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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세 확장에 지역안배 살짝 5월21일 단행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사 배경엔 무엇이 작용했는가
지난 5월21일 동시에 단행된 안동수(60) 신임 법무부 장관과 신승남(57) 신임 검찰총장 인사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반응은 이렇게 갈렸다. 그러나 ‘총선 삼수생의 어부지리 장관 등극과 사실상 총장의 진짜 총장 등극’이라는 촌평이 나올 만큼 이번 인사에 대한 평가는 두 사람 모두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안 장관 낙점 이유는 비호남
안 신임 장관의 낙점 과정은 간단치 않다. 그는 1968년 부산지검에서 시작해 75년 인천지청을 끝으로 짧은 검사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검찰과 큰 인연이 없는 안 장관이 다른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장관 자리를 꿰차게 한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충남 서산이라는 그의 출신지역이다. ‘충남 서산’은 ‘비호남’의 다른 이름이다. “호남 일색”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정권의 고육책이 그를 사상 첫 평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라는 이색 타이틀의 소유자로 만든 것이다. 실제 막판까지 유임이 점쳐지던 김정길 전 장관이 끝내 옷을 벗은 것도 호남 출신 장관-총장 구도에 대한 정권의 부담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그의 장관 기용에는 집권당의 사적인 안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누구라도 출마를 꺼리는 현 집권당의 불모지 서울 서초구에서 세 차례 출마해 내리 낙선한 그의 ‘희생’을 보상해주기 위한 ‘논공행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출마가 점쳐지던 후배에게 “국회의원 되려고 고생한 시간에 장관이 되려고 했으면 오래 전에 됐을 것”이라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그는 늦게나마 뜻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신승남 ‘실세 총장’이 없었으면 안 장관의 뒤늦은 영광도 끝내 없었을지 모른다. 이번 인사의 독립상수가 신 총장이었고, 그의 총장 임명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법무부 장관은 종속변수였기 때문이다. 서울법대 수석졸업, 사시 수석합격…. 전남 영암 출신이라는 약점을 안고도 그에게는 언제나 ‘사시 9회의 선두주자’라는 수사가 따라다녔다. 김영삼 정권 때 두 차례나 검사장 승진에서 물을 먹기도 했으나 김대중정권 들어 대검차장이 되면서 다시 화려하게 ‘총장 후보 1순위’로 복귀했다. 지연·학연은 물론 능력과 경력관리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TK인 박순용 전임 총장이 워낙 몸을 사린 까닭도 없지 않지만, 어쨌든 신 총장은 검찰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 초부터 총장후보 차장이자 실세 차장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차장 시절 신 총장을 제외한 사시 9회와 10회 전원이 옷을 벗으면서 라이벌들도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이미 ‘실세’였던 신 총장
이런 사정 때문에 기구표상의 권력순서와 실제 권력순서가 일치할지도 불확실하다. 한 법조인은 “장관은 검찰조직을 잘 모르고 총장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으니 서울지검장이나 대검차장 등 후속인사는 사실상 총장 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법조인은 “이미 핵심자리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신승남 사람들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검사들이 20여년 전 조직을 떠나 정치권에서 활동해온 안 장관에게 충성할지도 의문이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신 총장에 대한 이번 인사로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정권의 권력기반이 되는 핵심 사정기관들의 총수자리를 모두 호남 출신이 장악하는 초유의 사태가 연출됐다는 점이다. 역대 정권이 지역안배 차원에서라도 이들 자리에 타지역 출신을 앉혔던 것과 달리 김대중 정권은 대중적 기반이 취약해지는 현상을 이들 기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으로 돌파하려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부부장 검사는 체념조로 말했다. “안 장관의 임기는 얼마가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신 총장의 임기는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계속 갈 것이다. 검찰이 다시 선거에 작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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