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안녕, 잘 지내? 나 바이러스야 스스로 감염메일 발송하는 서캠 바이러스…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도 심각
지적 호기심 자극해 클릭 유도
서캠 바이러스의 악질성을 가장 단순하고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건 바로 피해규모다. 지난 7월17일 미국에 이어 19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서캠 바이러스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주요 바이러스 백신업체가 공식으로 집계한 피해 건수만도 27일 현재 2천여건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관계기관에 접수되지 않은 사례가 공식 집계의 10배 이상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건수는 2만건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9년 3월 멜리사 바이러스에 이어 이번 서캠 바이러스까지 최근 등장하는 바이러스는 전자우편을 통해 전파되는 ‘인터넷 웜(I-Worm)’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웜 바이러스는 인터넷이나 네트워크를 통해 감염되는 모든 바이러스를 말하며, 전파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그러나 같은 웜 바이러스라고 해도 서캠 바이러스는 급이 다르다. 스스로 바이러스 메일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숙주없이 무성생식하는 미생물을 연상해보라. 서캠 바이러스는 PC 안의 문서 파일을 임의로 골라 감염시킨 뒤 메일에 첨부해 전송한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력한 전파력 역시 서캠 바이러스의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캠 바이러스는 최근 발견된 바이러스 중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웃룩 메일 프로그램 외에도 넷스케이프의 메신저, 퀄컴의 유도라 등 각종 메일 프로그램을 통해 감염된다. 특히 감염된 메일 프로그램을 지워버려도 인터넷에 연결돼 있으면 계속해서 감염된 메일을 발송하는 ‘자생력’을 갖고 있다.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러스의 위력은 전파력뿐 아니라 위장술로도 좌우된다. 그동안 웜 바이러스들은 하나같이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법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올 3월에 나온 ‘벌거벗은 아내’(nakedwife.exe)라는 파일를 첨부해 전송됐던 ‘네이키드 와이프 바이러스’나 ‘당신을 위한 사진’(Here’s some Pictures for You)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마이픽스 바이러스’ 등이 모두 그런 식이었다. 유명한 여자 테니스 선수인 안나 쿠르니코바의 이메일인 것처럼 가장한 안나 쿠르니코바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였다. 서캠 바이러스 역시 파일 제목이나 본문 내용에 호기심을 유발하는 문구나 파일 이름을 붙여 자연스럽게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가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음란물을 볼 수 있겠는가. 서캠 바이러스는 바로 이 점을 노려 한 차원 높은 위장술을 발휘한다. 네티즌을 오피니언 리더로 대접하며, 성적 호기심이 아닌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서캠 바이러스는 “당신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 이 파일을 보낸다”(I send you this file in order to have your advice)라는 메시지와 함께 첨부 파일을 보낸다. 바이러스에 첨부된 파일 이름 역시 ‘견적서’, ‘사업계획서’, ‘내부 문서’ 등 중요한 자료인 것처럼 보여 컴퓨터 사용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서캠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컴퓨터의 데이터가 삭제되는 위험은 없지만 기업의 네트워크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기업의 경우 전자우편 발송이 급증해 네트워크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며, 심할 경우에는 네트워크가 멈출 위험성도 있다. 일부는 PC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정보가 저장되는 레지스트리를 변경해 작동 불능에 빠뜨리기도 하고, 하드디스크의 여유 공간을 텍스트파일로 채워버리기도 한다. 파일 파괴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작동일이 10월16일로 아직 직접적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FBI 기밀문서도 유출시켜
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중요 문서가 유출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이메일을 보낼 때 컴퓨터 안의 문서 가운데 임의로 하나를 택하기 때문이다. 서캠은 아웃룩이나 아웃룩 익스프레스와 같은 이메일 패키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장한 자체 메일 전송 프로토콜(SMTP)을 이용해 감염된 컴퓨터의 ‘이메일 주소록’과 ‘내문서’의 파일을 바이러스 유포자에게 몰래 빼돌린다. 첨부파일도 doc, hwp, zip 등 정상적인 파일과 비슷해 혼동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피해는 업무용 메일로 착각한 상태에서 파일을 무심코 열어봐 일어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내부 기밀자료도 유출될 수 있다. 실제 세계 최고수준의 보안체계를 자랑하는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컴퓨터에도 침입해 기밀문서를 외부에 유출시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캠 바이러스를 가려내려면 제목이 아니라 내용을 눈여겨봐야 한다. 감염된 메일은 보통 안부를 묻는 영어나 스페인어(Hi! How are you?, Hola como estas?)로 시작한다. 첨부파일도 자세히 살펴보면 정상적 파일과 차이가 난다. 감염된 파일은 test. xls. pif와 같이 파일 확장자가 이중으로 붙어 있다. 이 첨부파일을 열면 서캠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서캠 바이러스 메일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려면 메일 프로그램의 필터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아웃룩 메일 시스템을 이용하는 경우 메뉴의 ‘메시지→규칙만들기→규칙의 조건, 선택→본문의 특정단어 포함’을 차례로 선택한 뒤 서캠 바이러스의 내용인 ‘HI! How are you?’를 입력하고 삭제하도록 환경을 설정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메일을 이용하는 웹메일 네티즌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바이러스 메일을 차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드림위즈의 경우 ‘환경 설정’, ‘메일 필터’, ‘새 필터추가’, ‘본문’ 등의 메뉴를 통해 바이러스 차단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웹메일은 특정 본문 내용만을 담은 이메일을 차단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서캠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다.
예방은 사실상 불가능
감염되었는지 불확실하거나 만약 감염되었다면 백신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치유하면 된다. 현재 안철수연구소(www.ahnlab.com)와 하우리(www.hauri.co.kr), 에브리존(www.everyzone.com), 시만텍코리아(www.symantec.co.kr) 등이 인터넷을 통해 백신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정보기술(IT)의 급속한 발전에 놀라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불청객으로 개인의 안방까지 침투해 들어왔다. 오프라인 바이러스는 조심하고 경계하면 피해갈 수도 있지만, 컴퓨터 바이러스는 예방하는 것이 속수무책이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결국 인간문명이 빚어낸 산물이다. 따라서 바이러스를 만들고 유포하는 행위를 자발적으로 금지하면 모든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결되겠지만, 이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유일한 해법은 바이러스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조기 치유하는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번 서캠 바이러스 창궐을 계기로 기업별, 기관별로 대응체제를 마련하고 국가 차원에서 사이버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보안경보체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강병준/ 전자신문 인터넷부 기자 bjkang@etnews.co.kr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