 계열사인 ‘지앤지구조조정’ 사장으로 취임하기는 했으나 고정적으로 출근하거나 고용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결재를 한 일도 없다는 것이다. 신씨는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 국장을 만나 주가조작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용호씨에 대한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검팀은 신씨의 행동이 그룹 계열사 사장 역할이 아니라 청탁과 알선 등 로비스트의 역할이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검찰과 특검의 정반대 결론은 법률적 판단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관점에 따라 무혐의 처분도 내릴 수 있고, 단순 입건도 아닌 구속까지도 가능하다는 건 일반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신 전 총장은 처음 이용호 게이트에 동생이 연루된 사실을 밝힐 당시 “동생은 금융 전문가가 아니어서 이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간 것에는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도, 검찰이 한사코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정식 취임으로 본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의 무혐의와 특검의 구속 속사정
검찰이 계좌추적을 했더라면 신씨에 대한 조사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왜 알선수재 혐의 수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계좌추적을 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검찰총장인 형과 로비스트인 동생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이미 한가한 일이 되고 말았다. 신승환씨가 차장급 이상 검찰 간부 4명과 직접 접촉하며 이들 가운데 일부에게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특검팀 수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동생에 대한 비호 의혹에서 검찰총장 동생으로부터의 로비 의혹으로 사건의 중심이 넘어간 것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해 6월 검찰 정기인사 이후 차장급 검사 3명을 만나 후배들 식사비와 전별금 명목으로 각각 100만원씩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특검팀은 신씨가 2000년 5월 이용호씨에 대한 입건유예 결정에 관여한 검찰 간부를 만났다는 정황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신씨가 검찰총장 동생 신분인 점을 이용해 검찰 간부들을 만난 정황이 있으나 이를 부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검찰 간부들을 대상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신씨가 만난 검찰 간부들은 고교 동문 등 신씨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맥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학교 다닐 때부터 친분으로 모임을 계속 해왔으며, 문제가 된 모임에는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의 승진 축하자리로 법조인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고교 동문들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시 이 검찰 간부들이 이용호 게이트 수사라인에 있지 않았다는 점까지 고려할 때, 신씨가 나름대로 인맥 구축에 나섰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씨와 해당 검찰 간부들도 하나같이 “사건얘기를 하지도 않았고 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신씨가 이들을 만난 시점이 지앤지그룹 계열사 사장으로 영입된 지난해 5월 이후라는 점으로 미뤄 적어도 수사 관련 정보 제공 등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팀은 이 시점이 2000년 5월 서울지검 특수2부 내사를 받은 뒤 불입건 처분된 이용호씨가 다시 금감원 등으로부터 주가조작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받던 때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용호씨가 신씨를 내세워 검찰 수사에 대비한 정지작업을 벌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늦은 결심, 검찰의 상처 깊어졌다
특검팀은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청구 사유에 신씨가 검찰 간부들과 접촉한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신씨가 검찰 간부들을 접촉한 사실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특검팀은 또 앞으로 신씨가 돈을 건넨 검찰 간부들을 소환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신씨의 로비혐의가 확인될 경우 ‘검찰총장 동생 구속에 의한 검찰총장 사퇴’뿐 아니라 ‘검찰총장 동생에 의한 검찰 로비’라는 희대의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 전 총장은 퇴임을 결심하기 전 청와대로부터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도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가족의 신임을 잃은 못난 동생” 탓만 하기에는 신 전 총장의 결심은 너무 때가 늦어버렸다. 김태정 전 법무장관이 그랬듯이, 이 사건은 이미 검찰조직에 너무나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사건의 내용에 대한 이해당사자를 사건의 집무집행에서 배제하는 제도로서의 ‘제척’(除斥)은 넓게 보면 이 경우도 해당하지 않을까.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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