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1.10.10(수) 제37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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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특검제를 ‘업그레이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위한 유력한 대안… 특별검사 인선·권한 등 대폭 보완해야
“다시는 검찰 안에 특별검사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1999년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특별검사제가 실시된 뒤 검찰 간부들은 툭하면 이런 다짐을 하곤 했다. 그들이 보기에 특검제 도입은 검찰의 수치였던 것이다. 특검제가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고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특검제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여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10월 안에 새 특검제법의 골격이 갖춰질 전망이다. 검찰에게는 수치일지 모르지만, 진실규명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특검제는 분명 ‘쓸 만한’ 제도이다. 99년 실시된 특검제는 옷로비 의혹 사건과 파업유도 사건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극히 제한적이며 한시적이라는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평가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검찰수사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범죄사실들이 특검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가 하면, 검찰조사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기록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도 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 “내가 작성한 수사기록을 언젠가 특검이 들춰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무엇보다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라는 견고한 성벽 안에 수십년 동안 안주해온 기존 검찰조직에 대한 견제장치 기능과 함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서 제도적 유효성을 확인한 셈이었다. 그러나 첫 특검제는 성과만큼이나 많은 과제를 남겼다. 수사범위와 수사기간 등을 통해 특별검사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로부터의 독립성이라는 특검제의 본질에도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이번 특검제는 99년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이번 특검제에서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점들을 정리해본다.
◇ 특별검사 인선, 성패의 열쇠
99년 특검제법에서는 국회의장의 대통령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구→대통령의 추천 요구→대한변협의 후보 복수추천→대통령의 선택과 임명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이번에 가장 문제가 될 대목은 특별검사 추천권을 대한변협에 전담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특히 변협 집행부가 현 정부의 개혁에 대해 결의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점으로 비춰볼 때 변협에 맡기는 것보다는 변호사 단체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포함된 특별검사 추천위원회를 따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또 특별검사 임명자에 대한 좀더 엄격하고 강화된 조건이 필요하다. 특별검사가 누구로 결정되느냐는 특검제 성패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문제다. 특별검사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수사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국민적 의혹이 늘어나면 특검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쌓인다. 수사대상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파업특검 때 특별검사의 수사방향 때문에 수사팀 절반이 뛰쳐나온 사태가 일어난 것도 사실은 특검 선정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특별검사는 △기존 검찰조직과의 관계에서의 독립성 유지 △국민적 의혹해소에 대한 신념 △정치적 무당파성 △수사능력 등을 기준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번 사건에서는 검찰 고위간부가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검사 출신 인사들이 적합하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법학교수에게 특별검사를 맡기자는 얘기도 나온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와중에 첫 특별검사(Independent Counsel)로 임명됐던 아치볼드 콕스도 하버드대의 법학교수였다. 수사실무에서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공정성 확보나 정치적 편향성 배제라는 원칙에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고, 형사소송법을 원칙적으로 준수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인사청문회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특히 변호사 출신 특검이나 특검보, 또는 파견검사들은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을 면밀히 살펴 관련성이 있을 경우 임명에서 배제해야 한다. 검사의 경우 수사대상 사건수사 과정에서 참여한 경력이 없어야 하며, 변호사는 관련 사건에 대해 수임한 경험이 없어야 한다.
◇ 수사대상 제한을 풀어라
특검의 수사대상과 범위를 너무 협소하거나 모호하게 규정해서는 안 된다. 99년 특검제법은 특검의 수사대상과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함으로써 실체적 진실규명에 걸림돌을 만들어놓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옷로비 의혹사건은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재산국외도피 사건의 선처를 청탁하기 위해 최 회장의 부인이 직접 또는 타인을 통해 당시 검찰총장 부인에게 의류를 제공한 의혹’을, 파업유도 사건은 ‘1999년 6월7일 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의 발언으로 야기된 대검 공안부가 조폐공사 노조의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수사대상으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옷로비 의혹사건의 특검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관련자들의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수사를 벌이지 못하고 기존 검찰조직에 형사처벌 절차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진술에만 거의 의존해야 했던 이 사건에서 ‘위증’은 곧 증거인멸 행위와 다름없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이런 법이라면 옷이 아닌 다른 물건을 통해 로비한 것이 드러나도 수사하지 못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파업사건의 경우에도 법에 따르면 대검 공안부가 아닌 대전지검 공안부나 노동부 등의 파업유도나 제3자 개입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못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검찰쪽에서는 수사범위와 대상을 제한하지 않으면 특별검사의 공명심 등으로 인해 ‘끝없는 먼지떨기’가 계속되고, 이는 이미 미국의 경험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실정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수사범위가 너무 좁아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현직검사는 “사건과 직접 관련된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당연히 수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사건과 관련한 위증이나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사건과 관련있는 별개의 범죄혐의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 국회나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도록 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수사기간도 충분해야 한다. 2개월의 수사기간은 너무 짧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고 기간을 늘릴 경우에 국회나 법원의 결정을 받도록 하는 게 이상적이다.
◇ 수사에서 공소유지까지 책임져라
특검팀이 기소를 결정할 경우 공소유지까지 반드시 책임지게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99년 실시된 특검제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특검팀이 범죄혐의를 확인하고도 기소하지 않고 기존 검찰에 공소유지의 책임을 미뤄버렸다는 점이다. 파업유도 사건에서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보다 후퇴한 수사결론을 내놓고도 공소유지 책임을 저버려 결국 검찰이 똑같은 사건에 대해 두개의 공소장으로 두개의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 옷로비 의혹사건에서도 특검팀이 정일순씨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 조사를 해놓고도 기소하지 않고 검찰에 사건처리를 넘겨버림으로써 특검팀의 수사내용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별검사의 직무에 대한 지나친 제한과 수사상황 공표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과잉입법이므로 없애야 한다. 99년 특검제법에 있는 ‘사건과 관련되지 않은 자의 소환·조사 금지’ 규정은 불필요하다. 그 자체로 특별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위반을 특별검사의 해임사유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검사의 수사활동을 지극히 제한하는 것이다. 수사상황 공표 금지는 피의사실 공표의 우려 때문에 생긴 조항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형사소송법의 명문규정이다. 기존 검찰도 수사진행과정에서 구체적인 수사내용이 아닌 언론보도에 필요한 수사진행상황(피의자나 참고인의 소환 일정 등) 정도는 브리핑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수사내용이 아닌 진행상황도 알리지 못하도록 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법학자들은 강조한다. 이 조항의 폐해는 피의자였던 정일순씨가 최병모 옷로비 의혹사건 특별검사를 고소해 검찰이 이를 수사하고 결국 기소유예 조처까지 한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관련기관 특히 국가기관이 특검팀의 자료제출 요구나 수사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도록 하는 좀더 강력한 강제규정도 필요하다. 특별수사관은 사법경찰관의 지위보다는 검사 수준의 지위를 줘야 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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