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1.09.26(수) 제37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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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한국군 ‘파병 스트레스’ “미국에 전투병 지원 잃는 게 더 많다”… 테러 표적 되고 중동국가들에 왕따당할 수도
미국의 테러전쟁에 한국 전투병이 참전하는 사태가 벌어질까? 물론 아직은 미국 행정부에서 공식적인 파병요청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승수 외교부 장관도 지난 9월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만난 뒤 “지금은 미국이 아주 초보단계에서 국제연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병력지원 문제는 너무 성급한 논의”라며 “다국적군 참여를 비롯한 군사지원 문제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탈레반에 엄청난 희생 각오해야
하지만 이날의 회의결과는 뜻밖이었다. 당초 국내 관측통들은 한승수-파월 회담에서 파병요청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한·미 두 나라의 외무장관회담 하루 전날인 17일 김대중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신에 따라,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필요한 모든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테러행위 근절을 위한 미국의 행동을 지원하는 국제적 연합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의 이 발언은 엇갈린 해석을 낳았다. “원칙적인 협조의 뜻만 밝힌 것”이라느니, “파병까지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는 등등. 하지만 이때는 김 대통령이 파병요청이 오면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는 뜻으로 대개 받아들여졌다. 물론 아직은 막연한 확대해석은 금물이라는 시각이 많다. 자칫 이 문제를 놓고 또다른 심각한 국론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전투병 파병문제는 과거도 그랬고 현재도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지난 99년 10월 동티모르에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상록수 전투부대를 파병했다. 당시 파병의 주목적은 전투보다는 치안유지였고, 교전 가능성도 높지 않았지만 파병동의안은 야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안은 공동여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91년 걸프전 때는 전쟁비용 5억달러, 수송기 C-130 5기, 154명의 의료지원단을 파견했지만 전투병력은 빠졌다. 어쨌든 국방부 등 관련 부서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겉보기와는 달리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병에 따른 잃는 것과 얻을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울질도 한창이다. 사실 군부 일각에서는 파병을 부담스러워하는 것만은 아니다. 얻는 것도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사막과 험준한 산악 지형 등에서 실전경험을 쌓는 것이 군의 전투력을 높이고 현대전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부는 사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000대대’로 알려진 특수부대를 따로 길러왔다. 이 밖에도 전투병을 보내면 미국과의 혈맹을 재확인하면서 통상협상 등에서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대북정책 등 한반도 정책에서 미국의 강경태도를 누그러뜨리는 데 적지 않은 보탬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파병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까놓고 얘기하면 어디 우리가 대규모 물자를 지원하고, 많은 젊은 군인들의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싸움에 군인들을 보낼 만한 여력이 있냐는 목소리다. 더구나 미국의 첫 공격 대상인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군인들은 옛 소련과의 오랜 치열한 전투경험을 갖고 있어 실제로 붙게 될 경우 적지 않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가서 치안만 유지하면 되는 동티모르와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 전쟁은 50여일 만에 끝난 걸프전에 견줘 훨씬 길게 끌려갈 것이며, 또 테러조직 네트워크를 깨뜨린다는 명분으로 전장이 무한히 넓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미국 전쟁 시나리오에 달렸다”
미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투에 뛰어들 경우 반미정서를 갖고 있는 다른 중동국가들을 자극, 등을 돌리게 만들어 안정적 원유확보나 민간기업들의 경제적 이익을 크게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다음해인 2002년에는 월드컵을 개최하는 입장에서 테러공격의 집중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파병 여부는 미국의 전쟁 시나리오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미사일 공격과 공습 등 공중폭격 위주로 작전을 펴면서 특수부대가 나서 국지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식의 전술을 구사할 경우 한국군 전투부대의 파병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다행스런 것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에는 빈틈없는 지휘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작전의 대부분을 미군과 영국군만으로 수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테러전쟁이 진행된다면 한국으로서는 ‘파병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이 정식으로 전투병 파병요청을 해올 것에 대비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정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금까지는 대미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걸프전 지원수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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