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0년10월31일 제332호 

[이슈추적] 벤처기업은 범죄도 ‘업그레이드’

벤처기업 육성이 ‘국민의 정부’ 주요정책으로 자리잡으면서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벤처기업들은 한편으로 한국경제의 활력소로서 순기능을 발휘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싹트는 근거지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최근까지 벤처기업과 관련해 불거진 범죄유형은 △코스닥 등록을 전후해 벌어지는 주가조작 △정·관계에 ‘보험성’ 주식 제공 등 뇌물공여 △인터넷사이트를 둘러싼 무분별한 정보 빼내기 △부도사실 은폐 등 허위공시 등이 꼽힌다.

먼저 주가조작은 벤처기업들이 흔히 빠져드는 전형적인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증권가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코스닥 등록기업 주가조작 사건’이 실제로 터져 충격을 준 바 있다. 세종하이테크 대주주가 증권회사 간부와 기관투자가, 펀드매니저 등에게 15억원을 뿌려 주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전통적인 주가조작 사건에는 이른바 ‘작전세력’과 이들의 돈줄이 되는 ‘전주’(錢主)가 양대축을 형성했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연루된 사건에서는 기업 인수합병(M&A)전문가나 벤처 전문가들이 공범자들로 등장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8월에는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전력의 일부 임직원들이 업무와 관련 있는 벤처기업인 기인시스템의 주식을 산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들이 공무원은 물론이고 정치인, 회계사, 변호사 등 ‘힘있는 전문가 집단’에 주식을 싼값에 파는 수법으로 로비를 한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벤처기업들 사이에 벌어지는 무한경쟁이 또다른 범죄를 불러오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경쟁관계에 있는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컴퓨터 서버시스템에 침입해 영업정보를 해킹한 벤처기업의 프로그래머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런 해킹범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또 인터넷 콘텐츠분야에서는 특정 벤처업체들의 정보를 다른 업체가 무단으로 실어 생기는 지적재산권 분쟁도 늘고 있다.

수사기관들도 벤처업체들의 ‘모럴 해저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추세다. 경찰청 컴퓨터범죄수사대와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는 해킹 등 ‘사이버 테러’와 인터넷을 이용한 여러 범죄를 예방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고, 법무부는 벤처자금을 노려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이비 벤처기업주’에 대한 집중단속을 올해 주요업무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한편 벤처기업들에 의한 범죄 급증은 전세계적인 추세인 모양이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6개월 동안 전세계 주요 닷컴기업 임원 70명을 골라 범죄사실 연루 여부를 조사한 결과 다른 업종의 임원들에 비해 범죄에 연루된 경우가 4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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