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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은 위험한 당근인가 현대차 노사 ‘3:3:4’놓고 팽팽한 대립… 노동계선 “채찍 숨겨진 양날의 칼” 비판론
이 가운데 임금 및 성과급 배분의 쟁점은 단협 개정에서부터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아직 협상테이블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단협안이 마무리되는 대로 ‘성과분배’가 이번 파업국면에서 이슈로 불거질 공산이 크다. 지난 90년대 초부터 현대자동차 안에서 성과배분 싸움을 주도해온 현 노조 집행부가 이번에 성과배분의 원칙을 만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무원칙하게 지급되어온 성과급을 노사가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 룰을 정하자는 것이다. 노조는 ‘3(노동자):3(주주):4(회사·재투자비용)’라는 성과배분 원칙에 따라 이익의 30%를 전체 노동자에게 나눠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쪽이 “이익의 30%를 노동자에게 분배하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고 맞서면서 자칫 싸움이 커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이윤은 누구의 것인가
노조가 요구하는 ‘3:3:4 분배’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현대자동차의 성과배분문제는 90년대 초부터 임단협 때마다 빚어졌고, 그때마다 밀고 당기는 싸움 끝에 성과급이 들쭉날쭉 기형적으로 지급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쪽은 지난 99년 임단협 때 목표이익 초과분에 대해 3:3:4로 나누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시에 배분 비율은 더이상 논의되지 못한 채 월 통상임금의 150%를 관행에 따라 성과급으로 준다는 선에서 끝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노조는 “그때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고, 반면에 회사쪽은 “당시 노조가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에 다 끝난 얘기”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 순이익은 1조2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순이익의 30%를 나누면 노동자 1인당 700여만원을 받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노조를 자극할까봐 공식적으로 회사쪽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성과급(150%)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유종진 이사는 “외국기업을 보더라도 이익의 30%를 노동조합에 나눠주는 곳은 없다”며 “이익을 나누는 것은 고유한 경영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성과급 논란에서 우선 제기되는 건 ‘기업이 낸 이익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이윤의 귀속문제다. 노동자에게 정해진 임금을 주었다면 회사가 이익을 독점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일까? 원칙적으로 기업 이익의 처분 권한은 주주총회에 있다. 따라서 1차적으로는 주주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경제학자들의 의견은 약간 다르다. 노동과 자본의 상호작용으로 이윤이라는 결실이 나오는 만큼 이윤의 일부를 노동에 분배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다수의견이다. 경희대 박우성 교수(국제경영학부)는 ‘동기부여’를 강조하면서 “성과가 나왔는데도 노동자에게 충분히 보상하지 않는다면 일할 의욕을 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회사쪽도 이윤분배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배분 비율 못지않게 등장하는 쟁점이 나눌 ‘재원’의 산출이다. ‘어떻게’ 나눌 것이냐는 대목이 ‘무엇을’ 가지고 나눌 것인가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쪽은 순이익에서 목표이익을 뺀 뒤 이를 초과한 부분만을 재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노조 이상도 교육선전실장은 “회사쪽은 올해 총매출액의 5.5%인 9600억원을 빼고 남은 이익을 3:3:4로 나누자고 주장한다”며 “노조와 협의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목표이익을 성과배분에서 빼버린다면 과연 공정한 분배냐”고 되물었다. 올 최대 실적의 일등 공신은 노동자들이고 노사가 이윤을 공동실현한 것이므로 ‘적정한 선’에서 같이 나눠야 한다는 논리다.
‘노동자 경영참여 논란’으로 이어져
물론 회사쪽도 나름의 논리를 동원해 반박한다. “목표치는 사업계획을 마련할 때 정해지는 것이며 순이익의 30%를 나눠주면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비용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회사쪽은 순이익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여까지 문제삼고 나섰다. 현대차가 시장에서 잘 팔린 건 마케팅전략의 성공이며 환율상승에 따른 대규모 환차익에다 저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감소 등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회사쪽 관계자는 “순이익 중 많은 부분은 회사가 고금리로 빌린 자금을 저금리 자금으로 대체하면서 나온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밤낮없이 잔업, 특근을 해서 순이익이 많이 난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렇게 노동자의 기여 또는 생산성 개념이 개입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현대자동차노조는 어떤 형태의 이익이든 결국 “노동자들이 키운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 반일효 기획실장은 “회사쪽이 ‘노동자들이 무슨 기여를 했느냐’고 묻는다면 현장 조합원 중 누가 동의하겠느냐”며 “성과분배는 내 몫 챙기기가 아니라 경영에 대한 노동조합의 역할이란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울 때는 어렵다는 이유로, 순이익을 내면 어려울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노동자에게 공정한 분배를 하지 않는다면 노조가 회사에 협조할 까닭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성과급 싸움은 자연스럽게 노동자의 경영참여 논란으로 이어진다. 이윤분배를 둘러싼 신뢰가 형성되려면 회사의 경영에 대한 노조의 접근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현대자동차노조 이상도 실장은 “최소한이라도 조합의 경영참여가 이뤄져야 생산성 향상을 통한 노동자의 기여가 객관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희대 박우성 교수는 “노동생산성을 공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에 대해 노사가 합의한다면 명쾌한 이윤분배가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노동조합이 작업장 규율 강화는 받아들이지 않은 채 과실만 향유하려든다면 이윤분배제도가 노사 대립만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렇듯 성과배분 또는 이윤배분제도는 노동자에게 ‘양날의 칼’이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나눠가질 수 있지만 경영 사정이 나빠지면 그에 따른 양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기업의 성과 또는 이윤에 갇히는 셈이다. 이윤분배 또는 성과배분제 자체에 대한 노동계 내부의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이황현아 연구원은 “실적에 대한 이윤분배는 노동자들을 기업의 이익지표에 얽매이게 만든다”며 “성과급은 노동강도 강화를 묵인하면서 파이를 나눠 갖자는 것인데 이익이 나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은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과급은 개별 노동자들을 분할 지배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산성 지표라는 당근 뒤에는 노동강도 강화라는 채찍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조합이 성과나 이윤에 매달리기보다는 오히려 최저 생계임금을 높이는 쪽을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사가 어려우면 양보할 거지?”
현대자동차노조도 이번 성과분배 요구가 회사가 어려울 때 양보를 요구당하는 ‘함정’을 안고 있다는 점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현대자동차노조 관계자는 “이윤을 최대한 따내야 한다는 현장 정서가 있긴 하지만, 이번에 성과분배 원칙을 만드는 것외에 회사쪽의 독단적 경영에 브레이크를 걸고 경영참가를 보장받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털어놓았다. 민주노총 황종일 차장(정책국)도 “성과급제는 대표적인 임금 유연화”라고 전제한 뒤 “노동자의 소득이 기업경영과 연동되고 이에 따라 기업주의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성과급은 노동조합으로서 고민스런 대목”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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