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1.08.08(수) 제37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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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50년간 사용료가 144만원? “1995년께 미군기지 안에 있던 고조할아버지의 묘소가 하루아침에 미군사격장으로 변해버린 것을 확인한 순간 미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좋은 감정도 서서히 사라지면서 앙금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미리 알려줬더라면 이장이라도 했을 텐데…. 항의하러 갔지만 미군부대 책임자는 모습도 비치지 않더군요.” 경기도 안양에 사는 서성권(49·농업)씨는 파주시 군내면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그리브스’ 안에 땅을 가지고 있다. 사촌형과 함께 하면 6400여평 정도 된다. 그러나 서씨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이 땅을 지난 1950년대 이후로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다. 서씨는 자신의 땅을 미군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오히려 고마웠다. 우리 땅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53년 한국 정부가 미군쪽에 공여했지만 서씨가 한국 정부로부터 이 땅에 대한 통보를 받은 것은 단 한번도 없다.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논으로 농사를 하러 갈 때마다 그 땅을 지켜봤지만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조상에 대한 제사도 기지 철조망 밖에서 기지 안을 쳐다보면서 할 수밖에 없었다. 제사 도중에 미군의 사격연습이 시작되면 제사를 중도에 포기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지난 6월부터 국방부 용산사업단에서 땅 매입을 추진한다는 공문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너무나 뻔뻔스럽게도 그동안의 세월에 대한 사과나 설명은 전혀 없이 처음 들어보는 법률 이름을 관련 근거로 제시하고 있었다. “50년 동안의 사용료를 144만원으로 계산해놓은 것을 보고는 더이상 할말이 없었죠. 매입 제시액수도 주변시세의 10%밖에 안 됐고요. 너무 괘씸해서 하자는 대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캠프 그리브스는 경의선 철도 복원 구간과 가깝다. 금싸라기 땅인 셈이다. 이곳은 이번 반환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유지가 공여지에 묶여 있는 파주지역 농민들은 “국방부가 이런 땅을 헐값에 사들여 미군에 바치는 것은 쉬쉬하면서 엉뚱한 것을 가지고 생색을 내려한다”고 비난한다. 서씨와 같이 미군공여지 안에 사유지를 가지고 있는 피해자들의 숫자 및 사유지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국방백서는 전체 공여지의 27%만이 국유지이며 나머지는 사유지와 공유지라고 밝히고 있어 사유지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사유지 가운데서도 특히 전용공여지에 포함돼 있는 사유지의 소유자들은 가장 피해가 큰 편이다. 미군들이 독점적·배타적 사용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피해자들에게는, 국민의 기본권인 사유재산권 보장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법률전문가들은 서씨와 같은 피해자들의 경우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등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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