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0년12월12일 제338호 

[이슈추적] 조스보다 무서운 불발탄!

해상사격훈련장 바다 밑에 무더기로 쌓인 ‘죽음의 신’… 주한미군의 대형폭탄도 발견돼


(사진/부산 다대포 남쪽 20km지점 바다 밑에는 남형제섬함포사격장에서 사용하다 버려진 대형포탄이 무더기로 널려있다)


부산과 군산 등 연안 앞바다에 수천발의 불발탄이 널려 있어 해양생태계와 어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최근 이 지역을 탐사해 이같은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이들 지역은 해군과 공군 등 국방부가 서해, 남해, 동해 등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해상사격훈련장의 일부로, 이들 지역 외 다른 사격장에도 불발탄이 방치돼 있는 걸로 추정된다.

국방부, 사망사고에도 묵묵부답

녹색연합은 또 해양수산부의 내부자료인 ‘한국연안해상사격 훈련구역 일람표’를 입수·확인한 결과, 해상사격훈련장은 해군이 사용하는 함포사격장 16개소, 공군 11개소, 해양경찰청 12개소, 국방과학연구소 6개소 등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들 사격장은 각 해당기관들이 중복 사용하는 경우가 적잖아 진짜 숫자는 약 20개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가운데는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것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격장에서 해군은 구축함을 비롯해 호위함, 고속정 등에 탑재된 다양한 함포에서 해상의 특정한 목표물에 포탄을 가하는 함포사격훈련을 주로 한다. 공군도 전투기와 헬기에서 해상의 특정한 목표물을 설정해 항공투하탄을 비롯해 기관포, 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문제는 사격 그 자체가 아니라 이들 해상사격장의 안전성 여부이다.

지금까지 이들 사격장 주변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인명사고 피해와 불발탄 신고가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단 한번도 피해실태를 포함한 불발탄의 존재여부에 관한 조사는 물론 사실자체를 공개한 적이 없다. 아예 그럴 필요가 없다는 입장마저 보여왔다.

한 해군 관계자는 “해상의 사격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발탄은 통상 바다에 그대로 버리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외국도 그냥 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따라서 지금까지 바닷속 불발탄에 대해 조사하거나 실태를 파악하는 작업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게 그렇지 않다. 군 관계자의 말과 달리 실상은 바닷속이라고 해서 100%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20여곳의 해상사격장 가운데 서해안 군산지구의 섬, 말도 앞바다에 있는 공군 직도사격장은 그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전북 군산시 옥도면 말도리 앞바다의 직도 일대의 이 사격장은 하늘에서 바다로 폭격훈련을 하는 사격장으로 현재 한국 공군과 미 공군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직도 주변의 바닷속에는 수천발이 넘는 크고 작은 불발탄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녹색연합 조사팀이 지난 12월9∼10일 이틀에 걸쳐 직접 확인했다. 그 광경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배를 타고 가다보면 맨눈으로도 바닷속 포탄이 버젓이 보일 정도였다. 직도섬과 그 바닷속에는 항공투하탄을 비롯해 훈련탄, 로켓탄, 기관포탄 등 수많은 불발탄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방치돼 있었다. 심지어 2m 가까이 되는 대형불발탄도 그대로 내팽겨쳐 있었다. 이들 불발탄은 지역 어민들의 그물에도 수시로 걸려 올라왔으며, 일부 주민들은 모르고 이들 불발탄을 고물상에 판 적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직도사격장 주변 해안에서는 그물에 걸린 불발탄으로 어민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불발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올해 초에도 한 차례 있었으며, 99년과 97년에 각각 한 차례씩 최근에만 모두 3차례나 발생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고 내용은 더이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고와 관련한 자세한 기록이 군산해경을 통해 군부대로 이첩돼버렸기 때문이다.

조업과정에서 그물에 걸리기도


(사진/12월11일 녹색연합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20여개 해상사격훈련장 인근 바닷속에 많은 불발탄이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사고의 위험성 외에도 해상사격장 주변의 주민들은- 말도에는 1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가옥 위로 오가는 비행기와 헬기 등의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 군산시 말도리 말도섬의 민가에서도 사격훈련이 관찰되는 직도사격장은 전국의 20여개 사격장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방치되고 있는 해상사격장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발견한 불발탄을 수없이 당국에 신고했으나 국방부는 별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2000년 5월에는 군산수협에서 해양수산부를 통해 국방부로 사격장 이전을 포함한 적정한 관리를 요청하는 의견을 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국방부의 답변은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고 그냥 사용하겠다”라는 회신뿐이었다고 한다.

부산 앞바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 해군과 한국 해군이 사용한 중·대형 불발탄 300여발 이상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부산시 다대포 남쪽 20km 지점이자 경남 거제시 옥포항 동쪽 20km 지점인 목섬과 남형제섬 일대에는 해군의 남형제섬함포사격장이 있다. 이 사격장은 한국전쟁 때부터 미 해군의 함포사격장으로 이용돼왔으며 지난 95년까지 우리 해군이 함포사격장으로 관리해왔다.

