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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부정선거, 내전보다는 낫다? 금방이라도 나라가 두쪽 날 듯이 최악의 위기를 서둘러 걱정하던 미국 언론은 부시의 승리를 선언한 대법원 판결 다음날부터는, 언제 이런 일이 있었냐는 듯 차분하게 앞날의 화합만을 주문했다. 물론 대법원의 중립성 훼손과 선거 투개표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같은 하자는 보수·개선 가능한 것이었고 선출된 국가 원수의 정통성에 대해서는 거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실상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헌법의 수호자인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설혹 그것이 아무리 부당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과연 그 결정에 대해 불복하거나 저항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대답은 ‘법치주의의 승리’로 나타났다. 대법원의 판결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손상하는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법의 이름으로 보증된 이상 정당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편집자 중 한 사람인 막스 프랑켈은 부시 승리 다음날 논설에서 남북전쟁과 시민권운동의 예를 들면서 그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에 불복하게 되면 ‘수많은 피와 희생’이 뒤따른다고 경고했다. 그것보다는 차후에 문제점들을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서 개선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이런 식으로 따지면 유신도 5공도, 6공도 모두 법치주의 체제였다. 단지 자유주의적이 아니었을 따름이다). 이 논설은 사실상 흑인들을 겨냥하고 있다. 흑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자신들이 선거권을 박탈당했다고 느끼고 있다. 미 정부 산하기관인 ‘미국 시민권연맹’도 이 문제를 정식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투개표 과정에서 흑인 밀집거주지역의 투개표기의 낙후성은 물론이고 경찰의 보이지 않는 위협, 투표인 명부 누락 등등 열거하자면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서 상당히 미묘한 문제가 튀어나왔다. 인터넷 신문인 ‘살롱’에서 플로리다주의 선거인 명부에 고의적일 수도 있는 오류가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살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서 선거인 명부 정리를 공화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회사에 위탁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정리한 명부에는 흑인 밀집구역 투표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가 배제돼 있으며 특히 5만8천여명에 이르는 ‘중범죄 경력 가능자’라는 괴상한 범주가 있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주법상 중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은 선거권이 박탈되도록 돼 있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지역 선관위에서는 그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일손이 달려 이 명단을 재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선거인 명부에서 제외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범주는 중범죄자로 확인된 것도 아니고 그런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시킨 것이기 때문에 경범죄자(대다수가 유색인종들이다)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는 것. 따라서 선거 당일날 수많은 사람들이 명부에 없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현재 유색인종 지위향상협의회는 1천여건의 사례를 모아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흑인 지도자들은 조직적인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펼치고 있으며 제시 잭슨 목사는 2001년 1월15일 워싱턴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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