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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야 꽁꽁 숨어라! 너무 오래된 법원의 ‘자기 식구 감싸기’… 리베이트 수수사건 계기로 관행은 깨져야 한다
8억원 횡령에도 너그러운…
95년에는 인천지법에서 법원경매 비리사건이 터졌다. 인천지법 집달관실에서 경매물건에 대한 입찰보증금을 대규모로 횡령한 사건이었다. 사건이 발생할 당시 인천지법 경매5계장이었던 이아무개씨는 검찰의 수사대상으로 전국에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놀랍게도 서울고법은 검찰의 수사협조 요청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이씨를 빼돌렸다. 휴가를 두번씩이나 보내면서 검찰을 따돌린 것이다. 법원은 또 같은 사건에서 8억8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법원 직원에 대해 구속 4일 만에 구속적부심으로 석방해 온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 94년 서울형사지법은 강도상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당시 19살 재수생한테서 변호사 소개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뜯어내고 성폭행까지 하려 했던 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비리사실을 적발하고도 묵인했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형사고발 조처가 이뤄져야 했다. 법원은 다른 법원으로 전보를 하는 것으로 사태를 무마했다. 이처럼 ‘법원의 자기 식구 감싸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빗나간 동료애는 법원 가족주의에서 싹튼다. 대검찰청에서 내는 검찰소식지의 이름이 <검찰가족>인 것을 보면 빗나간 직역이기주의가 법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법원의 자기 식구 감싸기는 또다른 측면을 지니고 있다. 법원의 권위는 검찰조차도 보호하려 한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사법체계 전반이 흔들린다는 막연한 선입견도 이런 관행이 지속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때 도려내야 할 환부가 지속되는 게 사법부가 거듭나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칙적 처리가 중요한 것은 사법부가 바로 이같은 잘못된 관행과 불법, 비리 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법치주의는 법원 내부에서부터 지켜져야 한다는 게 이 사건을 바라보는 수많은 국민들의 시각이다.
뇌물죄에 대한 온정주의, 차제에 청산해야
대법원은 99년 일선 판사들에게 내려보낸 양형기준에서 뇌물액수가 3천만원이 넘을 경우 정상참작의 여지없이 실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뇌물액수가 1천만∼5천만원인 경우 특가법이 적용돼 법정형이 5년 이상이지만, 선고과정에서 정상참작을 해줘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5년 이하로 낮춰주는 사례가 많았던 데 대한 자기비판이었다. 또 뇌물죄를 적용하는 데에서 액수가 적더라고 죄질이 나쁠 경우, 즉 공무원이 먼저 뇌물을 요구하거나 지속적으로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경우에 대해서는 실형선고를 원칙으로 하도록 강조했다. 이는 양형기준표가 없어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들쭉날쭉 ‘고무줄’ 판결이 이뤄지고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많다는 언론 등의 끊임없는 비판에 법원이 호응한 결과였다. 그러나 뇌물죄에 대한 낮은 실형선고율 등 법원의 온정주의적 태도가 뇌물을 양산하는 데 일조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집행유예에 대한 구실도 판사 개개인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법조인들은 법원의 급행료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얘기에 100%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사법부가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태도를 지켜봐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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