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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의료개혁이 위기의 주범인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은 건강보험 재정위기와 관련해 묘하게도 지금까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요지는 바로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의약분업과 의료보험 통합이란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정 그런가. 이들의 지적은 일면 타당한 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옳지 않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바른 지적이지만 이를 의료보험통합과 의약분업 정책 때문이라는 건 지나친 억지인 것이다. 우선 의료보험 통합과 건강보험 재정위기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2000년 1월 시행된 의료보험 통합은 나뉘어져 있던 지역의보노조와 직장의보노조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의료보험 통합은 조직 통합을 통해 조직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의 보험료 형평성을 높이고 나아가 보험가입자간의 사회적 연대성을 드높이자는 차원에서 추진된 개혁적인 보건의료정책이었다. 그 효과는 아직 전반적으로 구체적인 통계로 규명돼 있지는 않지만, 지역의 경우 321개 조합조직이 하나로 합쳐져 관리비용의 절감이 이뤄졌으며, 이 밖에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증가 △민원서비스의 단순화 △보험료 결정의 민주화 등 몇 가지 면에서 주목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의료보험 조직을 나눠서 운영하는 조합주의 방식이나 이를 하나로 통합해 하자는 통합주의 방식은 사실 정책적 선택의 문제였지, 재정위기와는 무관한 것이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연관성이 있는 면도 없지는 않다. 통합 이후 보험료 징수율이 다소 낮아졌다는 점, 또 조합주의 세력이 통합에 대한 저항의 방편으로 적립금을 함부로 소진한 점 등이다. 김대중 정부 초기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 정책 도입에 앞장섰던 당시 민주당 전문위원인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재정적자는 통합 전인 10년 전부터 예견된 사실”이라면서 “96∼97년에는 일부 조합의 경우에는 재정적자로 100% 보험료를 인상한 예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직장의보노조의 경우 IMF 이전에 재정상황이 좋았는데, 경제위기에 따른 실질소득 하락과 통합과정에서 보여준 의도적인 까먹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통합을 앞두고 보험료 인상요인이 발생했는데도, “우리 돈이 어차피 지역에 갈 게 아니냐”면서 재정적립금을 “까먹은 반조합주의 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재정위기는 얼마나 연관이 있는 것일까. 물론 100% 무관한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밝힌 건강보험 재정위기의 원인을 보아도 △의약분업 영향 1조6천억원 △왜곡된 의료구조 해소를 위한 수가인상 영향 9천억원 △본인부담금(1만2천원→1만5천원 조정) 3350억원 △분업 뒤 고가약 처방 증가 등 약제비 증가 7천억원 △급여확대, 수진율(병원을 찾는 횟수) 증가 등 자연증가율 영향 9천억원 등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재정위기가 전적으로 의약분업 정책 때문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잘 알다시피 의약분업의 애초 출발점은 약물의 오남용을 억제하고 약제비 절감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료비를 절감하자는 것이었다. 일부 의약분업 추진론자는 이를 의료개혁의 만병통치약으로 여길 정도였다. 문제는 의약분업이 애초 구상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의료계와 약계와의 싸움, 의료계의 집단적인 반발 속에서 의약분업은 누더기가 됐다. 이런 와중에서 의료계를 달래기 위한 정부의 무분별한 수가인상은 재정요인을 직접적으로 가중시켰다. 여기에다 병원과 약국간의 담합, 고가약 처방에 따른 약제비 인상 등 부작용 요인만 불거졌다. 정부의 무책임하고 서툰 보건행정이 결국 의약분업이란 의료개혁 정책을 일그러뜨려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의약분업을 당장 원점으로 돌리자는 의견은 단견이다. 더욱이 재정위기를 오로지 의약분업과 연관지어 비난하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태도는 문제이다. “의료자본이 수가를 올리며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날 때 언론과 한나라당은 무얼 했던가?”(민주노총 관계자) 의사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폐업을 이유있는 반란이라며 면죄부를 주고 수가인상을 부추긴 이들이 바로 그들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23일 성명서를 통해 “보험재정 파탄의 원인을 의료개혁에 돌리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는 무책임한 자세이며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민간사보험을 도입하는 길을 트려는 음모차원에서 여론몰이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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