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0년11월15일 제334호 

[이슈추적] 지뢰는 당신 가까이에 있다

국립공원·문화유적은 물론 대도시까지 접근… 녹색연합이 확인한 매설실태


(사진/양산 원효산 일대의 대인지뢰 현장을 조사중인 녹색연합 조사팀. 원효산 일대에도 등산로 바로 옆에 대인지뢰가 매설되어 있다)


대인지뢰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비인간적인 무기다. 선전포고도 없이 순식간에 발목을 앗아간다. 목숨을 빼앗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행히 살아남는다 해도 평생 불구로 지내야 하는 잔혹함까지 갖고 있다. 지뢰는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않는다. 어른, 아이도 가리지 않는다. 걸리는 대로 탐욕스럽게 해치워버리는 침묵의 살인자, 바로 그게 지뢰다.

한국전쟁이란 동족상잔을 치른 한반도에는 이런 지뢰가 곳곳에 묻혀 있다. 대표적인 곳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대다. 하지만 문제는 지뢰가 바로 우리가 생활하는 바로 곁인 후방지역 곳곳에도 상당한 규모로 매설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도대체 어느 곳에 얼마만큼 있는가는 알 수 없었다.

오대산의 ‘위험한 정상’


(사진/오대산 국립공원 내의 동막골 입구에 걸린 대인지뢰 경고안내판. 이곳에서 10분정도 올라가면 대인지뢰지대가 나타난다)


그동안 정부는 ‘군사보안’을 내세워 줄곧 지뢰매설지역 실태를 공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분단 반세기, 해마다 십수명의 사람들이 지뢰로 인해 발목과 목숨을 잃는데도….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이에 지난 99년 2월 후방지역의 살인무기인 대인지뢰실태를 직접 파악하기로 했다. 녹색연합 조사팀은 전국 지뢰매설 추정지역을 정해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 주변 가까이 대도시 뒷동산과 자연의 보고인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등지는 물론 산간지역까지 샅샅이 현장 실태조사 작업을 벌였다.

이 결과, 조사팀은 2000년 10월 현재 전국에 걸쳐 총 21곳의 지뢰매설지역을 직접 확인했다(최근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방부 자료를 통해 비무장지대를 제외한 국내 후방지역 지뢰매설지역이 총 34곳이라고 밝혀냈다.) 확인된 곳은 서울은 서초구 양재동 우면산 1곳, 부산은 영도구 동삼동 중리산, 해운대구 반여동 등 2곳을 비롯해 대구 1곳, 울산 1곳, 경기 4곳, 강원 1곳, 경북 1곳, 경남 4곳, 전남 2곳, 전북 1곳, 충남 3곳 등이다. 후방지역 지뢰매설지역을 현장조사해 낱낱이 밝히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현장확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조사결과 지뢰는 자연보호구역인 몇몇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등에 함부로 매설돼 있었다. 게다가 남한산성이나 양산 원효산 등 문화유적지역 곁에도 여지없이 묻혀 있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서울, 부산, 울산, 대구, 포항 등 대도시나 도심주변 지역에서도 버젓이 지뢰가 매설돼 있다는 점이다.

국립공원 가운데 대표적인 대인지뢰매설 현장은 강원도 평창군 도함면 차항리 오대산국립공원 일대. 오대산국립공원은 산 전체가 국립공원구역이며 백두대간이다. 대인지뢰는 특히 오대산국립공원 안 황병산 주능선의 한가운데 설치되어 있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직선거리로 1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오대산 지뢰지역은 산 정상의 군사시설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부 주변을 중심으로 산의 8부 능선을 돌아가면서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었다. ‘경고·지뢰지대’, ‘지뢰(MINE)·꽝’ 등 곳곳에 붙여져 있는 경고판이 이곳이 지뢰지대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오대산 “지뢰 때문에 관리 못하겠다”



오대산국립공원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대인지뢰로 인해 공원관리에도 애로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산불이 나도 접근을 할 수 없고 일체의 공원관리에 관계된 일을 할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면 공원구역에서 해제하든지 아니면 어떤 조처를 취해야지 우리도 골머리가 여간 아픈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지뢰 때문에 자연보호구역인 이곳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푸념이다.

