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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지뢰는 당신 가까이에 있다 국립공원·문화유적은 물론 대도시까지 접근… 녹색연합이 확인한 매설실태
한국전쟁이란 동족상잔을 치른 한반도에는 이런 지뢰가 곳곳에 묻혀 있다. 대표적인 곳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대다. 하지만 문제는 지뢰가 바로 우리가 생활하는 바로 곁인 후방지역 곳곳에도 상당한 규모로 매설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도대체 어느 곳에 얼마만큼 있는가는 알 수 없었다.
오대산의 ‘위험한 정상’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이에 지난 99년 2월 후방지역의 살인무기인 대인지뢰실태를 직접 파악하기로 했다. 녹색연합 조사팀은 전국 지뢰매설 추정지역을 정해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 주변 가까이 대도시 뒷동산과 자연의 보고인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등지는 물론 산간지역까지 샅샅이 현장 실태조사 작업을 벌였다. 이 결과, 조사팀은 2000년 10월 현재 전국에 걸쳐 총 21곳의 지뢰매설지역을 직접 확인했다(최근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방부 자료를 통해 비무장지대를 제외한 국내 후방지역 지뢰매설지역이 총 34곳이라고 밝혀냈다.) 확인된 곳은 서울은 서초구 양재동 우면산 1곳, 부산은 영도구 동삼동 중리산, 해운대구 반여동 등 2곳을 비롯해 대구 1곳, 울산 1곳, 경기 4곳, 강원 1곳, 경북 1곳, 경남 4곳, 전남 2곳, 전북 1곳, 충남 3곳 등이다. 후방지역 지뢰매설지역을 현장조사해 낱낱이 밝히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현장확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조사결과 지뢰는 자연보호구역인 몇몇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등에 함부로 매설돼 있었다. 게다가 남한산성이나 양산 원효산 등 문화유적지역 곁에도 여지없이 묻혀 있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서울, 부산, 울산, 대구, 포항 등 대도시나 도심주변 지역에서도 버젓이 지뢰가 매설돼 있다는 점이다. 국립공원 가운데 대표적인 대인지뢰매설 현장은 강원도 평창군 도함면 차항리 오대산국립공원 일대. 오대산국립공원은 산 전체가 국립공원구역이며 백두대간이다. 대인지뢰는 특히 오대산국립공원 안 황병산 주능선의 한가운데 설치되어 있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직선거리로 1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오대산 지뢰지역은 산 정상의 군사시설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부 주변을 중심으로 산의 8부 능선을 돌아가면서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었다. ‘경고·지뢰지대’, ‘지뢰(MINE)·꽝’ 등 곳곳에 붙여져 있는 경고판이 이곳이 지뢰지대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오대산 “지뢰 때문에 관리 못하겠다”
오대산 지뢰지역 일대는 오대산국립공원의 생태적인 핵심지역. 특히 대인지뢰 매설지역으로부터 직선거리로 15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해발 1100m에 자리잡은 고층습지가 자리잡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습지는 생태적으로 건강하며 자연자원도 풍부한 곳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곳에서 산나물을 비롯한 많은 산림자원을 채취해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90년대 초반 산나물을 뜯던 주민이 대인지뢰를 밟는 사건이 두번이나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삶터에서 멀어져 갔다. 국립공원에 이어 도립공원도 지뢰에 유린돼 있기는 마찬가지. 경기도 성남 남한산성도립공원과 경남 양산의 가지산도립공원 등에도 어김없이 지뢰가 묻혀 있었다. 남한산성도립공원은 경기도 성남시 은행동 일대로 주변의 도심과 가깝고 여름철과 가을철에는 특히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특히 이 공원 안의 검단산 정상일대를 차지하고 있는 군사시설 주변에는 대인지뢰 경고 표지판이 곳곳에 보였다. 정상부의 한국통신 중계소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도 길 옆에 대인지뢰 경고판이 나타났다. 양산의 가지산도립공원에는 경남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의 원효산 일대에 대인지뢰가 설치되어 있었다. 원효산은 원효대사가 창건한 원효암과 홍룡사 등의 사찰이 있는 명산. 바로 이 산 정상을 중심으로 두곳에 대인지뢰가 있었다. 원효산의 대인지뢰가 특히 위험한 것은 지뢰지대를 따라 나 있는 등산로 때문. 이 산은 예부터 부산과 울산 등지의 시민들 사이에 명산으로 통했고 요즈음도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다. 문제는 등산로 옆이 지뢰지대라는 것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밤에는 특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곳에도 지뢰경고판과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철조망이 부실해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돼 있어 위험천만이다. 특히 원효암은 절 뒤가 바로 대인지뢰지역이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심각하고 두려운 것은 대도시 대인지뢰지역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방배동-우면동 등과 경기도 과천 일대에 걸쳐 있는 우면산 일대가 대표적인 곳이다.
등산로와 지뢰지대가 ‘나란히’
인근지역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살아 휴일이면 우면산을 찾는 외국인도 자주 눈에 띈다. 우면산 지뢰지역에서 만난 한 프랑스인은 “한국에 살다보니 적응이 됐지만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 이곳 우면산에 왔다가 도심공원 지역에 설치된 대인지뢰를 보고 대단히 놀랐다”면서 “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상징적으로 접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사람들은 이런 긴장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다. 우면산의 상황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캄보디아와 뭐가 다른가. 우리 같은 외국인들이 볼 때는 동일한 것으로 느껴진다.” 대도시지역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 우면산말고도 부산 해운대와 태종대, 대구 최정산, 울산 양정동, 성남 은행동 등지에 지뢰가 매설돼 있었다. 부산의 태종대는 과거 미군들이 매설한 지뢰로, 그동안 사회적으로 지뢰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언급됐던 지역이다. 그러나 부산 해운대는 녹색연합이 이번 조사과정에서 처음 확인한 지역이다. 부산시 해운대구 반여동과 좌동에 걸쳐 있는 장산 일대에도 지뢰가 묻혀 있었다. 산 정상부의 지뢰지대는 군사시설 주변을 둘러싸고 설치돼 있는데, 해운대 신시가지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이다. 죄동에서 시작한 도로가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지뢰지대는 이 도로 옆에도 있었다. 장산도 휴일이면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곳으로, 등산로와 바로 붙어 있는 곳이 지뢰지대였다. 울산도 의외의 지역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었다. 현대자동차 공장으로 유명한 울산시 북구 양정동 일대의 산 정상 주변이다. 군사시설 방어용으로 설치한 대인지뢰는 정상 주변을 에워돌며 설치돼 있는데 현대자동차 공장과는 직선거리로 불과 2km가 안 되는 거리다. 성불사란 사찰 바로 뒤쪽으로, 이곳에도 인근 주민들의 등산로가 여럿 나 있다.
하루빨리 제거에 나서야
대도시를 비롯한 도심지역의 대인지뢰 지대가 특히 위험한 것은 대부분이 지뢰지대 주변에 그물처럼 등산로가 나 있기 때문이다. 휴일이든 평일이든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항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빨리 지뢰제거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지뢰가 순식간에 살인무기가 돼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침묵의 살인자 지뢰는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생태보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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