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법원과 언론 ‘위험한 짝짜꿍’ 법원경매광고 수십억원대 리베이트 수수사건…법원에 약했던 검찰이 이번엔 어떻게?
언론사 탈세사건 수사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법원경매광고 리베이트 수수사건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평가이다. 뇌물액수와 사건 연루자들의 숫자 등 사건의 규모가 이전의 어떤 사건과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전국 법원이 연루된 ‘조직범죄’라는 성격을 띤다. 수사가 한 지역에 제한됐던 의정부 법조비리사건이나 대전 법조비리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검찰이 지방언론사에 대해서도 탈세수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역 법원이 지역언론사들한테서 받아 챙긴 뇌물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 탈세수사 초기에 밝혀져
검찰 수사팀과 언론사 광고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의 수사의지가 확고하고 수사가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는 두 가지 전제가 현실화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자가 되는 법원 관계자들은 수백명, 이들이 챙긴 뇌물액수는 수백억원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법부 조직 전체가 흔들거릴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수사를 진행중인 서울지검 특수부은 1995∼99년 사이 5년 동안 언론사 탈세수사 고발대상인 중앙언론사 6곳(조선·중앙·동아·한국·대한매일·국민)과 경제지들로부터 광고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난 법원을 서울지법 본원과 동·서·남·북·의정부지원, 그리고 수원지법 성남지원 등으로 꼽고 있다. 검찰 수사 실무진에서 추산하고 있는 해당 법원들의 소환 대상자는 150∼200명 정도, 이미 파악한 리베이트 액수는 수십억원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한겨레신문사를 제외한 9개 중앙일간지와 4개 경제지들은 경매광고를 실어주는 대가로 법원경매계 직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법원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 수사대상 언론사의 숫자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 고발대상에서 빠져 있는 일부 경제신문의 경매광고 관계자들은 이미 뇌물공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검찰이 법원경매계의 광고 리베이트 수수사실을 밝혀낸 것은 탈세수사 초기였다. 국세청이 넘긴 언론사 탈세자료 가운데는 이미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법원경매 광고수입에 대한 누락이 언급돼 있었다. 검찰 수사팀은 경매광고 수입 누락 배경과 관련해 언론사 광고지사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매광고 리베이트구조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검찰이 경매광고 리베이트 수수구조를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한매일쪽 경매광고를 맡고 있던 ㅅ씨를 조사하면서부터였다. 대한매일은 매체성격 때문에 다른 일간지들보다 법원경매광고를 많이 유치해온 신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지금까지 드러난 뇌물액수가 10억원 안팎으로 다른 신문과 비교할 때 가장 많은 축에 들어간다는 게 수사 실무진들의 얘기다. 이후 다른 언론사의 경매광고 담당자들도 차례로 불려가 뇌물공여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한 관계자는 “한 언론사 담당자는 출근하다가 잡혀가 조사받기도 하고, 또다른 언론사 담당자는 3일 연속 불려가 조사받기도 했다”며 “10시간 넘게 조사받고 나온 한 담당자는 검찰이 리베이트 수수방식을 자세히 알고 추궁해와 부인하지 못하고 아는 대로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고 귀띔했다. 경매광고 담당자들 대부분은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사 본사에 책임 물을 수 있을까
현재 경매광고를 주는 대가로 법원쪽에 뇌물을 건넨 언론사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일단락됐다. 소득탈루와 리베이트 제공사실이 드러나 검찰조사를 받은 해당 지사와 지사 관계자들에게는 이미 3억원 이상씩의 세금이 새롭게 추징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어쨌든 뇌물사건의 통상적인 수사원칙대로라면 금품을 건넨 뇌물공여자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로 들어갔으니, 뇌물을 받은 쪽인 법원 관계자들의 소환이 뒤를 이어야 할 차례다.뇌물공여자에 대한 조사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된 이유는 무엇보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경매광고 업무를 본사가 아닌 지사 전담자 한명에게 맡기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이 한정돼 있는데다 뇌물을 수수하는 시스템에서 언론사별로 특별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언론사 경매광고 담당자들은 계모임까지 조직해 경매광고에 관한 정보를 공유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일간지들이 이 업무를 지사에 전담시키는 이유는 지사쪽에서 ‘경매광고는 다른 광고와 전혀 다르다. 