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정권이 바뀌면 수법도 변하네

대통령이나 고위층 친인척 사칭 비리는 시대흐름에 따라, 또 정권별로 다른 유형을 보여왔다. 정권의 국책사업이나 경제정책에 따라 돈되는 길의 향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5공화국 시절에는 대통령의 측근이자 정부의 환수재산 매각팀장이라고 사칭하고 다니는 사기범들이 특히 많았다. 서슬이 퍼렇던 시절의 웃지 못할 사기행각 하나. 김아무개라는 희대의 사기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기가 막히게 닮은 한 남자에게 대통령 연습을 시켜 투자자에게 돈을 뜯어냈다. 이른바 ‘가짜 전두환 사건’이다.

이들은 서울 1가 7777 번호판을 단 차를 마련해 민정시찰자라고 속이고는 세련된 복장의 경호원들도 대동하고 다녔다. 수법은 투자자를 물색한 뒤 밤 이슥할 때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 앞 가로수 앞에서 만나는 방식이었다. 투자자와 사기꾼은 미등만 켜놓은 대로변에서 암호로 서로를 확인한다. 가짜 전두환은 자동차 안에서 서류를 하나 내밀고 투자자는 90도로 인사하고 이를 받는다. 다음날 투자자는 약속한 수억원대의 금액을 전했다. 피해자가 늘어나자 결국 꼬리가 잡혔고 청와대는 사형 운운하며 노발대발했지만 세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국제적인 망신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짜 전두환은 구류만 살고 풀려났다.

부동산투기가 극심했던 6공화국 시절에는 그린벨트 해제건을 둘러싸고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을 빙자한 사기사건이 많았다. 주로 “국가 재정이 부족해서 그린벨트를 풀려고 한다,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당신 땅이 있는 어디어디를 우선으로 해제해주겠다”는 식으로 속인 뒤 선투자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식이었다.

‘문민정부’ 들어서는 비실명자금을 실명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사기범들이 가장 많았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당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서 특히 이를 빙자한 사기사건이 넘쳐났던 것이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역시 금융문제를 둘러싼 사기사건이 가장 많다. 특히 집권 초기에는 구권화폐를 신권으로 바꿔주겠다는 사기사건이 기승을 부렸다. 지난 5월 장영자씨가 구속수감된 사건도 같은 내용이었다. 10월12일 적발된 청와대 외화비자금 관련 사기사건 피의자들은 시중 사채시장에 “고위층의 외화비자금을 시가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시중의 달러를 국고에 입금시키는 임무를 맡고 있는 ‘민간조직’으로 행세하기도 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올 들어 적발한 ‘비중있는’ 대통령 친인척·측근 빙자 사기사건은 모두 2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