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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선수협 주가, 팍팍 솟는다 KBO·구단 자충수에 선수들 대거 가입… 시민단체·정치인 등 지지로 새국면 형성
가파른 희비의 쌍곡선을 보여 온 선수협 파동이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을 거치면서 장기대치 국면을 보이고 있다. 선수협은 12월18일 총회 당시 참여자가 28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5일현재 선수협은 삼성과 현대를 뺀 6개팀에서 총 209명이 가입했다. 구단의 강경조처가 선수협 강화에 되레 불을 당긴 것이다. 선수협은 여론의 우호적 지지에 힘입어 애초 대규모 집회를 가지지 않기로 한 방침을 바꿔 26일과 27일 이틀동안 경기도 용인에서 워크숍을 열어 자체 결속력을 더욱 다지기로 했다.
선수들, 결속력 다지며 장기대치로
그러나 구단쪽은 아직도 철벽이다. 구단 사장들은 일단 선수협의 급속한 세불리기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예견했다는 듯한 태도다. 22일 프로야구 8개구단 사장들은 이사회를 열어 현 선수협은 인정할 수 없으며 사단법인화는 시기상조란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각 구단쪽은 선수협의 세 확대로 사태가 커지자 사장단 모임을 통한 공동 대응의 차원을 떠나 그룹간에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각자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구단에서는 그룹 회장인 구단주의 노기로 인해 내년 시즌 구단 운영을 포기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라는 소문마저 흘러나오고 있고, 또 사태가 더 확산되면 직장폐쇄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단쪽은 선수협이 반격에 나서 구단쪽을 강하게 압박한다고 해도 순순히 백기를 들지는 않겠다는 태세이다. 더욱이 구단 사장들은 어디까지나 고용된 ‘월급쟁이 사장’이다. 즉 오너가 아닌 것이다. 이 때문에 선수협이 추진중인 ‘사단법인 설립을 통한 단체협약 체결’을 이들 마음대로 허용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자충수가 된 ‘주동자 방출’도 사장들의 뜻이라기보다는 각 그룹 상층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구단과 KBO, 그리고 보이지않는 큰 손들은 분명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왜 선수들이 선수협을 외치는지,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얼마나 시대착오적 발상을 고수하는지를…. 지난 겨울에 이어 제2의 공방전을 보이고 있는 선수협 파동은 사실 8개 구단과 KBO가 불을 당겼다. 이들은 12월18일 선수협 총회 이전부터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KBO가 주장 모임을 차일피일 늦추는 동안 각 구단은 선수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선수협에 가입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선수협 활동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해태, 삼성, 현대, 두산의 주장들은 여전히 온건한 입장을 고수했다. SK는 선수협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최태원 대신 온건파인 양용모를 주장으로 선임하며 전체 판도를 ‘노-노 갈등’의 양상으로 몰아갔다. 그 덕분(?)인가? 12월18일 치러진 선수협 총회는 매우 초라했다. 가입신청서에 서명을 한 선수는 단지 23명뿐. 가장 보수적인 성향의 팀으로 알려졌던 해태에서 박충식, 이대진을 비롯해 9명이 가입했고 롯데와 LG가 각각 5명, 두산이 2명, 한화와 SK는 1명뿐이었다. 현대와 삼성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회장직을 고사했던 한화 송진우가 2기 선수협의 회장직을 다시 맡게 됐고 롯데 마해영과 LG 양준혁이 부회장에 선출됐다. 송진우, 마해영, 양준혁을 비롯해 해태 박충식, 두산 심정수, SK 최태원 등이 각 구단 대표로 나섰다. 비록 수적으로는 보잘것없었지만 이들의 의지만은 강고했다. 이들은 선수협의 사단법인화를 추진하는 한편 선수협 발족에 대한 방해공작 사례를 모아 법적문제를 제기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음날인 19일, 해태 이호성을 비롯한 비선수협 주장 3명이 기자회견을 요청했다. 비선수협 선수들은 선수협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달리하고 있을 뿐이라는 요지였다. 애매모호한 입장표명이었지만 만약 선수협 선수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질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KBO는 20일 선수협 구성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송진우 회장을 비롯한 6개 구단 선수대표들을 전원 자유계약선수로 풀었다. 때리면 움츠러들기만 했던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한 의미심장한 선제공격이었다. 선수들은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됐다.