이걸 따내려면 법원에 돈을 많이 써야 하고 안면도 터놔야 한다. 그리고 업무도 무척 복잡해 우리가 아니면 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경매광고 업무를 맡아본 적이 있는 한 언론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언론사 광고지사 운영자들은 대부분 언론사 본사의 광고국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10년 이상 일해온 이들이 많다. 다만, 언론사의 위임을 받아 경매광고를 전적으로 맡아온 광고지사들이 주도한 사건이어서 언론사 본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은 언론개혁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뇌물을 조직적으로 받아 챙긴 법원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점 때문에 사법부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리베이트 수수 시스템은 의외로 단순하다(그래픽 참조).. 중앙일간지와 경제지의 경우 본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광고지사가 신문에 경매광고를 유치하는 대신 광고비의 일정액을 법원경매계에 리베이트로 전달하는 구조다. 뇌물의 전달창구는 주로 법원경매계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경매계장들은 매체선정과 결제방식은 물론 경매광고물량의 30% 정도를 더 주거나 덜 줄 재량권이 있어 실질적인 권한이 상당하다. 리베이트 비율은 평균 10∼20% 정도로 이는 수도권지역 법원과 중앙일간지 사이에서 이뤄진 액수다. 지방언론사와 해당지역 법원 사이에 오고간 리베이트 비율은 이보다 비교적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뇌물?
신문의 1개 지면을 모두 쓰는, 이른바 ‘15단 전면광고’의 경우 조·중·동·한국 등은 광고비가 2천만원 안팎. 경매광고에서는 신문들 사이의 광고비 단가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게 광고쪽 전문가들의 얘기다. 경매광고를 한번씩 낼 때마다 수백만원씩의 뇌물이 법원경매계쪽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문제가 된 수도권 법원들의 경우 해당 법원별로 각각 8∼15개 정도의 경매계가 있다. 한 경매계에서 4∼6주마다 한번씩 경매광고를 내는 것으로 미뤄보면 법원 전체가 조직적으로 받아 챙긴 뇌물액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도권 13개 지법·지원의 경매광고비가 연간 3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미뤄볼 때 이들 법원에서만 연간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셈이다. 검찰조사에서 한명의 법원 관계자가 받아챙긴 리베이트 가운데 최고액수는 3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정부 들어 뇌물액수가 3억원을 넘어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액수는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일간지가 법원과 경매광고를 싣기로 결정되면 계약기간은 1년이다. 법원은 1년 동안 계약을 맺은 매체들을 순서대로 정해 광고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뇌물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 손해볼 일은 없는 셈이다. 한 광고 관계자는 “법원경매광고 리베이트만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뇌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언론사 광고지사들로서는 한번 계약으로 신경을 쓰지 않고 1년 동안 광고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리베이트를 건네는 한이 있어도 계약을 맺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또 법원경매계 역시 다달이 언론사만 바꿔가며 월급조로 받을 수 있는 뇌물이 굴러들어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언론사 광고지사들은 법원에서 받은 광고비를 본사에 모두 넘기지 않고 광고비 총액 자체를 줄여 보고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즉, 경매광고 수입이 1억원이었다면 본사에는 50∼60% 정도에 해당하는 5천만∼6천만원 정도가 광고수입인 것처럼 속여 보고하고 법원에는 1500만∼2천만원 정도를 뇌물로 건네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지사는 전체 광고수입의 15∼3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본사에 다시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수입총액이 적으면 적을수록 수입은 늘어나는 구조다. 이같은 편법과 불법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법원이 광고비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경매광고쪽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광고비가 법원 예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개별 경매물건의 낙찰금에서 나오고, 한번에 100여건 이상씩 되는 물건의 세금계산서를 일일이 발행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하더라도, 대안을 찾지 않은 법원쪽 잘못이 크다. 여기에 이중장부가 일상화돼 있는 언론사 광고지사들의 전근대적인 영업방식도 큰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언론, 방송사마저도 침묵
