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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맨땅서 맞붙은 ‘국산 잠수함’ 차기잠수함사업 둘러싼 사업자 선정 의혹… 현대중공업 결정에 중복·과잉투자 논란
독일 HDW사의 농간에 놀아났는가
특혜와 덤핑입찰 논란이 일고 있는 차기잠수함사업은 2009년까지 1800t급 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1조2천억원(국방부 기준가)짜리 국방부 대형사업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차기잠수함을 독일 잠수함 건조업체인 HDW(하데베)사 214기종으로 결정한 뒤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국내 사업자 선정에 들어갔다. 이미 잠수함 전문화업체로 지정돼 있던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은 HDW사와 협의를 거쳐 대우조선은 9890억원을, 현대중공업은 9459억원을 입찰가로 써냈고 국방부는 431억원 정도를 싸게 써낸 현대중공업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생산설비와 기술인력에서는 대우조선이, 국산화와 획득비용 그리고 재무상태에서 현대중공업이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독일 HDW사로부터의 기술이전과 가격면에서 우위를 보인 현대중공업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사실, 양사의 잠수함 전쟁은 그동안 독점적으로 잠수함사업을 해온 대우조선과 이번에 사업권을 따낸 현대중공업 사이의 ‘자존심 싸움’ 양상을 띠며 오래 전부터 전개돼왔다. 대우조선은 지난 87년 209형(1200t급) 잠수함 9척의 건조사업권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반면 현대중공업은 한척도 건조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반발은 급기야 지난 97년 법정분쟁으로 이어졌다. 김영삼 정권 말기에 국방부가 209형 잠수함개량사업(SSU)을 또다시 대우조선에 맡기려하자 현대중공업이 경쟁입찰을 요구하며 법원에 ‘방위산업참여권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그뒤 현 정부 들어 SSU사업은 백지화되고 대신 KSS-2사업으로 바뀐 뒤 경쟁입찰로 현대중공업이 선정된 셈이다. 97년에 이어 또다시 법정분쟁에 휘말린 차기잠수함사업자 논란은 △잠수함 국산화 △잠수함사업 경쟁체제에 따른 과잉·중복투자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평가방식 변경 △국부유출 가능성 등을 둘러싸고 일고 있다. 국방부는 잠수함 국산화율을 높여 앞으로 추진할 중(重)잠수함을 독자 기술로 건조한다는 계획 아래 차기잠수함사업을 추진해왔다. 여기에는 그동안 잠수함 9척의 건조를 독점해오면서 쌓아온 대우조선쪽 설계기술에 대한 국방부의 불신이 깔려 있다. 국방부는 이 근거로 국방과학연구소의 실사결과 국내 잠수함 설계능력이 60%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 이남기 부장은 “그동안 대우조선이 건조기술의 100%, 설계기술의 90%를 국산화했다”며 “현대중공업에 사업권을 넘겨준 것은 국내 업체의 손으로 잠수함을 만들 기회를 없앤 것”이라고 반발했다. 잠수함 국산화를 앞당기자면서도 국방부가 214형 설계를 HDW사로부터 죄다 사들여오는 조건으로 HDW쪽과 계약을 맺은 것은 스스로 기술자립을 후퇴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러나 국방부는 “대우조선의 설계능력이 실제로 그렇다면 HDW사로부터 약간의 설계보완만 받고 나머지는 대우조선에 맡겼을 것”이라며 “하지만 제출한 건조계획서에서 현대와 똑같이 대우도 모든 설계도면 및 핵심건조기술을 HDW사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점을 볼 때 대우가 주장하는 설계능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우조선은 그러나 국방부의 국산화 의지까지 문제삼고 있다. 그동안 잠수함 9척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HDW사가 결코 이전해주지 않는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역설계도 해보면서 기술을 축적했는데도 국방부가 이를 외면한 것은 국산화 의지 자체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대우가 쌓아온 ‘실적 및 현재능력’보다 잠수함 건조경험이 전무한 현대중공업의 ‘향후 계획’을 더욱 중요시 한 것도 국방부의 사전 의도를 뒷바침해주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한다.