구단 “KBO와 선수협이 동등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돈 한푼을 더 받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다. 여기서 포기하고 훌쩍 일본이나 미국으로 갈 수는 없다”며 선수협 사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다른 징계방법으로 임의탈퇴가 있기는 하지만 활동기간이 아닌 보류기간이므로 이 조항을 적용시킬 수 없었다. 게다가 임의탈퇴로 묶기 위해서는 선수본인이 계약존속이나 경신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대야 한다. 시간상, 절차상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굳이 자유계약이라는 카드를 집어든 배경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KBO와 구단이 빼든 자유계약선수 공시라는 초강수는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우선 선수들이 모일 수 있는 단서를 만들어줬다. 함께 땀을 흘리며 그라운드에서 뒹굴던 선수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자 동료선수들은 곧바로 거세게 반발했다. 또 하나 시민사회단체와 국회로 선수협 파문이 확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을 비롯한 14개의 시민사회단체가 “KBO의 반인권적 조치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의 심정수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연석회의가 끝난 뒤 선수협의 정당성을 호소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려 동료들은 물론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 12월22일에는 임종석(민주당), 남경필(한나라당), 정진석(자민련) 의원 등 국회의원 14명이 선수협 대표단과 만나 ‘선수협을 지지하는 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팬들도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또다시 뭉치기 시작했고 선수협은 이제 야구계의 문제를 넘어 전 국민적 현안으로 등장했다. 비선수협 선수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현대 선수단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20일 이들은 1군선수들 중심으로 서울 시내 모처에 모여 방출 선수 구제 방안을 논의했고 그 다음날에도 모임을 갖고 ‘선수방출을 철회하고 사태를 대화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질의서를 한국야구위원회에 보냈다. 같은 날 밤 LG선수들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당구장에서 38명의 선수가 추가로 가입신청서에 서명했다. 21일 구단쪽에 ‘최태원을 복귀시켜라’라는 선수단의 요구를 전달했던 SK 선수들도 이튿날까지 구단쪽의 반응이 없자 단체로 선수협에 가입했다. 구단쪽의 압력에 의해 가입신청을 유보하는 곡절을 겪기도 했던 한화 선수단도 전원 가입신청을 했다. 23일에는 롯데 선수 27명, 24일에는 두산 선수 30명이 추가로 가입해 선수협 가입인원은 순식간에 209명으로 불어나게 된 것이다. 총회 때는 수가 적어 걱정했지만 LG선수들의 집단가입 이후 단 사흘 만에 전체 프로야구선수의 과반수를 훌쩍 넘었다. 선수들의 의식이 사흘 동안 성숙한 결과라기보다는 ‘남의 일이 아니다’는 연대의식이 생명력을 얻은 결과였다.
직장폐쇄라는 최악의 사태 맞이할 건가
내년이면 20년째를 접어드는 프로야구. 그 3각축은 코칭스태프, 구단과 KBO, 팬이다. 여기서 가장 소외된 쪽이 언제나 선수들이다. 현대판 노예문서라는 야구규약 등 선수들의 권익은 철저히 배제돼왔다. 선수협은 이런 선수들이 단지 자신들의 자리를 찾으려고 하는 작은 출발이자 그 시도일 뿐이다. 그러나 구단은 그마저 거부하고 6명의 주축선수를 방출하고 직장폐쇄 운운하며 프로야구가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를 예고케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단은 이제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공기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선수협의 문제는 단순히 구단과 선수들간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야구팬 나아가 국민적 문제이다. 구단과 KBO은 이런 사실을 분명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선수협 선수들에 대한 그들의 강경조처는 야구팬, 나아가 사회정의에 대한 도전이기도 한 것이다. 박현진/ 스포츠서울 야구팀 기자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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