한 경매광고 담당자의 증언을 들어보자. “90년대 중반 이후로 법원경매계 직원들이 무척 거만해졌어요. 새롭게 경매광고를 따내려고 서울지역의 한 지원을 방문했을 때 법원경매계 직원이 ‘20% 알죠?’ 하면서 노골적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해 당황한 적도 있죠. 수도권의 한 지원에서는 경매 담당 판사가 경제신문 3곳에만 경매광고를 싣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중앙일간지 4곳을 추가하려다 법원경매계 직원들과 대판 싸운 적도 있어요. 밥그릇이 줄어든다고 생각했겠죠. 어떤 법원에서는 체육행사한다고 술을 요구한 곳도 있었어요.” 경매광고 비리는 대국민 서비스분야의 비리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경매광고비가 정부의 예산이 아닌 경매신청자가 낸 경매예납금으로 지급되고 낙찰 뒤 정산됨으로써 뇌물수수에 대한 피해는 채권자와 채무자, 즉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문제가 불거진 뒤 자체감사에 들어갔지만, 자율적인 개혁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들은 별로 없다. 사건의 파장과는 달리 <한겨레>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 방송사들조차 보도를 자제하는 것은 그들 역시 광고 리베이트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역시 태도가 모호하다. 검찰 수뇌부는 사건이 몰고올 파장에 더욱 신경쓰고 있는 듯하다. 검찰이 구속기소한 언론사주들의 재판이 진행되는 시점과 경매광고 비리 수사시점이 맞물리는 상황을 연출하기 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법원에 대한 수사가 언론사주 재판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있는 돈을 받은 범죄, 즉 뇌물죄에 대한 엄한 처벌은 검찰의 당연한 임무다. 사회의 근간을 유지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뇌물죄에 대한 법정형이 다른 범죄보다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뇌물액수가 1천만원 미만이면 통상의 뇌물수수죄가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형을, 1천만원 이상인 경우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1천만∼5천만원 미만)과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5천만원 이상)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생길 법하다.
검찰이 만약 형사처벌 대신 대법원에 징계를 통보하는 식으로 사건을 뭉개는 사태가 온다면 검사동일체원칙도 의심받을 수 있다. 검찰은 이미 경매광고사건을 한번 수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수사·공소제기 및 유지, 재판진행은 전국적으로 균형있게 실행돼야 한다는 게 검사동일체원칙의 정신이다. 대구지검 특수부는 99년 경매광고 수주대가로 법원경매 직원들에게 1억1400만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대구일보 광고부국장 배아무개씨와, 배씨한테서 800만∼205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로 전·현직 경매계장 4명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5명의 전·현직 경매계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구속기준은 뇌물액 1천만원 이상으로, 다른 공무원 뇌물사건과 비교해 다소 높았다. 당시 주임검사였던 소진 검사(서울지검 북부지청)는 “전례가 없는 사건을 수사해 기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구속피고인 전원에게 실형선고 대신 집행유예와 선고유예를 선고해 석방했다”며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검찰은 법원과 관련된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유야무야식으로 대처한 적이 많다. 사상 초유로 현직판사 병역비리가 불거져 취재가 진행되자 병역비리를 수사하던 담당 부장검사는 출입기자에게 “그런 일 없다”며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보도가 나간 뒤 그는 “교사와 판사는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라는 논리를 폈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지방근무 때 법원직원의 비리가 불거지면 위에서 수사를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 검찰의 유보적 태도가 법원의 각종 비리를 온존시켜왔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사건은 특혜와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쳐 끼리끼리 감싸주고 안주하는 법조이기주의에 대한 또 한번의, 가장 정확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