현재 능력보단 미래 계획이 낫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기술인력과 잠수함의 미래수요를 들어 이렇게 반박한다. “대우의 건조능력은 시설기준으로 연 1.5척이지만 기술인력을 감안하면 평균 0.67척이 적정하다. 214형 3척과 중형잠수함 5척 등 향후 잠수함 수요를 볼 때 대우만으로는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국방부는 또 1개 업체가 계약자로 선정되면 다른 업체가 단기적으로 기존 설비와 인력을 운용하지 못할 가능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잠수함업체 이원화는 당국의 ‘정책판단’이라고 맞서고 있다. 물론 양사 과점체제가 기술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물량이 극히 제한된 잠수함의 경우 과잉·중복투자로 국가경제적인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항공산업은 중복투자의 비효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90년대 항공산업은 F-16전투기를 조립생산하는 삼성항공과 초등훈련기 KTX-1을 생산하는 대우중공업, 뒤늦게 뛰어든 현대우주항공 등이 치열한 3파전을 벌였다. 출혈경쟁은 적자누적으로 이어졌고 3개 업체는 지난 99년 결국 한국항공으로 합병됐다. 경실련 이대영 조직국장은 “전투기와 전차는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10년간 3척을 건조하는, 극히 적은 수요뿐인 잠수함만을 경쟁체제로 끌고갈 이유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처럼 1천여억원을 들여 갖춘 잠수함 전용설비 없이 기존 특수선 설비를 활용하는 것만으로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5년간 227억원의 시설투자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대우가 가진 잠수함 전용설비의 5분의 1만 투자해도 되므로 과잉·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으며, 이를 감안하면 결코 덤핑가격으로 낙찰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쪽 김문현 부장은 “잠수함을 건조하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10여 개국 중 대우처럼 전용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며 “1천억원을 들여 대우가 갖춘 설비가 되레 과잉투자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대우쪽은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평가방식 변경도 ‘현대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방부는 한국해양연구소에 평가기준에 대한 용역을 의뢰했고 해양연구소는 7개 평가요소에 대한 정량적 방식(평가요소별 배점과 가중치를 두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해양연구소 관계자는 “가능한 한 정량적 방식으로 끌고나가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으며 다만 정량적 기준이 어려운 요소는 5단계의 정성적 방식(계량화하지 않고 우수, 보통, 불량 등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국방부의 방식채택은 우리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우쪽은 국방부가 해양연구소의 기준을 무시하고 평가방식을 바꾼 배경에는 잠수함 건조경험이 없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배려’가 숨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각 업체의 장점을 계량화할 연구나 기준이 전무한데다 당시 워크아웃상태였던 대우조선이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못한 탓에 불가피하게 정성적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국부 유출 가능성 높아… 잠수함 전문가 전무
국부유출 논란은 HDW사의 의도가 관철되는 것과 맞닿아 있다. 국방부는 214형을 차기잠수함으로 선정하면서 HDW사와 7880억원을 주고 잠수함 자재를 들여오기로 가계약을 맺었고, 그뒤 양사는 HDW사와 따로 협상을 통해 기술도입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우는 그동안 설계 및 건조능력을 상당부분 대우에 이전시켜준 HDW사가 현대를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대중공업이 잠수함 건조를 처음 시작하는 만큼 대우조선보다 훨씬 많은 기술지원료와 시설투자 자문료 등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HDW사는 잠수함 건조경험이 없는 현대중공업도 잠수함 건조능력이 있다는 서한을 보냈고, 국방부는 이것이 현대중공업을 사업자로 선정한 한 요인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거제경실련 박동철씨는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HDW가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HDW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업자 선정을 끌고나가면서 국방부가 이에 휘둘린 것 같다”고 말했다. 양사 과점체제로 가면서 HDW에 국부만 더 유출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지만, 문제는 잠수함사업의 중복·과잉투자를 막고 기술력을 높여 국산화를 앞당기는 일이다. 잠수함업체 과점체제 시비도 잠수함 건조물량 등을 ‘전략적으로’ 고려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 스스로 잠수함업체의 장점을 계량화할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했지만, 해군 예비역 장성 ㄱ씨의 말은 사업자결정 이후까지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를 나름대로 말해준다. “잠수함에 대한 권위있는 전문가가 없는 게 현실이다. 잠수함은 이런 것이다, 하고 감을 잡고 있는 사람이 전혀 없는데 잠수함 건조를 놓고 경제성을 제대로 따질 수 있겠는가.”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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