오대산 지뢰지역 일대는 오대산국립공원의 생태적인 핵심지역. 특히 대인지뢰 매설지역으로부터 직선거리로 15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해발 1100m에 자리잡은 고층습지가 자리잡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습지는 생태적으로 건강하며 자연자원도 풍부한 곳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곳에서 산나물을 비롯한 많은 산림자원을 채취해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90년대 초반 산나물을 뜯던 주민이 대인지뢰를 밟는 사건이 두번이나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삶터에서 멀어져 갔다.

국립공원에 이어 도립공원도 지뢰에 유린돼 있기는 마찬가지. 경기도 성남 남한산성도립공원과 경남 양산의 가지산도립공원 등에도 어김없이 지뢰가 묻혀 있었다. 남한산성도립공원은 경기도 성남시 은행동 일대로 주변의 도심과 가깝고 여름철과 가을철에는 특히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특히 이 공원 안의 검단산 정상일대를 차지하고 있는 군사시설 주변에는 대인지뢰 경고 표지판이 곳곳에 보였다. 정상부의 한국통신 중계소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도 길 옆에 대인지뢰 경고판이 나타났다.

양산의 가지산도립공원에는 경남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의 원효산 일대에 대인지뢰가 설치되어 있었다. 원효산은 원효대사가 창건한 원효암과 홍룡사 등의 사찰이 있는 명산. 바로 이 산 정상을 중심으로 두곳에 대인지뢰가 있었다. 원효산의 대인지뢰가 특히 위험한 것은 지뢰지대를 따라 나 있는 등산로 때문. 이 산은 예부터 부산과 울산 등지의 시민들 사이에 명산으로 통했고 요즈음도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다. 문제는 등산로 옆이 지뢰지대라는 것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밤에는 특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곳에도 지뢰경고판과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철조망이 부실해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돼 있어 위험천만이다. 특히 원효암은 절 뒤가 바로 대인지뢰지역이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심각하고 두려운 것은 대도시 대인지뢰지역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방배동-우면동 등과 경기도 과천 일대에 걸쳐 있는 우면산 일대가 대표적인 곳이다.

등산로와 지뢰지대가 ‘나란히’


(사진/서울 양재동과 방배동 일대의 우면산에 매설된 대인지뢰 현장.등산로 바로 옆이라 위험이 상존한다)


특히 대인지뢰가 매설된 우면산은 서초구에 사는 주민들이 약수터와 도시의 녹지공원으로 즐겨 찾는 곳이다. 양재동 예술의전당에서 산쪽으로 300∼400m쯤 떨어진 곳에 지뢰지대가 있다. 대인지뢰는 우면산 정상에 자리잡은 군사시설 주변을 따라 8부 능선을 돌아가면서 설치되어 있었다. 지뢰경고판과 철조망도 지뢰매설지역을 따라 산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워낙 많이 찾기 때문에 등산로가 크게 나 있고 서초구청에서 등산로 정비도 해놓았다. 등산로와 지뢰지대가 바로 이웃해 있는 것이다. 대인지뢰 때문에 산 정상부를 갈 수 없기 때문에 지뢰지역을 따라 등산로가 난 것이다.

인근지역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살아 휴일이면 우면산을 찾는 외국인도 자주 눈에 띈다. 우면산 지뢰지역에서 만난 한 프랑스인은 “한국에 살다보니 적응이 됐지만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 이곳 우면산에 왔다가 도심공원 지역에 설치된 대인지뢰를 보고 대단히 놀랐다”면서 “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상징적으로 접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사람들은 이런 긴장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다. 우면산의 상황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캄보디아와 뭐가 다른가. 우리 같은 외국인들이 볼 때는 동일한 것으로 느껴진다.”

대도시지역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 우면산말고도 부산 해운대와 태종대, 대구 최정산, 울산 양정동, 성남 은행동 등지에 지뢰가 매설돼 있었다. 부산의 태종대는 과거 미군들이 매설한 지뢰로, 그동안 사회적으로 지뢰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언급됐던 지역이다. 그러나 부산 해운대는 녹색연합이 이번 조사과정에서 처음 확인한 지역이다.

부산시 해운대구 반여동과 좌동에 걸쳐 있는 장산 일대에도 지뢰가 묻혀 있었다. 산 정상부의 지뢰지대는 군사시설 주변을 둘러싸고 설치돼 있는데, 해운대 신시가지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이다. 죄동에서 시작한 도로가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지뢰지대는 이 도로 옆에도 있었다. 장산도 휴일이면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곳으로, 등산로와 바로 붙어 있는 곳이 지뢰지대였다.

