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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만 저질렀니? 진짜루? 언론사주 구속국면, 그뒤가 궁금하다… 국외재산도피 등 추가 혐의 드러날 가능성 짙어
먼저, 구속 이후 기소 전까지 탈세혐의를 제외한 새로운 혐의가 추가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검찰은 앞으로 20일 정도를 더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피의자를 수사할 수 있는 기간 10일에다 법원의 허가를 얻어 연장할 수 있는 기간 10일을 모두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될 경우 9월 초까지 수사한 뒤에야 기소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 수사 기간을 확보하기 위한 검찰의 노력은 추가혐의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집행유예로 끝나면 비난쏟아질 것
국세청이 공개한 혐의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여러 가지 형태의 개인비리와 국외재산도피 등이 드러날 경우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은 상당부분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는 국세청이 고발한 내용에만 매달려 있지는 않다”면서 “여러 경로로 들어온 이들에 대한 다른 혐의를 확인중에 있다”고 말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이번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한 언론사 사주가 수백억원대의 윤전기를 도입하면서 수억∼수십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주를 기소할 때 이 혐의를 포함시킬 계획이다. 국외재산도피의 경우 해외지국 운영을 통한 광고수입 누락과 해외 윤전기 도입 때 리베이트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카지노자금 밀반출 의혹 등이 손꼽히고 있다. 국세청은 탈세조사과정에서 이미 미국과 일본 등 현지 세무당국에 자료협조 요청을 했다고 밝힌 바 있어 이들 국가에 해외지사를 두고 있는 일부 언론사의 외화유출 혐의가 드러날지가 주목된다.이와 함께 일부 언론사는 해외 호화별장이나 부동산 취득과정에서 외화를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방씨 일가 가운데 한명인 방재선씨가 1998년 조선일보 방우영 당시 회장과 방상훈 사장 등을 사기·배임 및 국외재산도피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가 ‘공소권 없음’과 ‘혐의 없음’ 결정을 받았던 사건이 재검토될지도 관심거리다. 당시 일반 고소·고발사건을 다루는 검찰 형사부가 그런 결정을 내렸지만, 대형사건을 주로 맡는 서울지검 특수부가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이상 고소내용에서 뭔가 다른 혐의가 포착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현재 개인적인 탈세혐의를 받고 있는 몇몇 사주들은 혐의가 인정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의 조세포탈죄와 횡령·배임죄 등을 적용받는다. 특가법은 탈세액 2억원 이상일 경우 적용되기 때문에 대부분 이 법에 따라 처벌될 전망이다. 고발된 포탈세액으로만 미뤄볼 때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46억원), 동아일보사 김병관 전 명예회장(48억원)·김병건 전 부사장(47억원), 국민일보사 조희준 전 회장(21억원) 등에 대한 구형량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가법은 포탈세액이 연간 5억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 연간 2억∼5억원이면 징역 3년 이상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정된 포탈세액의 2∼5배에 이르는 벌금도 함께 부과되기 때문에 구형되는 벌금액도 1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비자금 조성을 통한 회삿돈 횡령이나 배임죄까지 인정되면 형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특가법상 횡령이나 배임으로 얻은 이득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 5억∼50억원이면 징역 3년 이상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사주들에 대한 검찰의 구형량과 재판부의 선고량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경우에 비춰 예상해볼 수 있다. 23억원의 조세포탈과 배임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18억원의 포탈 사실이 확정된 홍 전 회장은 1·2심에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포탈세금을 내고 대표이사직을 그만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었다. 이번 사건에서는 구속기소될 사주와 언론사 관계자들이 5∼1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여, 법원으로서도 일괄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하게 될 경우 ‘봐주기’ 선고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탈세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전낙원 파라다이스 그룹 회장은 1심에서 각각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수사해보니 족벌언론 문제 절감”
한편 이번 수사가 족벌언론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검찰 안에서 나오고 있다.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수사를 해나가면서 탈세의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이 족벌체제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개혁적인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왜 그렇게 족벌언론 구조를 없애라고 강조하는지 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일보의 경우 차명계좌를 통해 회삿돈으로 사주 일가의 빚을 갚았는가 하면, 방상훈 사장은 3개 계열사의 주식을 아들들에게 대물림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제3자를 끼워넣고 차례대로 매매가 이뤄진 것처럼 꾸미는 수법으로 세금을 대규모로 빼돌린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세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사와 계열사 대주주 일가의 총탈루소득은 568억원, 추징세액은 323억원으로 대부분의 탈세가 대주주 일가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역시 광고활동비를 김병관 전 회장의 개인용도로 사용하는가 하면, 김 전 회장과 김병건 전 부사장 일가는 가족 명의는 물론 재단 명의 및 주변인물 명의의 차명계좌 등 수십개의 계좌를 만들어 변칙적인 금융거래를 통해 증여세 등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동아의 경우로 미뤄볼 때 족벌체제가 변하지 않고서는 이들 언론사의 구조적인 탈세 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언론사 세무조사가 구조적인 개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탈세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기간행물법 개정 등 법적인 개혁이 언론사 사주의 구속 여부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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