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노는 공여지 엄청 많다 미군쪽에서 선뜻 4천만평 반환에 나선 진짜 이유… 분포·실태 등 전국적 재조사해야
“지난해 8월 경기 파주시 주한미군 2사단 공병여단(이른바 ‘캠프 하우스’)에서 연료탱크 송유관 파손으로 경유 2천여ℓ가 근처 하천으로 흘러드는 사고가 있었죠. 당시 사고는 부대 안 수영장과 보일러실 근처에 있는 건물난방용 유류저장 탱크에 연결된 송유관이 집중호우에 따른 지반침하로 파손돼 일어났어요. 그런데 부대 안에 있는 한국인 근무자들한테서 확인한 결과 이같은 사고는 막을 수 없다는 거예요. 왜 그럴까요. 그들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이 기지에 설치돼 있는 저장탱크는 모두 170곳 정도 되는데 미군쪽이 파악하고 있는 것은 절반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죠. 나머지 탱크는 전부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 그냥 방치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지 운동가의 이같은 증언은 공여지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이 이번 반환 계획에 선뜻 4천만평을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도 지금까지 쓸모없는 공여지를 엄청나게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부터 빈번하게 잇따르고 있는 기름유출 사고 역시 이같은 분석과 무관하지 않다.
해당 지방단체와 활발한 대화를
이 때문에 현재의 공여지 분포·실태·기능 등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를 전국적인 범위에서 벌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야만 공여지로 인한 사유재산 침해와 국내환경의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고, 미군쪽의 요구에 끌려가는 대신 공여지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에 기초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와 국방부가 공여지 반환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실제로 공여지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지역자치단체와 활발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해 6월 결성된 ‘미군기지주둔지역자치단체장협의회’(이하 ‘협의회’·사무처장 이재용 대구남구청장)는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총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협의체로 꼽힌다. 협의회는 지난해 ‘미군공여지역 지원 및 주민권익보호에 관한 법률’을 특별법 제정 형태로 제정하기로 하고 올해 1차로 만들어진 법안을 토대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미군공여지역발전 중앙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공여지로 인한 환경피해와 보상문제를 총괄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와는 별도로 공여지를 가지고 있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치단체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미군공여지역발전 지역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공여지역 발전계획과 반환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총체적인 발전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물론 기지 주변에 대한 일상적인 환경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
9월에 특별법안 제출
이 모임을 주도한 이재용 대구남구청장은 “지금까지 공여지 관련 정책은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해왔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공여지를 안고 있는 해당 지역이 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면서도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불평등성을 개선하고 국가적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올해 9월 정기국회 때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공여지문제가 근본적으로 한-미 사이의 정치·군사적 불평등성을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재개정, 작전지휘권문제 등을 통해 주한미군 기능의 전반적인 축소와 재조정이 심도깊게 논의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