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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리품 검찰에 DJ가 당했다 “나는 취임 초기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신념을 가지고 대검찰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임기가 절반을 넘어가면서부터 그 밑그림은 엉망이 돼버렸다. 나는 다만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검찰이 조용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 이후 회고록을 쓴다면 이런 구절이 포함되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로 인해 나라가 시끄러워진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옷로비 의혹사건과 파업유도사건은 검찰이 그토록 치욕스러워 했던 특별검사제 도입의 촉매제가 됐다. 대전 법조비리사건과 뒤이은 평검사 파동은 정치검찰 논란을 본격적으로 불러왔다. 현 정부 검찰 파동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용호 게이트’에서 불거지고 있는 검찰 관련 의혹들은 검찰이 왜 그토록 혼돈스러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검찰 안팎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결국 능력이 안 되는 이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들을 맡겼기 때문”이라는 데로 모아지고 있다. 다른 어떤 조직보다 ‘인사가 만사’인 검찰조직의 인사개혁에 대해 DJ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이번 정부도 정권을 잡으면 으레 검찰 인사권을 무슨 ‘정권 쟁취의 전리품’인 양 취급해, 검찰 내부에 자기 사람 심고 챙기기에 골몰했던 이전 정권의 한계를 그대로 밟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조사한 ‘검찰의 지역편중 인사실태’에 따르면 부산·경남(PK) 전성기인 97년 3월 PK 검사들은 전국 검찰요직 46개 가운데 17개(37%)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광주·전남 출신 검사들은 3개(7%)에 불과했다. 그러나 새 정부 초기인 98년 3월 광주·전남 검사의 요직 비중이 23%로 늘고 PK 검사들은 8%로 급속히 줄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정권과 다를 바 없는 인사패턴은 정치권과 검찰 고위층 인사의 유착관계를 지속시키게 만들었다. 즉,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인사운동을 공공연히 벌여왔던 구시대의 양상이 그대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특히 동교동계 유력 정치인 집에 검찰의 핵심 고위간부들이 자주 드나드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정권이 검찰을 이용하는 핵심고리였던 청와대 파견검사제도를 처음부터 존속시킨 점도 DJ의 패착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정치권과 검찰의 중간에서 검찰의 이해관계를 조직적으로 대변해왔다. 국가인권위 설립을 둘러싼 논란과정에서도 이같은 폐해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편중인사가 가져온 또 하나의 폐단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사들마저도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 채 핵심보직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조폭과 어떤 형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검사들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남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실제로 검찰 고위간부들 가운데는 조폭 출신 인사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이들이 있으며 이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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