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전방위 로비, 몸통은 없다? 검찰수사에도 ‘이용호 게이트’ 의혹 그대로… 정·관계 로비 규명 특별검사에 넘겨
검찰과 정·관계를 대상으로 한 전방위 로비사건으로 불리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검찰수사가 마무리 국면을 맞으면서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검찰수사 결과 의혹의 상당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머지 의혹들은 그대로 의혹인 채로 수사가 끝날 것이 확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제가 도입될 경우 검찰수사가 밝혀내지 못한 의혹이 해소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씨 사건에 대한 의혹은 크게 △이씨에 대한 검찰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검찰 간부들의 개입 여부 △사업확장 등을 위한 정·관계 전방위 로비 여부 등으로 나뉜다. 검찰은 현재 의혹의 성격에 따라 검찰 특별감찰본부(본부장 한부환 대전고검장)와 대검 중수부(부장 유창종 검사장)로 사건을 나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운환씨의 로비 입증할 단서 못 찾아
먼저 이씨의 로비 여부를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는 이씨가 정·관계를 상대로 뭉칫돈을 들고다니며 로비했을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애초 이씨의 정·관계 로비스트로 지목된 ㅈ산업개발 대표 여운환(구속수감중)씨가 이씨한테서 받은 42억4천여만원 가운데 상당액을 로비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용처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검찰조사 결과 여씨가 합의금 명목으로 받은 돈 가운데 로비용도로 쓰인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80% 안팎을 확인했으며 큰 덩어리는 거의 다 했는데도 로비 흔적이 없다”면서 “적어도 여씨가 이씨한테서 받은 돈으로는 로비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론 여씨에게 건네진 돈말고 다른 돈으로 조금씩 어디에 가져다준 것은 있을지 모르지만 여씨의 돈이 로비자금으로 쓰였다고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ㄷ신용금고의 실소유주 김영준(수배중)씨 명의로 발행한 300만달러어치의 해외 전환사채(CB)의 가·차명 가입자 가운데 유력인사가 포함됐다고 기대했으나, 조사 결과 이익금의 대부분이 김씨에게 다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사팀은 “로비용 펀드가 아니다”라는 잠정결론을 내린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애초 엄청난 로비스트로 알려졌던 여씨는 조사할수록 사기꾼에 가까운 것 같다”고 못박았다. 여씨가 로비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개인용도로 써버린 사실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는 게 수사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수사기관에서는 이를 ‘배달사고’라고 부른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일반사건이라면 이 정도로 진행되면 털어버려도 상관없지만 그렇게 할 경우 언론이 가만 있겠느냐”면서 앞으로의 수사에서 드러날 것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축소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다는 얘기를 다른 식으로 표현한 셈이다. 다만, 국가정보원 전 경제단장 김형윤(구속수감중)씨가 이씨의 청탁을 받고 보물선 인양사업에 개입했는지와 예금보험공사 이형택 전무가 이씨에게 보물선 사업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례금이나 사업지분 등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검찰이 계속 수사를 할 것으로 보여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가 6666만원을 이씨쪽에서 받은 것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지에 대해서는 검찰은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승환씨가 자신을 검찰총장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고 받은 돈의 대가성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지만, 국민여론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에 비해 이씨에 대한 검찰 내부의 비호세력 규명을 위해 검찰사상 초유로 만들어진 검찰 특별감찰본부(본부장 한부환 대전고검장)는 검찰 수사라인의 문제점에 대해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중이다. 특감본부는 지난해 이씨에 대한 진정사건 수사라인에 있던 임휘윤(당시 서울지검장), 임양운(당시 3차장검사), 이덕선(당시 특수2부장)씨 등 검찰 간부 3명에 대해 본인 및 가족들 계좌 수십개에 대한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사 가족들에 대한 계좌추적까지 벌이는 데 대해 특감본부 관계자는 “어차피 특별검사팀이 우리의 수사결과를 두고 다시 한번 샅샅이 훑어볼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이 더 큰 곤욕을 치를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감본부는 특히 지난해 이씨를 긴급체포한 뒤 하루 만에 석방하고 두달 뒤에 입건유예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둘러싸고 이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감본부의 조사가 시작된 이후 한 간부가 다른 한 간부에게 말을 맞추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특감본부는 그러나 이들의 처리방법과 관련해 형사처벌과 자체징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처벌을 하기에는 사안이 약하고 징계를 하기에는 사안이 무겁다는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형법을 적용하는 대신 검찰청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이씨가 긴급체포됐을 당시 이씨쪽에서 1억원을 받고 임휘윤 당시 서울지검장(현 부산고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난 김태정 전 법무장관의 형사처벌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사들 진술 불일치… 계좌 밖 로비 가능성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잠정결론에 대해 “지금까지 드러난 이씨의 로비 시도 행태와 비교할 때 밝혀진 바가 너무 없다”는 비판적인 지적도 불거지고 있다. 이씨는 국정감사 등을 통해 호남쪽 정치권 인사들과 교류가 있었던 점을 시인했다. 민주당 박병윤 의원이나 조홍규 전 의원 등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한 의원에게는 로비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검찰 간부들과의 술자리 등 사적인 교류가 있었다는 점도 드러난 바 있다. 서울지검 특수부 출신의 한 현직검사는 이에 대해 “최근에는 범죄 관련자들이 은행 계좌를 통해 뭉칫돈을 전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전제한 뒤 “계좌추적 결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로비의혹이 없다고 단정하면 국민이 믿어주지 않는다는 게 현재 검찰수사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제기됐던 대부분의 의혹은 특검제가 실시될 경우 다시 한번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한나라당이 이 사건에 대해 추가 폭로를 계획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래저래 앞으로 몇달 동안은 이용호라는 이름을 계속 들어야 할 것 같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