이 사격장 연안 바다에는 약 50여년 가까이 함포사격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불발탄이 그대로 버려져 있는 게 역시 녹색연합 조사팀에 의해 확인됐다. 이는 인근 어민들과 이곳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다이버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물론 해양생태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도 되고 있다. 부산지역의 연안 바다에서 잠수일을 하는 김대중(40)씨는 지금까지 잠수과정에서 혼자서만 100여발의 대형 포탄을 물 속에서 발견했다고 조사팀에 전했다. 김씨는 “남형제섬 일대의 바닷속에는 내가 직접 확인한 것 이외에도 수백발 불발탄이 널려 있을 것이다. 물 속은 밖에서보다 사물의 관찰이 어렵기 때문에 꼼꼼히 찾아보면 직접 확인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내가 본 것은 그것의 일부다. 심지어 불발탄의 길이가 1m가 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바닷속에 있는 일이라 지금까지 일부 사람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의 특성상 해군이나 해경의 눈밖에 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알고도 쉬쉬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말한 포탄의 길이가 1m가 넘는 것은 우리 해군의 것이 아니라 미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함에 탑재된 16인치 함포에 사용되는 포탄으로 추정된다.

남형제섬함포사격장 일대는 부산, 거제, 통영 일대 어민들의 주요 조업지역이다. 이들 어민들의 조업과정에서도 불발탄이 그물에 걸려 건져지는 일이 자주 있었다. 지난 12월1일에도 거제시 남부면 갈곳리의 거제 해금강 앞바다에서 조업중이던 ‘91세중호’의 그물에 불발탄이 걸렸다. 당시 이 불발탄은 항해사 허아무개씨가 발견해 인양되었는데, 포탄의 종류는 고폭소이탄으로 지름 30mm에 길이가 26cm가량 되었다. 고폭소이탄은 잠수함을 잡는 강한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정확한 실태파악부터


(사진/해군이 함포사격을 하는 모습)


불발탄을 발견한 어선은 부산 감포항에 입항한 뒤 곧바로 다대파출소에 이를 신고했다. 그뒤 폭탄은 파출소에서 부산해양경찰서에 이첩된 뒤 해군작전사령부로 인수·인계되었다. 이 불발탄은 운이 좋아서 터지지 않았을 뿐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경우다. 이 고폭소이탄도 남형제섬 일대의 함포사격장에서 사용하고 방치했던 폭탄이다.

실제로 어민이 발견한 불발탄이 터져서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지난 1999년 12월께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의 한 고철수집상에서 어민으로부터 넘겨받은 불발탄을 처리하던 수집상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수집상의 자세한 인적사항은 해군에서 보관중이다. 사고 발생당시의 자세한 경위와 불발탄의 종류는 다대파출소를 통해 사하경찰서로 보고되었고 바로 해군으로 이첩되었다.

사실 부산 지역 전문다이버들과 어민들 사이에는 남형제섬 일대에 불발탄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다만 해군과 해경의 소관 사항이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못해왔던 것이다.

이 밖에도 11월20일경 부산시 영도구 태종도 중리산 앞바다에서 대전차지뢰 1발과 M16대인지뢰 1발이 다이버에 의해 발견되어 신고된 적이 있다. 이 두발의 폭발물은 해군 특수부대인 UDT 내의 EOD팀에 의해서 수중폭파돼 제거되었으나 자세한 유입경로와 제작연원 등은 밝혀지지 않은 채 은폐되었다.

이렇듯 국방부는 해상사격장을 사용하면서 바닷속과 주변 섬 일대에 대형포탄과 불발탄을 그대로 방치해왔다. 문제는 당국의 의지만 있으면 그 현황과 실태를 현재의 기술과 장비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의심이 가는 대목은 이런 사실을 국방부가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하거나 은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불발탄은 해양생태계 오염 및 해상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며, 조업중인 어민들의 생명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해양수산부나 해경은 바닷속의 폐기물에 대해 엄격하게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불발탄은 단속의 항목에 빠져 있다. 불발탄은 이렇듯 법적·제도적으로도 속수무책인 상황인 것이다. 해경도 함포사격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그저 ‘쉬쉬’ 하고 있을 따름이다.

해양수산부의 해양생태계 전문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우선 불발탄의 정확한 실태파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조사를 하거나 실태파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군 본연의 임무라 할 때 전시도 아닌 평시에 1m가 넘는 대형 불발탄이 바닷속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방치되고 있는 사실에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군사 목적보다 어민의 생명이 우선





(사진/녹색연합과 부산MBC 합동조사팀의 잠수부가 부산 남형제섬 바닷속에 있는 포탄을 수거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11일 이들 해상사격장 불발탄 방치에 대한 질의에 외국의 사례를 들며 “훈련중에 발생한 불발탄은 바닷속에 그대로 버리는 것이 관례”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외국의 해상사격장은 우리처럼 바로 해안에서 코앞에 있거나 수심 30m도 안 되는 얕은 바다가 아니다. 더욱이 그 불발탄으로 인명의 피해가 나고 수시로 어선의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일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실정은 외국의 상황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다.

비록 군사적인 목적의 훈련을 위해 사용하더라도 주민들의 안전에 위험이 있다면 즉각 제거하고 개선해야 한다. 바다를 생명선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을 비롯한 수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이 불발탄이 그냥 잠자고 있는 폭탄이 아니라 항상 생명을 위협하는 폭탄이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이번 바닷속의 수천발에 달하는 불발탄의 방치에 주한미군도 나름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들 또한 해상사격 훈련과정에서 많은 대형포탄을 우리 바다에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산 남형제섬에서 나온 불발탄 중에 미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함에만 장착된 16인치 함포탄이 나타난 사실에서도 분명 확인된다. 군산에서는 미 공군이 수시로 항공투하탄을 비롯하여 2m 가까이 되는 대형폭탄을 바다에 쏟아대고 있으나 단 한번도 수거에 나선 적이 없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 또한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소파) 때문이란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서재철/ 녹색연합 생태보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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