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0년10월31일 제332호 

[이슈추적] 시름에 잠긴 위기의 금감원


(사진/금감원 임직원들이 10월30일 대강당에 모여 내부자정결의 선서를 하고 있다)


출범 1년10개월여를 맞은 금융감독원이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에 금감원 현직 국장이 연루됨에 따라 금융감독기구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 이는 금감원의 주임무인 금융·기업 구조조정 작업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금감원 국장이 비리 사건에 연루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당시 대한생명 관리인을 겸하고 있던 박아무개 국장이 서울지역 한 신용금고로부터 1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국장급 인사가 연루됐다는 점에선 비슷한 사안인 듯 보이지만 폭발력면에선 이번 사건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지난해 박 국장 사건의 경우 재판과정에서 수뢰금액이 13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었고 금감원 출범 전 은행감독원 시절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장래찬 국장건’은 금감원 출범 뒤, 그것도 신용금고 검사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비은행검사1국장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일이다. 지난번 일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비리 사건이다.

이번 사건이 터짐으로써 금감원 임직원 모두가 마치 감독대상 기관들과 끈끈하게 유착돼 있는 비리집단인 것처럼 내비치고 있는 데 대해 금감원은 매우 곤혹스러워 한다. 사건이 터진 이후 여의도 금감원 청사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임직원들 스스로 “출범 뒤 최대위기”라며 탄식하고 있다.

금감원은 종전의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을 흡수해 지난해 1월 출범한 신생조직이다. 4개 감독기구가 한데 합쳐지면서 임직원 수가 1500여명으로 불어났으며 장 국장 같은 ‘티’가 섞여들 개연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권한이 막강해짐에 따라 각종 로비의 목표가 될 가능성도 그에 비례해 커진 것이다.

금감원 내부통제장치로 감사실을 두고 있지만 15명 안팎의 감사 요원으로 1500여명의 직원들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동방비리’ 사건 이후 일고 있는 금감원에 대한 비난일색의 지적들 가운데는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다. 특히 불법대출 관련자를 늑장 고발했다거나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의 출국을 방조했다는 비난 등은 전후사정을 잘 따져보면 설득력이 없다. 장래찬 국장의 잠적 방관, 인천 대신금고에 대한 경징계 등 여타 부분의 의혹에서도 금감원은 나름대로 해명할 근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일찌감치 ‘조직적 비리’로 못박아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장 국장 ‘개인의 비리’일 뿐이란 주장을 펼 수도 없다.

금감원은 새 정부 들어 추진된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선두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이 과정에서 각계에서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외환위기 극복의 최대 공로자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런 금감원 앞에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개혁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기업구조조정 마무리를 위한 부실기업 판정, 공적자금이 투입됐거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8%에 미치지 못하는 은행들에 대한 경영평가와 향후 처리방향 확정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국가적 과제로 꼽히는 2차 금융·기업개혁을 위해 금감원의 권위·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불법대출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밝혀 찜찜한 의혹을 남기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금감원의 자체적인 정화노력도 필요하다. 자정결의대회(10월30일)에서 나아가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임직원들의 ‘재량에 의한 감독’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 관련 법규 및 의사결정 과정을 고치는 일도 그 하나로 꼽힌다. 이와 함께 의사결정기구인 금감위와 집행기구인 금감원의 최고 책임자가 동일인이어서 견제와 균형의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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