울산도 의외의 지역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었다. 현대자동차 공장으로 유명한 울산시 북구 양정동 일대의 산 정상 주변이다. 군사시설 방어용으로 설치한 대인지뢰는 정상 주변을 에워돌며 설치돼 있는데 현대자동차 공장과는 직선거리로 불과 2km가 안 되는 거리다. 성불사란 사찰 바로 뒤쪽으로, 이곳에도 인근 주민들의 등산로가 여럿 나 있다.

하루빨리 제거에 나서야


(사진/후방지역 곳곳에 설치된 대인지뢰 현장. 대인지뢰 경계철조망과 경고판이 이곳이 지뢰지역임을 알려주고 있다)


태안 백화산의 대인지뢰 현장은 도심에서 바로 이어지는 뒷동산이었다. 태안군 태안읍 동문리와 상옥리에 걸쳐 있는 백화산은 태안시내 어디서든 한눈에 보이는 산으로, 태안시내를 어머니 품처럼 아우르고 있는 형상이다. 산은 소나무림으로 형성되어 있고 아기자기한 바위가 어우러져 있다. 고도는 300m가 채 안 되지만 경관이 탁월해 이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런데 산 정상 일대에 대인지뢰가 매설되어 있었다. 지뢰가 매설된 지역의 윤곽은 태안읍 어디에서도 바라보이는 위치에 있다. 군사시설 방어용으로 설치했기 때문에 산 정상의 군사시설은 쉽게 보인다.

대도시를 비롯한 도심지역의 대인지뢰 지대가 특히 위험한 것은 대부분이 지뢰지대 주변에 그물처럼 등산로가 나 있기 때문이다. 휴일이든 평일이든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항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빨리 지뢰제거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지뢰가 순식간에 살인무기가 돼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침묵의 살인자 지뢰는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생태보전부장

후방지역 대인지뢰 매설현황

대인지뢰지역

행정구역

현황

매설주체
(관리주체)

서울 우면산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방배동,우면동-과천

도심녹지공원 인근지역,예술의 전당 시민들이 즐겨찾음

육군(공군)

성남 남한산성

경기도 성남시

남한산성도립공원 내,등산객들이 많이 옴

육군(공군)

안성 성은리

경기도 안성군 원곡면 성은리

경부고속도로 인접지역

육군(공군)

평택 된박산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노양리

마을 주변에 위치

육군(공군)

평택 안중지역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덕목리

마을 주변에 위치

육군(공군)

오대산

강원도 평창군 오암면 차향리

오대산 국립공원 내 위치

육군(공군)

태안 백화산

충남 태안군 태안읍 백화산

태안읍 위치

육군(공군)

홍성 제기산

충남 홍성군 광천읍 제기산

마을이 가까운 지역

육군(공군)

서천 옥녀봉

충남 서천군 서면 월호리

마을이 가까운 지역

육군(공군)

대구 최정산

대구시 가창읍 주리

부대 인접한 지역

육군(공군)

포항 봉화산

경북 포항시 대보면 구만리

장기곶 인근지역

육군(공군)

부산 태종대

부산시 영도구 동산 2동.중리산

태종대 주변,관광지역

미군(육군)

부산 해운대

부산시 해운대구 반여동-좌동

도심녹지 인근지역

육군(공군)

울산 양정동

울산시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인접지역

육군(공군)

양산 원효산

경남 양산시 상북면 원효산-천성산 일대

가지산 도립공원 내, 등산객이 많이옴

육군(공군)

김해 볼모산

경남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

김해와 창원 사이의 창원터널 옆에서 산으로 오르면 부대가 있음

육군(공군)

전북 군산

전북 군산시 옥구읍 어은리

마을 인근 지역

육군(공군)

나주 금성산

전남 나주시 경현동 금성산

나주의 진산 마을 인접

육군(공군)

보성 존제산

전남 보성군 벌교읍 옥전리

마을 인접

육군(공군)

하동 금오산

경남 하동군 금남면 덕천리-고전면 성평리

과거 미군이 설치한 지뢰

미군(육군)

하동 용산

경남 하동군 금남면 진정리

과거 미군이 설치한 지뢰

미군(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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