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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주필의 배짱, 검찰의 분노
언론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이 관심 인물로 떠올랐다. “언론탄압”이라며 소환조사를 거부하는 김 주필과 “소환조사가 필수적”이라는 검찰이 신경전을 넘어 자존심을 건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의 보도(368호 참조)와 뒤이은 일부 방송 보도로 알려진 김 주필의 탈세 연루혐의가 확인된 것은 8월5일 조선일보가 스스로 김 주필에 대한 검찰의 출석요구 사실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하면서부터였다. 그뒤 김 주필은 소환불응(6일)→사표제출(8일·반려)→칼럼 게재(11일)를 통해 소환거부 태도를 분명히 했다. 사표를 낸 날 밤 그는 “‘조선일보를 떠나며’라는 칼럼을 썼는데도 제때에 싣지 않았다”며 편집국 고위간부를 심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3일 뒤 ‘공은 정권의 손으로’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리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현 사장과의 불화설 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앞뒤 가리지 않는 김 주필의 칼럼이 이번 사태를 가져오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게 조선일보 관계자들 일부의 분석이라고 한다. 어쨌든 김 주필의 태도에 검찰은 상당히 화가 나 있다. 특히 언론사 사주 소환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김 주필을 소환하려 했던 검찰 수뇌부는 김 주필이 언론수사라는 전체 그림을 망쳐놓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면조사와 소환조사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거나 “우리는 (김 주필이) 참고인이라고 못박은 적이 없으며, 공모관계에 따라서는 넓은 의미의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는 등의 수사관계자들의 언급은 이같은 분위기를 말해준다. 실제로 검찰은 서울지검 특수부 소속의 한 검사를 전담검사로 정해놓고 김 주필의 ‘또다른’혐의를 찾고 있다. 최근 서울지검 특수부와 대검 중수부를 거쳐간 대형사건 가운데 언론인과 관련돼 있는 사건들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칼을 빼들었는데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그대로 칼집에 넣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귀띔했다. 김 주필에 대한 애초 조사내용은 △조선일보사와 계열사 주식을 사주 일가가 대물림하는 과정에서 주주 명의와 계좌를 빌려준 경위와 △법인세 탈세혐의와 관련해 회삿돈을 장기대여한 경위 등이다. 수사팀은 수사 초기부터 김 주필의혐의내용이 사주와의 공범관계를 형성하는가에 대해 토론을 벌여왔다. 수사팀 안에서조차 “공모공동정범 이론에 따라 공범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과 “법리적으로는 처벌이 가능하나 지금까지 수사관행상 기소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나뉘었다고 한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이 강경하게 바뀐 배경에는 김 주필이 “자신은 단순 참고인”이라며 무리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김 주필은 장기 대여금과 관련해 “퇴직금을 가불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세청 고발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김 주필에게 1995년 12월30일부터 98년 1월20일까지 6번에 걸쳐 회사자금을 장기간 빌려준 뒤 실제로 받지 않았으면서도 받았다가 다시 빌려준 것처럼 전표를 허위로 꾸미고 회계처리를 했다.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일까. 김 주필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검찰이라는 ‘달리는 호랑이’에 김 주필이 타고 있는 형국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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